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 그 해석은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계약 해석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나(대법원 2000. 4. 11. 선고 2000다4517 판결 등), 실제로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통상적이지 않은 내용의 계약서가 작성되는 경우, 특히 그 과정에서 법률전문가가 관여하지 않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추상적인 기준만으로는 계약 해석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특허기술을 가지고 있는 A회사의 설립자인 甲은 수 년간 해외에 이주하여 생활하기 위하여 A회사의 직원들이 설립한 B회사가 A회사의 사업을 그대로 이어받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였고, 그 과정에서 A회사와 B회사 간에는 ‘권리 및 책임, 의무의 양수양도 합의계약서’라는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甲은 수년 간의 해외생활을 마친 후 귀국하였고, A회사는 B회사와 체결한 위 계약의 존속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B회사가 A회사의 특허권을 사용하여 영업을 계속하자, A회사는 B회사를 상대로 특허권 등의 침해 금지와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다른 법무법인이 대리한 위 사건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i) 계약서 명칭과 서문 등에서 개개의 영업재산이 아니라 영업재산 일체를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도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고, (ii) 양수대금을 3년에 걸쳐 당기순이익에 비례하여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당기순이익에 비례하는 금액을 영업재산 일체에 대한 평가액으로 보아 구체적인 양수대금 산정에 갈음하기로 한 것이며, (iii) 고용승계에 관한 조항도 두고 있어 영업재산 뿐만 아니라 인적 조직까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 양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고, (iv) 한시적인 계약기간에 관한 조항은 양수대금 지급의무에 대한 지급기한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위 계약은 영업양도 계약이라고 보았고, 영업양도에 따라 특허권이 B회사에 이전되었으니 A회사의 특허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계속적 계약이 아닌 영업양도 계약에 계약기간에 관한 내용을 둔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일 뿐이고, 이를 양수도대금 지급기한으로 볼 근거도 없으며,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도 단지 3년 간의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에 상당하는 금액을 양수도대금으로 정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기업가치평가 실무례에 비추어 볼 때 도저히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A회사는 상고심에서 저희 세종을 대리인으로 선임하였고, 저희 세종은 회사분쟁∙특허∙기업회계 관련 분야 전문 변호사들의 협업하에, 다양한 시각에서 각 전문 분야의 논리와 근거를 들어 원심 판결의 계약 해석은 잘못된 것임을 논증하였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약 1년 반 동안의 심리 끝에, 저희 세종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위 계약의 성격은 일정한 기간을 정한 계속적 계약으로서 경영위탁과 유사한 계약이고, A회사가 위 계약을 통하여 B회사에게 특허권을 이전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심의 판단에는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음을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심 법원으로 환송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계약의 해석에 관한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대법원에서 뒤집는 것은 매우 이례적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심 법원의 판단이 법리적 관점 및 경제적 관점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임을 특허, 기업회계, 회사 경영권분쟁 관련 전문가들이 협업을 통해 설득력 있게 논증하여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어 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