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재비용의 의의
(1) 중재비용의 의의 및 구성
중재비용은 중재절차에 소요되는 기간과 함께, 중재 신청을 제기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특히 청구금액이 비교적 작은 사건의 경우, 중재 신청 제기 이전에 중재비용의 규모를 파악하여 중재 진행의 실익이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재비용은 통상 (i) 중재인의 보수, (ii) 중재기관 비용, 그리고 (iii) 당사자 비용의 3가지 항목으로 나누어지며 각 중재기관별로 구체적인 산정 방식이나 금액은 다를 수 있으나, 기본적인 분류는 유사합니다.1 아래에서 주요 중재기관들2의 규칙을 기초로 국제중재의 주요 비용 항목들과 분담구조 등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중재인 보수(arbitrator’s fees)는 원칙적으로 중재인과 분쟁당사자 사이 합의에 의하여 정해지게 되는데, 중재기관이 있는 경우에는 중재인 보수에 관한 중재기관의 규칙이 적용됩니다.3 대부분의 주요 중재기관들은 중재인 보수를 분쟁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다만 LCIA는 시간당 요율제(hourly rate)를 채택하고,4 HKIAC는 분쟁금액에 따른 고정요율제 또는 시간당 요율제 중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5
중재기관 | 중재인 보수 산정방식 |
ICC, SIAC, KCAB | 분쟁금액 기준 요율 |
LCIA | 시간당 요율 |
HKIAC | 분쟁금액 기준 요율 또는 시간당 요율 |
중재기관 비용(arbitral institution’s fees)은 중재기관에 지급되는 수수료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최초 접수비용(filing fee)과 분쟁금액 또는 시간당 요율에 따른 관리비용(administrative fee)으로 구성되며, 주요 중재기관별 금액은 아래와 같습니다.
중재기관 | 최초 접수비용(filing fee) | 관리비용(administrative fee) |
ICC | USD 5,000 | 분쟁금액 기준 요율 |
LCIA | GBP 1,950 (= USD 2,500) | 시간당 요율 |
SIAC | SGD 3,000 (= USD 2,200) | 분쟁금액 기준 요율 |
HKIAC | HKD 8,000 (= USD 1,000) | 분쟁금액 기준 요율 |
KCAB | KRW 1,000,000 (= USD 700) | 분쟁금액 기준 요율 |
당사자 비용(party’s legal or other costs)이란 분쟁당사자 본인이 당해 중재 사건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지칭하며, 주로 변호사 수임료, 전문가 선임료, 통번역 비용, 내부 인력 투입비용 등을 포함합니다. 대부분의 중재기관들은 이와 같은 당사자 비용도 중재비용의 일부로 보아 중재판정부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상대방에게 부담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6
(2) 중재비용의 규모 예상 방법: 개별 중재기관의 Fee Calculator 시스템 활용
대부분의 중재기관들은 공식 웹사이트에 Fee Calculato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분쟁당사자는 예상되는 분쟁금액을 Fee Calculator에 입력함으로써 중재인 보수 및 중재기관 비용의 대략적인 규모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특히 ICC, SIAC, HKIAC, KCAB의 경우 분쟁금액에 비례하는 비용 체계를 채택하고 있어, 중재 신청 이전 단계에서 예산 수립 및 사전 리스크 분석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임의중재(ad hoc arbitration)의 경우
임의중재란 중재기관이 관여하지 않는 중재로, 통상적으로 UNCITRAL 중재규칙(이하 “UNCITRAL 규칙”)이 적용됩니다. UNCITRAL 규칙은 중재기관의 개입 없이 당사자들이 자체적으로 절차를 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절차의 보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몇가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UNCITRAL 규칙은 중재비용이 부당하게 부풀려지지 않도록 제41조에서 중재인 보수의 합리성 요구와 비용 검토 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7 그런데 임의중재의 경우 중재기관 비용은 발생하지 않으나 기관의 지원 없이 당사자와 중재인이 직접 절차 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절차 진행 측면에서 많은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잡한 사건의 경우에는 당초에 임의중재를 선택하였더라도 나중에 당사자들이 합의를 통해 중재기관에 의한 중재로 이전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2. 당사자 사이 중재비용 분담
비용분담은 당사자간의 합의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나, 기관중재의 경우에는 해당 중재기관의 규칙이 적용됩니다.
중재기관 | 관련 조항 | 기본 원칙 |
ICC | 제38조 제4항8, 제5항 | 판정부 재량 원칙 |
LCIA | 제28조 제4항9 | 패소자 부담 원칙 |
SIAC | 제58조 제1항 | 판정부 재량 원칙 |
HKIAC | 제34.4조 | 판정부 재량 원칙 |
KCAB | 제52조 제1항 | 패소자 부담 원칙 |
그런데 중재기관의 규칙에서 패소자 부담 원칙이 아닌 판정부 재량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경우에도 실제 운용에 있어서는 당사자들의 승패여부가 비용분담 결정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 ICC 중재규칙의 경우 중재판정부에게 비교적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제38조 제5항에서는 중재판정부는 “각 당사자가 얼마나 신속하고 비용효율적으로 절차에 임하였는지를 포함하여 모든 관련 사정을 고려할 수 있다”10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승패여부 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절차 지연, 절차 진행에 비협조적 태도 등과 같은 당사자의 행위 또한 비용분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SIAC 중재규칙의 경우, 제58.1조에서는 중재판정부가 어느 당사자의 중재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당사자가 부담하도록 명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중재 절차에 임하는 당사자들의 태도와 효율성 등 ‘관련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2025년 개정 SIAC 규칙에서는 비용분담에 관한 결정에 있어 제3자의 자금지원(third-party funding) 여부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제38조 제6항), 이에 따라 당사자들은 제3자로부터 중재비용을 지원받았는지 여부 및 비용배상 약정이 있는지 여부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11
- HKIAC 중재규칙에서는 중재판정부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면서도 당사자들의 승패여부(relative success of the parties)를 포함하여 비용분담에 관한 결정시 고려할 요소들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고려 요소에는 (i) 제3자의 자금지원 여부, (ii) 결과 연동방식의 수임료 구조(outcome-related fee structure), 그리고 (iii) 중재 절차에서의 당사자들의 행위가 환경에 미칠 부정적 영향(adverse environmental impact) 등이 포함됩니다.12 따라서 중재 절차와 관련하여 불필요한 출장이나 과도한 문서 출력 등 환경에 부정적인 행위를 한 경우, 이는 비용분담 결정시 해당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KCAB 국제중재규칙은 패소자 부담 원칙을 채택하면서도 또한 중재판정부에게 일정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즉, 중재비용은 원칙적으로 패소자가 전액 부담하되 예외적인 경우 – 쟁점별로 승패여부가 달라진 경우나, 승소자 측의 사유로 절차가 과도하게 지연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 비용을 적절하게 분담하도록 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부여됩니다.
3. 중재비용 효율화를 위한 유의사항
(1) 중재합의 작성단계
중재절차는 당사자 자치(party autonomy) 원칙에 따라 운영되므로, 비용분담에 있어서도 당사자 간 합의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재조항을 작성할 때에도 중재비용을 절감하고 상대방으로부터 비용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먼저, 중재기관을 선택할 때 각 중재기관의 비용구조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ICC의 경우 대체적으로 다른 중재기관들보다 높은 수준의 수수료 및 관리 비용을 요구합니다.
중재인의 수 역시 중재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중재인의 수에 비례하여 중재인의 보수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건의 구조가 단순하거나 분쟁금액이 비교적 소액일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중재 조항에 중재인의 수를 3인이 아닌 1인으로 명시해 두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2) 중재절차 진행단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사자의 중재 절차에 임하는 태도가 비용분담 결정과 관련하여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절차의 부당한 지연, 과도한 문서제출 요구, 절차명령 불이행 등의 비협조적 태도는 비용분담 결정에 있어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중재절차 진행과정에서 최대한 협조적이고 효율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재판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비롯해서) 필요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절차를 지연시키거나 불성실하게 임할 경우, 이를 기록으로 남겨두고 비용분담 결정 단계에서 활용하는 등의 전략도 필요합니다.
(3) 비용 내역 제출단계
중재의 마지막 단계에서 변호사 비용, 전문가 비용 등 상세한 비용 내역서를 담은 서면(Cost Submission)을 제출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 경우 일단 비용내역서만 작성해서 제출하면 되나, 경우에 따라서는 증빙자료의 제출이 요구될 때도 있습니다. 비용이 너무 과다하거나 제대로 증빙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여 감액을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4. 결론
소송과 달리 중재의 경우 중재인의 보수뿐만 아니라 중재기관의 절차관리 비용도 당사자가 부담하게 됩니다. 따라서 중재기관의 선택이나 중재판정부의 구성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중재비용의 구조를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중재조항의 적절한 설계와 효율적인 절차 진행을 통하여 비용분담과 관련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비용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 내용에 관하여 궁금하신 사항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신 경우,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상담하여 드리겠습니다.
1 ICC Rules (2021), Article 38(1); SIAC Rules (2025), Article 57(2); HKIAC Rules (2024), Article 34.1; KCAB International Arbitration Rules (2016), Article 50(1).
2 국제상공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ICC”); 런던국제중재재판소(London Court of International Arbitration, “LCIA”);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ngapore International Arbitration Center, “SIAC”); 홍콩국제중재센터(Hong Kong International Arbitration Centre, “HKIAC”); 대한상사중재원(Korean Commercial Arbitration Board, “KCAB”).
3 전병서, 중재비용에 관한 고찰, 법제연구 제57호(2019), 167면.
4 LCIA, Schedule of Costs (effective of 1 December 2023), Section 1(iii).
5 HKIAC, 2024 Schedule of Costs, Fees of Arbitral Tribunal and Tribunal Secretary.
6 ICC Rules (2021), Article 38(4); SIAC Rules (2025), Article 58; HKIAC Rules (2024), Article 34.4; KCAB International Arbitration Rules (2016), Article 52(1).
7 UNCITRAL Rules (2021), Article 41(1): “The fees and expenses of the arbitrators shall be reasonable in amount, taking into account the amount in dispute, the complexity of the subject matter, the time spent by the arbitrators and any other relevant circumstances of the case.
8 ICC Rules, Article 38(4): “The final award shall fix the costs of the arbitration and decide which of the parties shall bear them or in what proportion they shall be borne by the parties.”
9 LCIA Rules, Article 28.4: “The Arbitral Tribunal shall make its decisions on both Arbitration Costs and Legal Costs on the general principle that costs should reflect the parties' relative success and failure in the award or arbitration or under different issues, except where it appears to the Arbitral Tribunal that in the circumstances the application of such a general principle would be inappropriate under the Arbitration Agreement or otherwise.”
10 ICC Rules, Article 38(5): “In making decisions as to costs, the arbitral tribunal may take into account such circumstances as it considers relevant, including the extent to which each party has conducted the arbitration in an expeditious and cost-effective manner.”
11 SIAC Rules, Article 38.6: “The Tribunal may take into account any third-party funding agreement in apportioning costs under these Rules.”
12 HKIAC Rules, Article 34.4: “In determining (i) whether the costs of the arbitration referred to in Article 34.1 are reasonable and (ii) whether and how to apportion the costs of the arbitration in accordance with Article 34.3, the arbitral tribunal shall take into account the circumstances of the case. The arbitral tribunal may take into account any factors it considers relevant, including but not limited to:
(a) the relative success of the parties;
(b) the scale and complexity of the dispute;
(c) the conduct of the parties in relation to the proceedings;
(d) any third party funding arrangement;
(e) any outcome related fee structure agreement; and/or
(f) any adverse environmental impact arising out of the parties’ conduct in the arbit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