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 당사국 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이하 “COP”)가 지난 10월 21일부터 11월 2일까지 콜롬비아 칼리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자금 조달 및 유전자 정보 기여 시스템을 둘러싼 논의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본 뉴스레터에서는 이번 COP16에서 논의된 주요 이슈와 우리 기업에 대한 시사점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배경

COP는 생물다양성의 지속가능성과 보전을 목적으로 1992년에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의 이행을 논의하는 자리로, 그 동안 196개 협약 당사국들이 2년마다 모여 다양한 국제 생물다양성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하여 왔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COP가 열리는 주요 협약 중 하나로, 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 및 사막화방지협약(United Nation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 UNCCD)과 함께 UN 3대 환경협약 중 하나입니다. 이 협약은 생물다양성의 손실 방지, 생태계와 유전자원 보호, 지속가능한 자연자원 활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 개최된 COP15에서는 2030년까지 지구 생물다양성의 30%를 보호하겠다는 '30x30' 목표를 설정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이하 “GBF”)'를 채택하였습니다. 올해 개최된 COP16은 이를 위한 첫 번째 이행 점검의 기회로 주목받아 왔는데, 당사국들은 이번 COP16에서 각국이 그 동안 제출한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및 행동계획(National Biodiversity Strategies and Action Plans, 이하 “NBSAP”)을 바탕으로 GBF 목표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이행을 위한 정책적 조치 및 자원 동원 전략을 논의하였습니다.

 

2. COP16 주요 이슈

(1) NBSAP 및 GBF의 이행 점검과 한계

COP16에서는 각국이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을 위해 설정한 NBSAP의 이행 점검이 이루어졌으나, 실효성에 대한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NBSAP는 생물다양성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각국의 정책 및 계획을 명시한 것으로 그 이행 현황은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데, 196개 당사국 중 이를 제출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44개국에 불과하였습니다. 또한, 이번 COP16에서는 GBF이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설정할 계획이었으나 이 또한 실현되지 못하였습니다. COP16에서 드러난 이와 같은 한계는 COP 협약의 이행에 대한 신뢰도를 낮출 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설정된 생물다양성 목표의 달성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2026년 아르메니아에서 열릴 COP17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될 예정입니다.

(2) 유전자 정보 사용료 부과 합의와 칼리 기금(Cali Fund)의 조성

COP16에서는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납부금을 기반으로 환경 보호 기금인 칼리 기금(Cali Fund)을 설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Digital Sequence Information, 이하 “DSI”)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수익의 일부를 기여하도록 권장하는 시스템으로, DSI는 DNA와 RNA 같은 핵산 서열 데이터, 단백질 서열 데이터, 분자 구조 등과 같은 전 세계 연구자들이 수집한 유전자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DSI를 통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수익을 얻는 기업들은 일정 규모의 자산과 매출 요건을 충족할 경우, 매출의 0.1% 또는 영업이익의 1%를 기여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자산 2,000만 달러(약 278억 원) 이상, 연 매출 5,000만 달러(약 689억 원) 이상, 연간 이익 500만 달러(약 69억 원) 이상이라는 세 가지 요건 중 두 가지를 충족하는 기업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러한 기여금 납부는 자발적인 것으로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그 실효성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었으며 이에 따라, 각국 정부에 기업에 기여금 납부를 요구하는 입법 등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기여금 납부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각국에 배분하되, 절반 이상은 원주민과 지역사회에 전달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3) 생물다양성 보호 기금 마련의 미완성

COP16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였던 생물다양성 보호 기금 마련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COP15에서는 2030년까지 연간 2,00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하는 목표를 세웠으나, COP16에서는 불과 4억 달러 정도만 조성된 상태로 목표 대비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개발도상국들은 자금 조달에서 공정성을 요구하며 새로운 기금 설립과 선진국의 지원 확대를 주장했지만, 선진국들은 이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또한, 기금을 대출 등 다양한 민간자원을 활용하여 마련할지, 기여금 형태로 조성할지를 두고도 이견이 커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난항은 개발도상국들의 생물다양성 보전 및 복원 목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차기 회의에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4) COP16에서 발표된 TNFD와 Nature Action 100의 주요 성과와 과제

COP16에서 TNFD(자연 관련 재무 공시 협의체)는 500개 이상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연 관련 공시를 시작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올해 초 320개 기업에서 57% 증가한 수치입니다. 현재 TNFD 공시에 참여한 502개 기업 및 금융기관에는 총자산 17조 7,000억 달러(약 2경 4,500조 원)를 운용하는 주요 금융기관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공시는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공시의 표준화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TCFD(기후 관련 재무 공시 협의체)가 앞서 제시한 모델을 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TNFD는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공시의 표준화를 목표로 하는 전환계획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TNFD의 전환계획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생물다양성 리스크와 기회를 평가하고 이를 보고 체계에 반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글래스고 금융 연합(GFANZ)과 영국의 전환계획 태스크포스(TPT)의 방법론을 기반으로 자연과 관련된 리스크와 기회를 평가하고 보고 체계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Nature Action 100 벤치마크 결과에서는 100개 기업 중 대부분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Nature Action 100은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의 자연 관련 영향을 평가하고,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출범한 이니셔티브로, TNFD의 표준화된 보고 체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COP16에서는 Nature Action 100 벤치마크를 통해 기업들이 생물다양성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달성해야 할 주요 지표와 이를 기반으로 한 행동 개선 방안이 공개되었으며, 기업들이 글로벌 생물다양성 목표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전략과 기대 사항이 논의되었습니다.

(5) 원주민 협의체 창설

이번 COP16에서는 원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상설협의체를 창설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 상설협의체는 유엔과 원주민 대표의 공동의장 체제로 운영되어 원주민의 목소리를 공식적인 협상 과정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원주민의 의견이 생물다양성 보호에 관한 결정에 보다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3. 우리 기업에 대한 시사점

(1) 자발적 기여 및 책임 경영 강화

COP16에서 합의된 내용에 따르면, DSI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책임 있는 경영의 일환으로 자발적인 기여금 납부가 권장됩니다.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므로 향후 관련 정책 및 업계 동향을 면밀히 검토하여 구체적인 기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생물다양성 목표와의 연계 강화 필요성

COP16에서 생물다양성 보호와 생태계 복원 목표가 재차 강조됨에 따라, 우리 기업은 사업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NBSAP에 대한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반영한 ESG/지속가능성 전략을 구축하여 기업 운영 전반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TNFD 목표를 반영한 생물다양성 보고 체계의 필요성

COP16에서 발표된 TNFD와 Nature Action 100의 성과는 생물다양성이 전 세계 ESG 공시와 기업 경영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TNFD는 500개 이상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연 관련 공시에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앞으로 생물다양성 공시가 기후 공시에 이어 글로벌 공시 표준의 주요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또한 이미 ISSB는 자연 및 인간 자본에 관한 위험과 기회에 관하여 연구, 조사를 시작하였고 이는 곧 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국제회계기준)에서 기후 공시에 이어 생물다양성 공시가 차기 과제로 다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합니다. 한편, Nature Action 100의 첫 벤치마크 결과는 대부분의 기업이 생물다양성 관리에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민간 부문이 글로벌 생물다양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신속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와 관련하여 기업들은 생물다양성 리스크와 기회를 명확히 평가하고, 이를 TNFD 프레임워크에 부합하는 보고(TNFD-aligned reporting) 체계로 전환함으로써 생물다양성 공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