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이하 “SIAC”)는 2016년의 제6차 SIAC 개정(이하 “2016 SIAC 중재규칙”)에 이어 제7차 SIAC 중재규칙 개정안(이하 “2025 SIAC 중재규칙”)을 발표하였으며, 이는 2025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중재 당사자들이 명시적으로 다른 SIAC 중재규칙을 적용하기로 합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025년 1월 1일 이후 개시되는 모든 SIAC 중재에 대해서는 2025 SIAC 중재규칙이 적용될 것입니다. 본 뉴스레터에서는 2025 SIAC 중재규칙의 주요 개정사항의 취지와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 주요 개정사항
2025 SIAC 중재규칙의 개정사항은 크게 세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i)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한 절차의 다양화, (ii) 복잡한 분쟁의 효율적 해결 및 관리를 위한 절차의 도입, (iii) 사용자의 필요 및 편의성을 고려한 절차의 개선.
A.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한 절차의 다양화
(1) 간소화 절차(Streamlined Procedure) 신설
주요 포인트: 간소화 절차는 SIAC이 처음 도입한 절차로, 다른 주요 중재기관에는 유사한 제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간소화 절차는 절차를 단순화하고 판정 기간도 대폭 단축시킴으로써 중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상대적으로 낮추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1 특히 SIAC의 관리 수수료도 최대 한도의 50%로 제한되므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간소화 절차에서는 증거개시(document production) 및 증인진술서 제출이 원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당사자의 입장에서 동 제도들을 활용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사전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간소화 절차는 (i) 분쟁금액이 SGD 1,000,000 미만인 경우 또는 (ii) 중재판정부 구성 전에 당사자들이 간소화 절차를 이용하기로 합의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이 경우, 중재판정부가 단독중재인으로 구성되며, 중재판정부 구성 후 3개월 이내에 판정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간소화 절차에서 중재판정부는 서면 및 관련 증거를 기반으로 판단하며, 원칙적으로 심리기일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단, 중재판정부가 별도의 심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거나 또는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심리기일을 진행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화상회의 등 전자적 방식(electronic communication)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나아가 앞서 언급하였듯이, 간소화 절차에서 원칙적으로 증거개시 절차와 사실관계 증인 및 전문가 증인의 진술서 제출 (및 이에 대한 신문 등)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한편 당사자는 중재합의 조항에서 간소화 절차를 배제한다는 내용을 명시함으로써 해당 절차의 적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체결 시 계약의 성격, 복잡성 등을 고려하여 간소화 절차를 배제하는 것이 적절한지 사전에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신속절차(Expedited Procedure) 확대
주요 포인트: 신속절차의 경우 절차의 내용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분쟁금액의 상한선이 증액되어 활용도가 더 높아졌습니다.2
구체적으로, 2016 SIAC 중재규칙에도 포함되어 있던 신속절차는 이번 개정으로 그 분쟁금액의 상한선이 SGD 6,000,000에서 SGD 10,000,000으로 상향 조정되어 더 많은 사건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간소화 절차의 도입에 따라 분쟁금액의 하한선(SGD 1,000,000)도 도입하여 간소화 절차와 신속절차 간의 중복을 방지하였습니다.
신속절차와 간소화 절차 모두 중재절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방식이나, 간소화 절차는 신속절차보다 분쟁금액이 낮고 단순한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신속절차보다 절차도 단순하고 판정 기간도 짧습니다. 신속절차의 판정 기간은 중재판정부 구성 후 6개월로, 원칙적으로 간소화 절차의 경우보다 3개월이 더 깁니다. 또한, 간소화 절차와 달리 신속절차에서는 원칙적으로 증거개시 및 증인진술서의 제출이 이루어지며, 다만 중재판정부의 판단에 따라 이를 배제할 수 있습니다.
(3) 조정 (Mediation) 장려
주요 포인트: 2025 SIAC 중재규칙에는 명시적으로 조정과 관련된 규정들이 추가되었습니다.3 이러한 규정들은 조정을 통한 효율적이고 원만한 국제상사분쟁의 해결을 목표로 하며, 이는 싱가포르국제조정센터(이하 “SIMC”) 및 싱가포르 조정협약(Singapore Convention on Mediation)이 추구하는 바와 일맥상통합니다.
구체적으로, 2025 SIAC 중재규칙은 당사자들이 소위 조정과 중재를 순차적으로 시도하는 등의 SIAC-SIMC 중재-조정-중재 프로토콜(SIAC-SIMC Arbitration-Mediation-Arbitration Protocol)을 포함한 다양한 조정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재판정부는 중재절차 진행 중 어느 단계에서든 조정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당사자들에게 이를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016 SIAC 중재규칙 하에서도 조정을 통한 분쟁해결은 가능하였으나, 2025 SIAC 중재규칙에서는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분쟁 해결에 조정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4) 긴급중재인(Emergency Arbitrator) 제도 강화와 보전처분(Protective Preliminary Order) 제도 신설
주요 포인트: 긴급중재인 제도의 개정으로 중재신청서 제출 전에도 긴급중재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어 긴급중재인 제도를 더욱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4 또한, 긴급중재 신청과 함께 상대방에 대한 통지 없이(ex parte) 자산처분 금지 등 보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신설되어5 긴급중재의 실효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구체적으로, 2016 SIAC 중재규칙에 따르면 긴급중재를 원하는 당사자는 반드시 중재신청서(Notice of Arbitration) 제출과 동시에 또는 그 이후에만 긴급중재를 신청할 수 있었으나, 이번 SIAC 중재규칙의 개정으로 중재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도 긴급중재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긴급중재를 신청한 당사자는 긴급중재 신청일로부터 7일 이내 중재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하며, 이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긴급중재 신청은 철회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또한 당사자 간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긴급 중재를 신청하는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이 사실을 통지하기 전에 긴급중재인에게 보전처분을 신청하여 긴급중재인 제도의 목적을 저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긴급중재인은 선정된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보전처분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하며, 보전처분을 신청한 당사자는 보전처분 결정을 수령한 후 12시간 이내에 상대방에게 해당 결정을 송부하여야 합니다. 만약 보전처분 결정일로부터 3일 이내에 보전처분 결정이 상대방에게 송부되지 않을 경우, 해당 보전처분은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B. 복잡한 분쟁의 효율적 해결 및 관리를 위한 절차의 도입
(1) 병행절차(Coordinated Proceedings)의 신설
주요 포인트: 동일한 프로젝트나 거래와 관련된 여러 계약에서 사실관계나 법률적 쟁점이 공통되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병합(consolidation)이 불가능하다면, 신설된 병행절차의 활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6 병행절차를 활용하면 관련된 분쟁들 간에 모순되거나 상충되는 결과가 발생할 리스크를 줄이고, 중복된 심리와 서면 제출을 최소화함으로써 당사자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두 개 이상의 중재 사건에서 중재판정부가 동일하고 사실관계나 법률적 쟁점이 공통되는 것들이 있는 경우, 당사자는 중재판정부에 대하여 해당 중재 사건들이 병행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중재판정부는 (i) 사건들을 동시에(concurrently) 또는 순차적으로(sequentially) 진행하거나, (ii) 사건들을 함께 심리하면서 절차적 측면을 조율하거나, (iii) 다른 사건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특정 중재절차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중재사건들을 병행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당사자 간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병행되는 중재사건들은 여전히 독립하여 진행됩니다. 이에 따라 각 사건에 대해 개별적인 결정 및 판정이 내려집니다.
중재의 병행 진행은 각 사건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절차 및 판정의 효율성과 통일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여러 중재 사건을 하나의 중재로 통합하여 진행하는 중재의 병합(consolidation)과는 구분됩니다.
(2) 예비적 결정(Preliminary Determination)의 명문화
주요 포인트: 기존 2016 SIAC 중재규칙에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었으나, 예비적 결정은 다수의 SIAC 중재에서 실무적으로 많이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번 중재규칙 제46조의 신설로 예비적 결정은 명시적 근거를 갖게 되었습니다.
2025 SIAC 중재규칙은 중재 진행 중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또는 중재판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분쟁의 일부 쟁점에 대해 최종적이고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여 예비적 결정을 명문화하였습니다.7 중재판정부는 당사자가 예비적 결정을 신청하면 9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예비적 결정의 주요 목적은 중재절차 초기 단계에서 특정 쟁점을 조기에 판단함으로써 분쟁의 쟁점을 줄이거나, 경우에 따라 중재를 조기에 종결함으로써 중재절차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i) 중재판정부의 관할권, (ii) 중재합의의 존재 여부, (iii) 청구에 관한 소멸시효 도과 여부 등의 선결적 쟁점에 관하여 먼저 판단함으로써 중재절차 전체를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3) 절차회의(Administrative Conference) 제도 신설
주요 포인트: 중재절차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절차회의 제도가 신설되었습니다.8 SIAC 사무국장은 중재판정부의 구성 전에 당사자들과 절차회의를 열어 절차적 또는 행정적 사항을 논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존에는 중재판정부가 구성된 이후 첫번째 사건관리 회의(case management conference) 또는 절차준비기일(procedural hearing)에서 절차 및 기타 행정사항에 관한 논의가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절차회의 제도의 신설로 중재판정부 구성 전에 중재절차의 진행 속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서면 제출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중재판정부 구성 전에 긴급중재 절차가 진행된 경우, 중재판정부의 구성과 관련하여 당사자 간 의견충돌이 있는 경우, 중재의 병합 또는 병행절차 활용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경우 등에는 절차회의를 활용하는 것이 더욱 유용할 것입니다.
C. 사용자의 필요 및 편의성을 고려한 절차의 개선
- 판정문 초안 제출기한 명문화: 기존 2016 SIAC 중재규칙에서 중재절차 종료 후 45일 이내에 판정문 초안을 제출하도록 규정했지만, 절차 종료 시점을 중재인이 결정할 수 있어 기한이 다소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2025 SIAC 중재규칙은 이를 개선하여, 당사자의 마지막 구두 또는 서면 의견 제출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판정문 초안을 제출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9
- SIAC Gateway 도입: 서면, 증거, 서신 등 각종 문서들의 온라인 제출 및 관리가 가능하도록 SIAC 전용 사건 관리 플랫폼인 SIAC Gateway 가 도입되었습니다.10
-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environmentally sustainable) 절차 장려: 중재판정부는 당사자와 협의하여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방식으로 중재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드카피 대신 전자문서의 제출, 화상 또는 하이브리드 심리와 같은 방식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중재절차를 진행할 경우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11
- 정보보안의무 및 관련 제재 조치 도입: 개인정보 및 데이터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SIAC은 정보보안 관련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중재판정부는 당사자에게 특정 정보보안 조치를 취할 것을 명할 수 있으며, 해당 조치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부과하거나 손해배상 및 비용의 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위 규정은 정보 보안에 대한 중재 당사자들의 높아지는 요구를 충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12
2. 결론
이번 개정을 통해 SIAC 중재규칙 하에서 중재를 진행하는 당사자들은 다양하고 세분화된 절차를 활용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SIAC은 매년 SIAC 중재규칙에 따른 절차의 활용 현황을 기록하고 있으므로, 향후 이를 통해 실제로 분쟁 당사자들이 새로 도입된 절차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 내용에 대해 궁금하신 사항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신 경우,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1 2025 SIAC 중재규칙, 제13조 및 별지2.
2 2025 SIAC 중재규칙, 제14조 및 별지3.
3 2025 SIAC 중재규칙, 제6.4조, 제73.조, 제32.4조 및 제50.2조.
4 2025 SIAC 중재규칙, 제12조 및 별지1, 제2(a)항.
5 2025 SIAC 중재규칙, 별지1, 제25항 내지 제34항.
6 2025 SIAC 중재규칙, 제17조.
7 2025 SIAC 중재규칙, 제46조.
8 2025 SIAC 중재규칙, 제11조.
9 2025 SIAC 중재규칙, 제53.2조.
10 2025 SIAC 중재규칙, 제4.2조, 제4.3조 및 제6.1조.
11 2025 SIAC 중재규칙, 제32.4(b)조
12 2025 SIAC 중재규칙, 제61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