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 제정 배경

가상자산 시장의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 관한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 제정안이 지난 6월 30일,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2021년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가상자산의 정의 규정이 마련되고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가 도입되는 등, 자금세탁방지 중심의 가상자산 규제 체계가 도입된 지 약 2년여가 흘렀습니다. 그간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테라-루나 사태와 미국의 FTX 거래소 파산 등 시장 전반과 이용자 보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행 규제체계로 각종 불공정거래행위 대응이 미흡하고, 이용자 피해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었으며, 특히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감독∙처벌 및 이용자 피해 구제를 위한 법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에 국회에서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의 시급성을 고려, 장시간 소요되는 국제기준 정립을 기다리기보다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필요, 최소한의 규제 체계를 우선 마련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이를 보완해 나간다는 “단계적 규율방침”에 대해 여야간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단계적 규율방침에 따른 1단계 입법으로, 우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 초점을 맞춘 이번 가상자산법이 국회 본회의의 문턱을 넘게 된 것입니다. 특히 가상자산에 관하여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는 형사처벌 외에도 이득액의 2배 또는 40억원 이하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도록 관련 근거가 신설되어 강도 높은 규제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가상자산 불공정거래의 규제 사각지대를 엄단하겠다는 국회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저희 법무법인(유) 세종에서는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상자산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그 시사점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2. 주요 내용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시장의 개념 정의) 가상자산법은 기존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사업자 개념 정의를 사실상 그대로 차용하면서,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 및 그와 관련된 서비스를 가상자산 범주에서 제외하였습니다(가상자산법 제2조 제1호 사목). 이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인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도입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입니다. 

또한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의 매매 또는 가상자산 간 교환을 할 수 있는 시장”을 “가상자산시장”으로 새롭게 정의하였습니다(가상자산법 제2조 제4호). 이는 가상자산시장의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한다는 이번 가상자산법의 입법 목적(가상자산법 제1조)과 관련하여, 후술하는 이상거래에 대한 감시 의무의 주체가 “가상자산시장을 개설∙운영하는” 가상자산사업자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가상자산시장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향후 후속 입법 등을 통해 가상자산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용자 자산의 보호)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의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하여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하여 관리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가상자산법 제6조 제1항). 구체적인 예치금 관리기관의 범위나 관리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위임되었습니다. 한편, 가상자산사업자는 예치금을 분리하여 예치 또는 신탁하는 경우 해당 예치금이 이용자의 재산이라는 뜻을 밝혀야 하며(가상자산법 제6조 제2항), 예치금에 대한 상계나 압류는 금지됩니다.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외에는 예치금을 양도하거나 이를 담보로 제공할 수 없습니다(가상자산법 제6조 제3항).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에서도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구분하여 관리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예치 방법이나 안전성 확보 방안에 대한 별도 규율은 없는 상황입니다. 위 관련 조항은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규제를 개선하여, 보다 구체적인 예치금 관리 방법 등을 정한 데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주소 및 성명이나 이용자가 위탁한 가상자산의 종류 및 수량 등 이용자 명부를 작성 및 비치할 의무를 부과하면서(가상자산법 제7조 제1항), 가상자산사업자 자신이 보유한 가상자산과 이용자가 위탁한 가상자산을 분리하여 보관하고,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가상자산과 동일한 종류와 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새롭게 도입하였습니다(가상자산법 제7조 제2항). 특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비율 이상의 가상자산은 외부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cold wallet)”에 보관할 의무가 도입되었다는 점(가상자산법 제7조 제3항)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외에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한 의무로서, 가상자산사업자가 해킹 등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할 의무(가상자산법 제8조), 가상자산 거래기록을 거래관계 종료 후 15년간 보존할 의무(가상자산법 제9조)도 이용자 자산 보호와 관련하여 새롭게 도입되었습니다.

(불공정거래의 규제) 이번 가상자산법 내용 중 가상자산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입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가상자산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을 상당 부분 차용하는 형태로 입법이 이루어졌습니다.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과 과징금 등 무거운 제재가 뒤따르게 됩니다. 이하에서 관련 내용을 유형별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미공개 중요정보란, 이용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을 말합니다.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사업자 또는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자(이하, “가상자산사업자 등”)의 임직원이나 주요주주 등 내부자는 물론, 공무원 등 법령에 따른 인허가 권한을 갖는 자, 가상자산사업자 등과 계약을 체결하는 자와 같은 준내부자, 이들로부터 정보를 수령한 자를 모두 포함하여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가상자산 매매 등 행위를 금지하였습니다(가상자산법 제10조 제1항).
  • (시세조종행위 금지) 가장매매와 통정매매 등 위장매매에 의한 시세조종행위,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행위 일체도 금지됩니다(가상자산법 제10조 제2항, 제3항). 위장매매에 의한 시세조종은 매도자-매수자 간 미리 짜고 하는 거래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반면,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 조종은 행위자와 시장참여자 간 실제 매매거래를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상자산법은 자본시장법과 유사하게, 위장매매와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행위를 모두 금지하고 있습니다.
  • (사기적 부정거래행위 금지)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이용한 행위,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 거짓의 시세 이용 등을 통한 부정거래행위도 금지됩니다(가상자산법 제10조 제4항). 가상자산법상 부정거래행위 구성 요건은 자본시장법 제178조 이하의 부정거래의 구성요건과 거의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 (자기발행코인 매매행위 등) 가상자산사업자는 자기 또는 특수관계자가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하여서는 아니됩니다(가상자산법 제10조 제5항). 이는 가상자산의 특성이 반영된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으로서, 이른바 “자기발행 코인”의 거래를 금지하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기발행 코인 거래에 대한 제한 기준을 마련하여 시행할 의무를 부과(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제10조의20 제5호 가목)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규제하였으나, 앞서 언급한 FTX 거래소가 자기발행 코인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다가 대규모 유동성 위기를 맞아 파산하는 등 최근 이에 따른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어 이번 가상자산법에서는 자기발행 코인의 매매행위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였습니다. 
  •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징금 등) 가상자산에 관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이로 인해 회피한 손실액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4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됩니다(가상자산법 제17조 제1항). 다만, 동일한 위반행위로 가상자산법 제19조 벌칙조항에 따라 벌금을 부과받은 경우,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는 과징금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관련 규정이 준용되므로 당사자에게 의견진술권 및 자료제출권이 부여되고 또 변호인의 도움을 받거나 그를 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가상자산법 제17조 제4항, 자본시장법 제431조 제3항). 이 밖에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가상자산법 제10조 제1항 내지 제5항을 위반한 자는 위반행위로 인하여 이용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합니다(가상자산법 제10조 제6항).

(가상자산에 관한 임의적 입·출금 차단 금지)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의 가상자산 입·출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차단할 수 없습니다(가상자산법 제11조 제1항). 가상자산사업자가 입·출금을 차단하는 경우, 그 사유를 이용자에게 미리 통지하고 이를 금융위원회에 즉시 보고할 의무도 신설되었습니다(가상자산법 제11조 제2항). 임의적 입·출금 차단행위 금지 조항 위반으로 인한 관련 손해배상 의무도 명문으로 규정되었습니다(가상자산법 제11조 제3항). 실무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의 가상자산 투자유의종목 지정 및 입·출금 정지 등 조치는 이해관계자 간 분쟁의 도화선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향후 입·출금 차단의 “정당한 사유”가 대통령령에 규정됨으로써 이러한 분쟁을 해결하는 준거점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상거래에 대한 감시 등 의무 도입) 이번 가상자산법 제정에 따라 가상자산시장을 개설·운영하는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의 가격이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 거래 등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합니다(가상자산법 제12조 제1항). 가상자산 이상거래의 구체적인 유형은 대통령령에 규정될 예정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상거래 감시 과정에서 불공정거래행위 의심사항이 발견되면 즉시 금융당국에 통보하여야 하고, 혐의가 충분히 증명된 경우에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해당 사실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여야 합니다(가상자산법 제12조 제2항).

이번에 신설된 시장감시 의무는 가상자산거래소에게 적지 않은 규제 부담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상자산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 시행될 예정인데, 통상적으로 법안 의결 후 공포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내년 7월 시행이 유력합니다. 이로써 가상자산거래소에게는 내년 7월 전까지 거래소 내 이상거래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적 조직과 물적 설비를 구축하는 등 쉽지 않은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에 나섰던 거래소들은 이번 가상자산법 통과로 또다시 시장감시 시스템 도입을 위한 작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당국의 감독 및 제재권한)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및 조치 권한을 명확히 규정(가상자산법 제13조 내지 제14조)하여 법 집행 실효성을 제고하였습니다. 금융위원회 검사나 조사에 필요한 경우 각종 보고, 자료 제출, 증인 출석이나 의견 진술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명문의 규정이 신설되었습니다(가상자산법 제13조 제3항, 제14조 제2항). 가상자산법 또는 법에 따른 명령이나 처분 위반 시에는 시정명령, 경고, 주의, 영업 정지, 고발 등 조치 대상이 됩니다(가상자산법 제15조 제1항). 법 위반 관련, 가상자산사업자 임직원에 대해서는 해임권고나 직무정지, 면직 또는 정직요구 등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되었습니다(가상자산법 제15조 제2항). 이로써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및 제재권한은 대폭 강화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벌칙 및 과태료)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형사 처벌 규정이 신설되었습니다.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제10조 제1항 내지 제4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고,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가상자산법 제19조 제1항)됩니다.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 징역으로 가중 처벌(가상자산법 제19조 제3항 제1호)됩니다. 자기발행 코인 거래의 경우에도 10년 이하의 유기징역과 벌금이 부과됩니다(가상자산법 제19조 제2항).

예치금 관리나 가상자산 보관에 관한 의무, 거래기록 생성 및 보존의무 등을 위반하는 경우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장감시 의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가상자산법 제22조 제1항).

 

3. 시사점

가상자산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 이용자 보호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형사처벌 조항이 신설됨으로써,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고 가상자산 거래질서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등 긍정적 효과도 기대됩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내부자가 연루되지 않도록 내부통제 등 관련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 내년 법 시행에 앞서 시장감시 의무 이행을 위한 내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작업에 신속히 착수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 법무법인(유) 세종은 일찍이 2022. 6. 9.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대 고객 세미나를 실시(강사: 황현일 변호사)한 바 있으며, 관련하여 수준 높은 자문을 제공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단계적 규율방침에 따른 1단계 입법에 해당합니다. 향후 가상자산 발행, 공시 규제 등을 담은 2단계 입법을 통해 가상자산법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이번에 통과된 가상자산법 규제 준수 역량 제고를 위해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하면서, 동시에 가상자산법 시행령 관련 동향과 2단계 입법 추이를 면밀하게 관찰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