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23. 2. 16. 「법집행 시스템 개선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공정위의 법집행에 대한 높은 국민적 기대 수준을 반영하기 위한 이번 시스템 개선방안은 법집행의 예측가능성, 효율성,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조사권의 내용과 한계를 명확히 하여 조사의 투명성 및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절차적 권리 강화를 위해 조사 및 심의 제도를 정비하며, ▲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사건 유형별 신속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정위의 사건처리 역량 강화 및 시스템 개선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1. 조사권의 내용과 한계 명확화

가. 조사공문에 조사 대상 및 범위를 구체적으로 기재:

공정위는 현장조사 시 조사공문에 법위반 혐의와 관련된 거래분야·유형, 조사기간을 명확하게 기재하여 고지할 계획입니다. 이는 조사공문에 조사대상 거래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아 조사 범위가 불명확하고, 지나치게 확장될 수 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또한, 공문에 기재된 기간에 한정하여 조사하되, 조사기간 확대가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 기간 및 그 사유를 명시한 공문을 별도로 교부하기로 하였습니다.

나. 조사범위 외 자료 수집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 신설:

이번 개선방안에서는 조사 범위와 무관한 자료가 수집된 경우 이에 대한 공식적인 반환절차를 신설하였습니다. 그 동안에는 조사대상 기업이 일단 자료를 제출하면, 추후 조사목적이나 대상과 무관하다는 점이 밝혀지더라도 이를 반환받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번 개선방안을 통하여 반환 또는 폐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료가 있는 경우 해당 기업은 공식적으로 해당 자료의 반환 등을 청구할 수 있으며, 반환 청구 시 조사부서가 아닌 별도로 구성되는 심사위원회가 수집된 자료의 반환·폐기 여부를 검토하게 됩니다.

다. 준법지원부서에 대한 조사기준 마련:

공정위는 준법지원 부서에 대한 조사기준을 마련하여 기업들의 준법경영 노력이 저해되지 않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는 현장조사 과정에서 조사 편의상 준법지원 부서부터 먼저 조사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공정위에 따르면 CP팀이나 법무팀 등 준법지원 부서를 우선적으로 조사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다만 준법지원 부서가 법위반 또는 증거인멸 행위에 직접 관여하는 등의 사유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엄정하게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합니다.  

 

2. 조사·심의 제도 정비

가. 예비의견청취절차 신설:

공정위는 조사 단계에서 조사대상 기업이 자신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예비의견청취절차를 신설할 계획입니다. 현재 심의 단계에서는 사전의견청취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나, 조사 과정에서는 공식적인 의견청취절차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에 공정위는 EU의 상황회의(State of Play Meetings)를 참고하여, 조사 대상 기업의 신청이 있을 경우 사실관계나 쟁점사항 정리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심사관 또는 사건담당 부서장이 주재하는 예비의견청취절차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발언 및 제출자료 등을 기록, 보존하여 절차의 투명성, 공정성도 담보할 계획입니다.   

나. 심의 횟수 증대 및 자기사건 조회 시스템 개편:

공정위는 피심인의 변론권을 충실히 보장하기 위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2회 이상 심의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종래 대부분의 공정위 심의가 1회로 종결되고, (특히 피심인들이 다수인 경우) 피심인 측의 발언시간이 제한되어 피심인의 의견개진 기회가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예상 과징금 수준, 쟁점의 복잡성 등을 고려한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여, 일정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2회 이상의 심의 진행을 원칙으로 할 예정입니다. 또한, 조사대상 기업이나 신고인이 사건담당자 및 사건의 진행상황 등을 온라인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자기사건 조회시스템을 개편하여, 사건처리 과정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3. 사건 유형별 신속처리 시스템 구축
 
공정위는 사건처리 기간의 단축을 위하여 장기 및 시효임박 사건에 대한 단계별 특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사건별 표준처리기간 준수 여부를 부서장 평가에 반영하는 등 내부 절차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한, 당사자간 분쟁적 성격이 강하여 처벌보다 신속한 피해구제가 요구되는 사건에는 대체적 분쟁해결 수단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가맹분야에서 정보공개서 및 가맹계약서 미제공, 계약서 필수기재 사항 누락행위나 대리점 분야에서 계약서 미교부, 미서명, 미보존 행위 등 사실관계 확인만으로 처리가 가능한 단순 질서위반사건의 경우 사건처리 및 과태료 부과 등 조치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특히, 대체적 분쟁해결 수단의 활성화를 위하여, 공정위는 (i) 기업의 준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CP 제도의 운영 및 인센티브 부여에 관한 근거 규정을 신설하고, 인센티브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ii) 여러 법률들에 산재되어 있는 분쟁조정제도를 일원화하는 ‘분쟁조정통합법’을 제정하여 분쟁 조정 기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또한, (iii) 기업의 자진시정을 유도하기 위해, 피해보상에 합의하는 경우 동의의결 절차를 서면심리로 신속히 진행하고, 과징금 감면 또는 감경률을 대폭 상향할 계획이며, (iv) ‘공정거래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여 민사구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4. 사건처리 역량 강화 및 조직개편

공정위는 사건처리의 신속화·투명화 및 전반적인 공정위의 법집행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하여 사건기록 관리를 고도화하고 조사역량을 강화하기로 하였습니다. 공정위는 기록물 관리를 강화하고, 기록물 편철 시스템을 개선하여, 투명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한, 조사 공무원들의 조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법집행 단계별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공정위의 법집행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예정입니다.   

한편, 공정위는 조직개편도 함께 추진할 계획인데, 사무처장이 담당하는 정책부서와 조사관리관(신설 예정)이 담당하는 조사부서를 분리하여 사건처리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공정위는 심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조사 부서와 심판 부서를 분리하여 운영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위원에 대한 보고 기회를 피심인과 심사관에게 동등하게 부여하고, 조사 부서와 심판 부서 간 인사이동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5. 시사점

그 동안 공정위의 법집행과 관련하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던 상황에서 공정위가 이러한 여론을 수렴하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특히 기존에 여러 지적이 있었던 현장조사와 관련하여, 공정위의 조사공문에 조사 대상이 명확하게 기재되고 조사 범위 외의 자료에 대한 반환 및 폐기 절차가 도입된 점, 그리고 준법지원부서에 대한 조사 기준을 마련하기로 한 점 등은 조사대상 기업들의 방어권 행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조사 단계에서의 의견청취 절차 도입 및 심의에서의 변론기회 확대 역시 종전에 비하여 기업들이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펼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울러, 사건 유형별 신속처리 시스템이 구축되고, CP 제도 운영과 관련된 인센티브 제도 개선 및 대체적 분쟁해결제도 활성화가 이루어지면 공정위의 법집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번 법집행시스템 개선방안은 큰 틀에서의 정책적 방향에 관한 것으로, 이러한 개선방안과 관련된 구체적인 절차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쟁점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사범위와 무관한 자료가 수집된 경우 이에 대한 반환 절차에서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조사대상 기업이 행정소송 등을 통해 불복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리고 실제 조사과정에서 개선방안에 따라 도입된 조사 절차 또는 기준들과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조사대상 기업이 어떠한 구제수단을 취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실무상 자료 반환 절차와 관련하여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릴 것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반환을 받을 수 있는지, 자료 반환절차가 지연될 경우 본래 조사 사건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등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공정위가 마련할 구체적인 절차나 기준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행정예고 등의 절차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금번 법집행시스템 개선방안과 관련하여, 앞으로 로펌이나 담당 변호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향후 공정위 조사 대응 과정에서 새롭게 도입될 제도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하여 로펌이나 담당 변호사와 긴밀히 협의하여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 공정거래그룹은 법집행 시스템 개선과 관련한 공정위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풍부한 공정위 조사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실무상 쟁점들에 대해 안내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