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야닉 시너가 금지약물 검출에 따른 3개월 자격정지 징계 이후 복귀를 앞두고 있습니다. 야닉 시너는 2024년 3월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로 지정되어 있는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 클로스테볼(clostebol) 양성 반응이 나왔고, 이로 인하여 세계도핑방지기구(World Anti-Doping Agency)로부터 2025. 2. 9.부터 2025. 5. 4.까지 3개월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온 선수에 대한 징계 절차와 징계 처분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도핑방지규약 위반행위란?
세계도핑방지규약(World Anti-Doping Code)은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되는 경우 또는 선수가 시료 채취를 회피 또는 거부하거나, 소재 불명으로 검사를 받지 않는 등의 행위를 제재,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지약물 검출과 관련해서 중요한 점은, 선수의 고의나 과실, 부주의 또는 인지 후 사용 여부는 규약 위반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며, 단지 징계 처분의 수위 결정시에만 고려되는 양형사유에 불과합니다. 세계도핑방지규약(World Anti-Doping Code)에서는 ‘엄격 책임(strict liability)’ 원칙을 규정하여, 도핑방지규약 위반 여부를 따질 때 선수의 귀책사유를 불문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2. 자격정지의 기준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도핑방지규약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선수의 귀책사유 여부를 묻지 않는 ‘엄격 책임(strict liability)’ 원칙이 적용되지만, 징계 처분의 수위를 결정할 때에는 선수에게 고의·과실이 있었는지 등 구체적 사정을 참작합니다. 즉, 선수가 도핑방지규약 위반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이나 부주의가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의 징계 처분를 받거나 아예 징계 처분을 면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금지약물이 검출된 선수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도핑방지기구가 선수에게 고의1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선수는 4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게 되고(World Anti-Doping Code 10. 2. 1. 2.),
② 도핑방지기구가 선수의 고의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 선수는 2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게 됩니다(World Anti-Doping Code 10. 2. 2.).
③ 중대한 과실 또는 부주의가 없는 경우(no significant fault or negligence)에는 2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World Anti-Doping Code 10. 6. 1. 1.),
④ 선수에게 과실 또는 부주의가 없는 경우(no fault or negligence), 자격정지 처분을 면할 수 있습니다(World Anti-Doping Code 10. 5.).
3.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
도핑검사 및 징계 절차는 개별 스포츠 기구에서 관할하고 있습니다. 테니스의 경우, 국제테니스청렴기구(ITIA)가 수시로 도핑검사를 실시하고,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이는 등 도핑방지규약 위반이 발생하면 ITIA 징계위원회(Independent Tribunal)가 해당 선수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자격정지 등의 징계 처분을 내리게 됩니다.
ITIA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할 수 있는데, 항소는 징계 대상자인 규약 위반 선수도 할 수 있고 세계도핑방지기구도 할 수 있습니다. 통상 위반 선수는 징계 처분이 너무 과하다는 것을, 세계도핑방지기구는 징계 면제 결정이 부당하다거나 또는 징계 처분이 너무 가볍다는 것을 항소 이유로 합니다.
4. 야닉 시너 사건의 경과
야닉 시너의 경우, 2024년 3월 10일 BNP 파리바 오픈(인디언 웰스 마스터스) 도중에 실시된 도핑검사와 2024년 3월 18일 대회 종료 이후에 실시된 도핑검사에서 두 차례 모두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비록 검출된 양이 소량이었지만 세계도핑방지규약은 ‘금지목록에서 허용 농도가 명시된 약물인 경우를 제외하고, 선수의 시료에서 소량이라도 금지약물, 그 대사물질 또는 표지자가 검출되면 이는 도핑방지규약 위반에 해당된다(World Anti-Doping Code 2. 1. 3.)’고 규정하고 있어, ITIA 징계위원회는 야닉 시너가 도핑방지규약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야닉 시너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야닉 시너는 ITIA 징계위원회에, 담당 물리치료사가 손을 다쳐서 클로스테볼(clostebol)이 포함된 약품을 사용했고, 이후 해당 물리치료사로부터 마사지를 받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자신의 체내에 클로스테볼이 유입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금지약물이 자신의 체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어떠한 과실이나 부주의가 없었기에 자격정지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ITIA 징계위원회는 야닉 시너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2024년 8월 야닉 시너가 자격정지 처분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세계도핑방지기구는 2024년 9월 26일 위 판단을 취소하여 달라는 취지의 항소를 스포츠중재재판소(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에 제기하였습니다.
세계도핑방지기구는, CAS에 야닉 시너에 대한 1년에서 2년 사이의 자격정지 처분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2025년 2월 15일 야닉 시너와 3개월 자격정지에 합의함에 따라 위 항소를 취하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세계도핑방지기구와 야닉 시너는 서로 기존의 입장에서 약간 물러서고, 금지약물 검출이라는 도핑방지규약 위반에 야닉 시너에게 과실 또는 부주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합의하여 이 사건을 종결한 것입니다.
5. 법적 대응의 중요성
이번 사건은 도핑방지규약 위반에 대한 '엄격 책임' 원칙이 적용되는 상황에서도 적절한 법적 대응을 통해 선수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낸 사례입니다. 야닉 시너는 금지약물 검출 당일 잠정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처분 당일 변호사를 통하여 금지약물의 체내 유입 경위를 소명하고 그 과정에서 본인에게 과실이 없었다는 취지로 대응하여 해당 처분을 해제하는 결정을 받아 금지약물 검출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4년의 자격정지를 받을 수 있는 중대한 혐의에도 효과적인 대응을 통해 선수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징계 처분의 수위를 대폭 낮추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도핑방지규약 위반이 문제가 되었을 경우 적절한 법적 대응은 과도한 징계 처분을 예방하고, 선수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스포츠 법률, 국제분쟁해결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어 도핑방지규약 위반과 같은 복잡한 사안에 최적의 법률 자문을 제공합니다.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으신 경우 담당 전문가에게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1 세계도핑방지규약(World Anti-Doping Code) 10. 2. 3.은 “‘고의’란 선수 또는 기타 관계자가 자신의 행동이 도핑방지규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그 행동이 도핑방지규약 위반으로 이어질 위험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한 위험을 명백히 무시한 것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