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5일, 유럽사법재판소(the 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CJEU”)는 C-339/22 사건에서 EU 회원국 법원의 특허소송의 관할권에 관하여 놀랄만한 획기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기존에 이해되고 있던 바와는 달리 피고가 소재하고 있는 EU 회원국 소재 법원에 초국가적인 광범위한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으로서, 향후 유럽특허 권리자의 특허권 행사 전략과 관련하여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I. 사건의 배경 및 쟁점
본 사건은 진공청소기 기술에 관한 유럽 특허 EP 1,434,512(이하 “EP 512 특허”)의 특허권자인 독일기업 BSH Hausgeräte GmbH(이하 “BSH”)가 스웨덴 기업인 Electrolux AB(이하 “Electrolux”)가 EP 512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스웨덴 법원에 소를 제기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EP 512 특허는 독일, 그리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영국, 튀르키예 등 여러 국가로 진입되어 등록되었는데, 이에 대해 Electrolux는 EP 512 특허가 무효이고, 위 특허 중 스웨덴 외의 국가에 진입하여 등록된 특허에 관하여는 스웨덴 법원에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Electrolux의 주장은, 민사나 상사 문제와 관련된 관할권 및 판결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Regulation (EU) No 1215/2012(이하 “브뤼셀 I bis 규정”)가, 제4조 (1)항에서는 피고의 거주지 회원국에 소송 관할권을 인정하는 일반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한편, 제24조 (4)항에서는 특정 회원국에 허여된 유럽특허의 등록이나 유효성에 관한 절차에 있어서는 그에 관한 이슈가 소송이나 항변으로 제기되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 특허의 등록 등이 이루어진 회원국 법원이 배타적 관할권을 보유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the courts of each Member State shall have exclusive jurisdiction in proceedings concerned with the registration or validity of any European patent granted for that Member State”)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1심에서는 Electrolux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사건의 피고 거주지 관할 법원인 스웨덴 법원은 스웨덴 외의 타 회원국에 진입하여 등록된 특허 및 EU 회원국이 아닌 튀르키예에 진입하여 등록된 특허에 대해서는 관할권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판단에 대해 BSH는 피고가 주거지를 둔 법원이 특허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더라도 특허 침해 여부 자체에 대해서는 심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항소를 하였는데, 스웨덴의 항소심 법원은 브뤼셀 I bis 규정 제4조 (1)항과 제24조 (4)항의 관계와 관련하여 아래 사항에 대한 해석을 유럽사법재판소에 회부하였습니다.
- 1) 브뤼셀 I bis 규정 제24조 (4)항은 동 규정 제4조(1)항에 따라 특허침해 분쟁을 심리할 관할권이 있는 국가 법원이 당해 소송절차에서 특허무효 항변이 제기되는 경우 침해 문제를 심리할 관할권도 상실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무효 항변을 심리할 관할권만 없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는지;
- 2)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침해 사건에서 무효 항변을 제기할 때 무효 선언을 위해서는 피고가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도록 요구하는 국내법의 영향을 받는지;
- 3) 브뤼셀 I bis 규정 제24조(4)항이 (EU 회원국이 아닌) 제3의 국가 법원에도 적용되는지, 즉 유럽특허가 등록된 비 EU 회원국(본 사안의 경우 튀르키예)에도 배타적 관할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는지.
II. 유럽사법재판소의 판단
위 각 쟁점에 관하여 유럽사법재판소는 피고의 주소지 소재 회원국 법원의 관할권에 관한 일반 규칙과 특허의 유효성 문제는 특허가 부여된 곳의 법원이 가장 잘 다룬다는 원칙 사이에서, EU 회원국 법원의 특허소송 관할권을 폭넓게 보장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린 것으로 평가됩니다. 구체적으로 스웨덴 항소심 법원으로부터 회부된 쟁점에 대하여 유럽사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 1) 브뤼셀 I bis 규정 제24조 (4)항은, 다른 회원국에서 허여된 특허의 침해 여부가 문제된 소송 사건에서 동 규정 제4조 (1)항에 따라 관할권이 인정되는 피고의 거주지 소재 회원국 법원은 그 소송 사건에서 피고가 방어 수단으로 해당 특허의 유효성에 도전을 하는 경우, 그 특허의 유효성 여부에 대해서는 다른 회원국 법원이 배타적 관할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침해 소송에 대한 관할권을 계속 보유함. 다만, 이 경우 해당 법원은 브뤼셀 I bis 규정 제24조 (4)항에 따라 다른 회원국에 등록된 특허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으며, 침해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할 수 있음.
- 2) 위 1)의 해석은, 회원국의 국내법이, 피고가 특허의 유효성에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아니함.
- 3) 브뤼셀 I bis 규정 제24조 (4)항은 EU 회원국이 아닌 제3국 법원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며, 배타적이든 아니든 당해 제3국에 등록된 특허의 유효성 판단에 관한 어떠한 관할권도 부여하지 않음. 따라서, 브뤼셀 I bis 규정 제4조 (1)항에 따라 관할권이 인정되는 EU 회원국 법원은 제3국에 등록된 특허에 관한 침해소송에서 당해 제3국 특허의 유효성 여부에 관한 항변이 제기되는 경우, 제3국에서 허여된 특허에 관한 침해 문제 뿐만 아니라 항변으로서의 당해 특허의 유효성 여부에 대해서도 모두 판단할 수 있음. 다만, 이와 같은 회원국 법원의 비회원국 특허에 대한 유효성 판단은 당사자 사이에서만(inter partes) 효력이 있을 뿐, 당해 특허의 제3국에서의 존재나 내용에 영향을 미치거나 당해 국가에서의 등록에 대한 정정을 초래하는 것은 아님.
III. 본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여러가지 이유로 본 판결은 큰 파급효과를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상 특허침해 소송에 있어서는 무효 항변이 제기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러한 무효 항변에 대해서는 당해 특허 등록국에 배타적 관할권을 인정하고 있는 브뤼셀 I bis 규정 제24조 (4)항으로 인해 동일한 유럽특허라 하더라도 침해소송은 등록된 각 회원국 마다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판결은, 무효 판단에 대한 특허 등록국(EU 회원국인 경우)의 배타적 관할권은 존중하면서도 브뤼셀 I bis 규정 제4조 (1)항에 따라 침해소송의 피고가 EU 회원국 내에 거주지를 둔 경우, 당해 회원국 외의 다른 국가들에 등록된 특허에 대해서도 침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초국가적 관할권을 갖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다만, 본 판결은 유럽특허가 등록된 EU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구별하여, 브뤼셀 I bis 규정의 적용을 받는 EU 회원국에 등록된 특허의 유효성 여부에 관하여는 피고 거주지 EU 회원국 법원이 자국 특허 이외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못하고 단지 침해 여부에 대해서면 판단을 할 수 있는 반면, EU 회원국이 아닌 제3의 국가에 등록된 유럽특허에 관하여는 피고 거주지 소재 EU 회원국 법원이 침해 뿐만 아니라 무효 여부에 대해서도 판단을 할 수 있되, 다만 그 효과는 당사자 사이에서만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판결로 인해, 일단 EU 회원국 법원은 당해 국가에 등록된 유럽특허 뿐만 아니라 타 EU 회원국, 나아가 EU 회원국이 아닌 유럽특허 등록국가의 특허에 대해서도, 적어도 침해소송은 심리할 수 있는 초국가적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유무효에 대한 판단까지 거쳐야 종국적으로 특허침해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고 거주지를 관할하는 EU 회원국 법원이 타 국가에 등록된 특허의 유무효에 대한 결과를 고려함이 없이 침해 여부에 대해서만 선행적으로 판단을 할지는 미지수인바, 본 판결 이후 진행되는 소송 사건의 실무예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편, 본 판결은 UPC(통합특허법원) 사건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UPC도 UPC Agreement 회원국이 아닌 EU 회원국, 나아가 EU 회원국이 아닌 유럽특허 등록국의 특허, 대표적으로 영국에 등록된 특허에 대해서도 침해소송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UPC 관할권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는 UPC 소송제도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UPC 소송의 경우는 침해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한번의 판결로 UPCA 회원국 전체에 대한 특허가 무효로 될 수 있는 반면, 본 판결에 따라 opt-out된 특허를 기초로 EU 회원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다수 국에 등록된 특허 침해를 주장하면서도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심리는 개별 국가별로 행해져야 한다는 점에서 유럽특허의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본 판결에 따른 개별 국가 소송이 더 유리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EU 회원국의 national court에서 진행되는 소송과 UPC 소송간 경쟁이 더 심화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본 판결의 의미 및 영향, 적용범위 등에 대해서는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이고, 여러가지 분분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바, 본 판결에 따라 실무적인 경향이 어떻게 바뀔지는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본 판결로 인해, 유럽에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향후 유럽에서의 제소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 고려할 요소가 더 많아졌다고 할 수 있는바, 저희 법무법인(유) 세종의 IP 그룹은 유럽특허 소송제도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경우 본 판결의 의미 및 관련되는 유럽 소송전략 등에 관하여 더 심도 있는 정보를 제공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