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법재판소(ECJ)가 최근 내린 디아라 사건의 예비 결정 이후, 지난 12월 22일 FIFA는 이적시장에서의 규제 불명확성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의 신분 및 이적에 관한 규정(RSTP)에 대한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Interim Regulatory Framework)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는 2025년 1월 1일부터 추후 RSTP 개정안이 마련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됩니다. 이하에서는 이번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의 주요 내용과 이것이 축구선수 계약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1.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에 따른 주요 변경 사항

(1) 계약 해지의 '정당한 사유' 명확화

FIFA 축구 재판소(Football Tribunal) 선례에 비추어 선수 또는 구단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명확히 정의하였습니다. '정당한 사유'란, 계약 당사자가 계약 관계를 합리적이고 선의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2) 손해배상 산정에서의 '이행이익' 원칙 적용

이번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에서는 계약 위반 시 손해배상 산정 방법에 대한 큰 폭의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ECJ가 기존 규정에서 정한 구체적인 계산 기준(손해배상액에 새 구단과 체결한 계약에 따른 보수, 전 구단이 지출한 이적료 비용 등이 포함될 수 있음)이 위법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FIFA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약법의 기본 원리인 '이행이익' 원칙을 도입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손해배상액은 계약이 이행되었다면 얻었을 이익을 얻지 못한 데 따른 손해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결정됩니다.

(3) 새 구단의 연대책임 및 징계 관련 입증 책임의 전환

기존 규정하에서는 새 구단의 귀책사유 유무에 관계없이 선수와 새 구단이 손해배상에 관한 연대책임을 부담했고, 새 구단은 선수의 계약 위반을 유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지 않는 한 선수 등록을 할 수 없다는 징계가 부과되었습니다. 이번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에서는 연대책임 및 징계를 부과하려면 전 구단이 새 구단의 귀책사유를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했습니다.

또한 입증책임을 갖는 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축구 재판소 절차 규칙(Procedural Rules Governing the Football Tribunal)이 일부 변경되었습니다. 분쟁 당사자들은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협조해야 하고, 증거의 존재와 관련성을 소명하면 상대방에게 증거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만약 증거 제출 요구를 받은 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해당 당사자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이 추가되었습니다.

(4) 국제 이적 증명서(ITC) 발급 절차

기존 규정하에서는 선수와 전 구단 간의 계약이 상호 합의에 의해 해지된 경우가 아니라면 원 소속 축구협회가 ITC 발급을 거절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에서는 ITC 발급 기한을 7일에서 72시간으로 단축시키고, 원 소속 축구협회가 ITC 발급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2. 향후 단계와 지속적인 논의

이번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는 FIFA가 디아라 사건 예비 결정의 취지를 반영하기 위한 중간 조치이기는 하나, 구단과 선수들에게는 축구 이적에 관한 안정성 및 규제 명확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FIFA는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열린 대화를 통해 장기적인 RSTP 개정에 관한 논의를 계속 진행 중이며,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에 반영된 사항이 반드시 RSTP 개정안에 포함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에 반영되지 않은 사항이 RSTP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세계축구선수협회(FIFPro)는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가 축구선수들에게 법적 안정성을 제공하지 않으며, ECJ 예비결정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3. 시사점

이번 FIFA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는 축구 이적 및 계약 분쟁 해결에 중요한 법적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손해배상에 관하여 ‘이행이익’ 원칙을 도입함으로써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보다 공정하고 예측 가능하게 산정되고, 새 구단에 대한 손해배상 연대책임 및 징계 규정이 완화되면서 이적 및 계약 분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계약 해지 분쟁의 유무에 관계없이 ITC 발급이 가능해져 선수와 구단 간에 계약 관련 분쟁이 있더라도 선수의 국제 이적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FIFA가 향후 발표할 RSTP 개정안은 이번 임시 규제 프레임워크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규제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향후 FIFA의 RSTP 개정안이 발표되면, 후속 뉴스레터를 통해 그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