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범처벌법에서는 재화/용역을 공급하지 않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거나 재화/용역을 공급받지 않고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행위를 처벌하고 있고(동법 제10조 제3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 공급가액 합계액이 30억 원 이상인 경우에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동법 제8조의2 제1항).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행위와 이를 발급받는 행위는 사실상 하나의 행위로 볼 수 있으나, 위 처벌규정은 이를 재화/용역을 공급하는 자 입장과 공급받는 자 입장으로 나누어 구분하고, 발행하는 행위와 발급받는 행위를 각각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자에 대해서는 그 발행한 행위를, 발급받은 자에 대해서는 그 발급받은 행위를 별개의 공소사실로 나누어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예외적으로 한 명의 행위자가 두 개 이상의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서로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발급받은 경우에는 그 행위자가 세금계산서 발행한 행위와 발급받은 행위 전부를 하나의 공소사실로 구성하여 기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9도12842 판결 등).
한편, 이와 별개로 거래상대방의 부탁으로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행위와 관련하여 이를 발급받은 거래상대방을 발행한 자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이론상 문제될 수 있는데 이에 관해서는 아직 판결례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과 거래상대방은 서로 교차하여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도 하고 발급받기도 하는 관계에 있었는데, 기소 전에 거래상대방이 사망하자 검찰은 피고인이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행위에 대해서는 피고인을 정범으로, 거래상대방이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행위에 대해서는 피고인을 공범(공동정범)으로 기소하였습니다.
제1심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저희 법무법인(유) 세종은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어, ‘대향범 관계에 있는 자 사이에서는 각자 상대방의 범행에 대하여 형법 총칙의 공범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도4842 판결 등)을 인용하면서 이러한 판례는 세금계산서 수수 관계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무법인(유) 세종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거래상대방이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행위에 대해서 피고인을 거래상대방의 공범(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제1심의 판단은 필요적 공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어려운 법리적인 쟁점을 다투어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형사재판 경험을 가진 하태헌 변호사와 조세법 전문가인 우도훈 변호사가 형사법리와 조세법리를 잘 융합하여 효율적으로 재판부를 설득한 결과입니다.
이 판결은, 기존에 뇌물수수나 배임수증재 등에 관하여 인정되던 대향범에 관한 법리를 가공 세금계산서 수수 관계의 경우에도 인정하여, 그간 가공 세금계산서 수수의 거래상대방의 행위에 대해 공범으로 기소하지 않던 관행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