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저희 법무법인(유) 세종의 IP 그룹은 유럽의 새로운 단일특허 및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 이하 “UPC”) 제도의 특징 및 도입 현황에 관하여 뉴스레터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2023. 6. 1. 드디어 새로운 유럽 특허제도가 시행되기에 이르렀고, 같은 날 UPC도 개원을 하였습니다. 단일특허 제도는 기존의 유럽특허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효과를 추가로 부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나, UPC는 특허 분야에서 유럽 내 통합된 사법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법원의 설립과 법관의 충원, 소송제도의 마련 등 제도 운영에 필요한 모든 기반을 새롭게 마련하여야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UPC는 특히 많은 관심을 받으며 개원을 하였는데, 드디어 그 첫번째 결정이 2023. 6. 22. UPC의 Local Division인 뒤셀도르프 법원에서 내려졌습니다(myStromer AG v Revolt Zycling AG 사건에 대한 가처분 결정). 이와 같이 UPC 개원 후 채 한달도 지나기 전에 첫번째 결정이 나온 것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크게 뛰어 넘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위 사건에서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날에 바로 침해금지를 명하는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입니다. 특허침해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은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으로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반드시 법원의 심문을 거쳐야 하므로 적어도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적어도 수 개월이 소요됩니다. 이하에서는, UPC 시스템 하에서의 가처분 제도가 우리나라의 가처분 제도와 어떻게 다르기에 위와 같이 신속하게 가처분 결정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그럴 경우 채무자는 어떻게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UPC 절차에서도 본안 소송과 별개로 긴급한 침해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가처분 제도가 인정되고 있습니다{UPC Agreement(”UPCA”) 제62조}. 이러한 가처분 절차에서는 침해 혐의 행위를 임시적으로 금지시키는 결정도 가능하고 담보 제공을 조건으로 침해 혐의 행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결정도 가능합니다(동조 제1항). 또한 침해 혐의 물품의 압류나 유통을 금지시키는 결정도 가능하며, 침해 혐의행위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침해 혐의자의 계좌 등 재산을 가압류하거나 동결하는 결정도 가능합니다.(동조 제3항). 이러한 가처분 결정은 필요한 경우, 특히 가처분 절차의 지연으로 인해 권리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거나 증거가 인멸될 위험이 있는 등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주장을 듣지 않고 내릴 수 있는데(ex parte 방식), 이 경우 즉시 상대방에게 통지하여야 하며, 상대방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합리적인 기간 내에 해당 조치의 변경, 취소, 확정을 결정하기 위한 심리 – 상대방의 의견 청취 포함 -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UPCA 제62조 제5항, 제60조 제5, 6항). 한편 가처분 결정은 신청인의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내릴 수도 있으며(동조 제7항), 가처분 결정 이후 31일 또는 20 영업일 중 늦은 날까지 본안 소송이 제기되지 아니하면 가처분 결정이 취소되거나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동조 제8힝). 만일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이후 해당 가처분 결정이 취소되거나 침해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한다면, 법원은 상대방의 신청에 의해 가처분 채권자에게 가처분 결정의 집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동조 제9항).
이와 같이 UPC에서의 가처분사건도 우리나라의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사건과 마찬가지로 심문기일을 열어 각 당사자의 주장을 청취한 후 결정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심문절차를 거치지 않고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위 myStromer AG v Revolt Zycling AG 사건은 곧 개최될 무역박람회에 특허침해 혐의 제품이 출품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으로 인하여 ex parte 방식으로 진행된 사례였습니다. 한편, 심문기일을 열어 상대방의 주장을 듣는 inter partes 방식으로 진행되어 최초로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10x Genomics, Inc. v. NanoString Technologies Inc. 사건이었는데, 해당 사건은 UPC 개원일인 2023. 6. 1. 뮌헨 Local Division에 제기되어 심문절차를 거친 후 2023. 9. 19.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위 사건은 가처분 결정문이 100 페이지가 넘는 복잡한 사건이었음에도 제기 후 채 3개월도 지나기 전에 결정이 내려진 점을 감안하면, UPC의 가처분 사건은 inter partes 방식의 경우에도 매우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UPC 가처분 결정의 주문례는 아래와 같은데, UPC 회원국 중 유럽특허의 지정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금지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UPC 시스템의 실익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UPC 가처분 결정 주문례】
The defendants are ordered, in the territories of the Republic of Austria, the Kingdom of Belgium, the Republic of Bulgaria, the Kingdom of Denmark, the Republic of Estonia, the Republic of Finland, the French Republic, the Federal Republic of Germany, the Italian Republic, the Republic of Latvia, the Republic of Lithuania, the Grand Duchy of Luxembourg, the Republic of Malta, the Kingdom of the Netherlands, the Portuguese Republic, the Republic of Slovenia and/or the Kingdom of Sweden, to cease and desist from… |
피신청인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불가리아,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말타, 네덜란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및 스웨덴에서 다음의 행위를 중지하여야 한다. |
이와 같이 UPC의 가처분 절차에서는 경우에 따라 침해 혐의자에 대한 통지 없이 침해 혐의 행위를 금지시키는 등의 가처분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는데, 그러한 경우 침해 혐의자 입장에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침해 혐의자 입장에서 가처분이 ex parte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사전에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바로 독일의 제도를 모태로 하는 ‘Protective Letter’ 제도입니다. UPC 가처분 절차에서 Protective Letter 제도는 Rules of Procedure에 근거를 두고 운영되는데(Rule 207), 위 규정에 따르면, 침해 혐의자는 자신을 상대로 특허침해를 이유로 하는 가처분 신청 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UPC 내 등록과(Registry)에 Protective Letter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Rule 207.1, 207.2). 이 경우 해당 Protective Letter에는 관련되는 사실관계, 예상되는 특허권자측의 특허가 무효이거나 또는 해당 특허를 침해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 및 근거 등을 제시하고 필요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으며, 예상되는 특허권자측의 가처분 신청 등이 왜 배척되어야 하는지 등에 관한 법률상 주장을 기재할 수 있습니다(Rule 207.3). 이러한 Protective Letter의 제출을 위해서는 소정의 비용을 납부하여야 하며(Rule 207.4), Protective Letter가 적법하게 제출되면 UPC의 등록부에 등록되고(Rule 207.5), 이후 가처분 신청 등이 제기되면 해당 신청서와 함께 Protective Letter가 판사에게 전달됩니다(Rule 207.8). 이 경우 해당 Protective Letter는 가처분 신청인에게도 그 사본이 제공되는데, 그 때까지는 해당 Protective Letter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습니다(Rule 207.7, 207.8). 만일 Protective Letter가 제출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가처분 신청 등이 제기되지 아니하면 Protective Letter의 등록은 말소되는데, 위 6개월의 등록 유지 기간은 비용 납부를 조건으로 6개월씩 연장이 가능합니다(Rule 207.3).
이와 같이 UPC의 가처분 절차가 ex parte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침해 혐의자가 자신의 주장을 미리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수단으로 마련된 것이 바로 Protective Letter 제도입니다. 따라서 유럽 특허권자와의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여 UPC에 가처분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Protective Letter를 제출해 두어야 혹시라도 해당 가처분 절차가 심문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도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Protective Letter는 UPC 가처분 절차에서 침해 혐의자의 사전적 방어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실제로도 UPC 개원 후 1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가처분 사건보다 10배가 넘는 수의 Protective Letter가 등록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만일 유럽 특허권자와의 사이에서 분쟁이 제기될 염려가 있는데 유럽 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다면, 가처분 신청이 제기될 경우 국제 송달 등의 문제로 인해 ex parte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는 Protective Letter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Protective Letter에 무조건 많은 쟁점과 주장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 보다는 구성의 동일성 정도, 무효 가능성, 비침해 사유의 범위 및 정도, 침해 증명의 용이성, 긴급성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주장의 내용이나 범위를 적절하게 구성하는 것이 보다 중요합니다. 저희 법무법인(유) 세종의 IP그룹 유럽특허 전담팀은 우리나라 기업이 UPC에서 진행되는 분쟁 당사자가 될 경우, 생소한 제도에 대한 인식이나 경험 부족 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유럽 특허 시스템에 대한 최고의 전문성과 유럽 유명 로펌들과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최적의 조력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