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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코스의 창작성을 부정하여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

스크린 골프는 저렴한 비용으로 가상현실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줌으로써 하나의 레저 문화로 크게 자리매김하였습니다.  A사(이하 ‘피고’)는 골프장 소유주들과 기술협약을 체결한 후 실제 골프코스를 토대로 3D 가상코스를 제작하여 스크린 골프 서비스에 제공하여 왔는데, 이와 같은 피고의 가상코스 제작 및 사용과 관련하여 골프코스의 설계자들(이하 ‘원고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골프코스 설계도(이하 ‘이 사건 골프코스 설계도’) 자체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저작권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제1심 법원은 골프코스 내에서 페어웨이·러프·벙커 등의 형태·배치·조합에 다른 골프코스와 구분될 정도로 설계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 경우 건축저작물인 골프코스에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구체적으로 창작성 있는 표현을 밝히지 않은 채 피고의 저작권 침해 및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가 항소심에서 창작성 등을 다투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러한 난점에도 불구하고 법무법인(유) 세종은 항소심에서 피고를 대리하여 (i) 골프코스 설계도는 기능적 저작물로서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ii) 만일 그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골프코스의 저작권은 원고가 아닌 골프장 소유주에게 귀속된다는 점, (iii) 가상코스 제작 행위는 골프코스 설계도의 이용권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 (iv) 가상코스 제작은 저작권법 제35조의5의 공정이용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제35조의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된 건축저작물의 복제에 해당하여 저작권자의 별도의 이용허락 없이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비롯하여, 골프코스 설계도의 저작권과 관련한 각 쟁점별로 피고에게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수 없음을 치열하게 다투었습니다.  

이는 골프코스의 창작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부터 골프코스 저작권의 귀속 및 이용허락의 범위, 공정이용 등 저작권법에 관한 다양한 법적 쟁점을 총망라한 주장이었고, 그에 따라 사실관계뿐만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재판부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관여 변호사들은 국내외 학계의 논의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와 미국의 유사 판결례, 국내외 골프장 설계 관련 가이드라인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들을 수집·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하게 방어논리를 수립하여 전개해 나갔습니다. 특히, 골프코스 설계도의 창작성과 관련해서는 먼저 미국골프협회(USGA)의 골프장 건설에 대한 가이드라인, 본 사건에서 문제가 된 골프코스의 과업지시서 등 여러 근거 자료들을 바탕으로 「골프코스 설계도가 골프경기 규칙, 규격 및 국제적인 기준에 따른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그 외 골프장의 지형, 부지의 형상, 배치되는 홀의 개수 등에 따른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기능적 저작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골프코스 설계도의 창작성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나아가, 골프코스의 그린, 페어웨이, 벙커 등 구성요소들은 골프 경기라는 기능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요소일 뿐이며, 그 외 기능적 요소들을 넘어선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은 전혀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한편, 본 사건에서 문제된 골프코스와 형태가 유사한 다른 골프코스들을 비교 제시하며 이 사건 골프코스 설계도에는 창작성이 인정될 수 없음을 적극 다투었습니다.  아울러 국내 다수 교과서들과 논문들 및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들을 제시하면서 설령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가상코스 제공은 가상현실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에 해당하므로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국내외 관련 자료 및 법리들에 대한 충실한 리서치, 치밀한 논리구성, 설득력 있는 서면 및 변론에 힘입어, 항소심 법원은 피고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즉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골프코스 설계도는 기능적 저작물로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제1심 판결의 결론을 뒤집고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특히 법원은 i) 골프코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연물 그 자체에 대한 미적 형상’은 설계자의 노력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ii) 개별 홀들의 배치는 지형적 요소와 제한된 공간에 의해 제한을 받는 점, iii) 골프 경기 규칙에 맞는 골프장의 규격은 이미 정해져 있으며 티잉그라운드, 페어웨이, 러프 등 구성요소들은 그에 맞게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기능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어서 별도의 창작적 표현을 특정하기 어려운 점, ⅳ) 원고가 기능적 요소를 제외한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구체적으로 판단하면서 이 사건 골프코스 설계도가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위 판결은 골프코스 설계도의 창작성을 부정한 최초의 판례로서, 위 판결을 통하여 골프코스 설계도처럼 기능적 목적을 위하여 작성된 저작물의 경우에는 저작물이 갖는 기능적 요소를 넘어서는 창작적 표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며, 창작성에 대한 판단 역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아울러 소송 두 건의 청구금액은 원금 기준 약 80억 원 및 230억 원으로 일부 청구만이 인용되더라도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액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는데, 일부 인용된 제1심판결의 취소와 아울러 추가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시켰다는 점에서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위 판결은 기능적 저작물인 골프장 설계도의 창작성을 엄격하게 판단함으로써 설계업체에 고액의 설계용역대금을 지불하고서도 설계업체의 허락 없이는 골프코스를 활용한 가상코스 제작 등 골프장의 홍보에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진행하는 데 불안 요소를 안고 있던 골프장 소유주들의 법적 문제를 해소해 주었고, 나아가 골프코스를 스크린 골프 이외에도 여러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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