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대법원은 2025. 9. 18. 외국법인이 보유한 국내 미등록 특허권(국외에는 등록되었으나 국내에 등록되지 아니한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5. 9. 18. 선고 2021두59908 전원합의체 판결). 본 판결의 핵심 쟁점은 “한미조세협약상 사용료소득의 원천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특허의 ‘사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였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30여년간 ‘특허권은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사용될 수 있다’는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에 근거하여, 특허의 ‘사용’이란 특허가 등록된 국가 내에서의 법적 실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하고 이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해서는 ‘국내에서의 사용’이라는 개념을 인정하지 아니하였습니다. 그 결과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한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본 전원합의체 판결로 특허의 ‘사용’이란 특허권의 대상이 되는 제조방법·기술·정보 등(이하 ‘특허기술’)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고, 만약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사용되었다면 그 대가인 사용료소득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장기간 유지되어 왔던 기존 입장을 정반대로 변경하였습니다.
본 대법원 판결은 향후 국제조세 및 특허 실무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래에서는 그 주요 내용과 그 시사점을 상세히 분석하도록 하겠습니다.
2.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
가. 사건의 개요
반도체소자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는 내국법인인 원고는 2011. 6.경 특허관리전문회사인 미국법인으로부터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당하였습니다.
원고는 2013. 12. 미국법인과 미국에 등록된 40개의 특허권에 관하여 사용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종료하고 지역적 범위를 ‘전세계’로 하는 라이선스를 받는 내용으로 특허권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4년 미국법인에게 160만 달러의 사용료를 지급하고, 그에 따른 원천징수분 법인세를 납부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위 사용료가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대가로서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는 이유로 위 법인세의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는데, 과세관청이 이를 거부하자, 위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나. 종전 대법원의 입장
종래 대법원은 특허권 속지주의를 근거로, 특허의 ‘사용’은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므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경우에는 국내에서의 사용이나 그 사용에 대한 대가의 지급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는 원천징수 대상인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었습니다.
다. 본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
한미조세협약1 제14조 제4항 제a호는 특허의 사용 또는 사용권에 대한 대가로서 받는 모든 종류의 지급금을 사용료로 규정하고2, 동 협약 제6조 제3항은 특허의 사용료는 어느 체약국 내에서 이를 사용하는 것 또는 이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경우에만 해당 체약국 내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취급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3 그리고 동 협약 제2조 제2항은 “이 협약에서 정의되지 아니한 용어는, 달리 문맥에 따르지 아니하는 한, 그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의 법에 따라 내포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4
한편, 구 법인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3조 제8호는 국내원천 사용료소득에 관하여 정의하면서 그 단서에서 “소득에 관한 이중과세 방지협약에서 사용지를 기준으로 하여 그 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국외에서 사용된 권리 등에 대한 대가는 국내 지급 여부에도 불구하고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지 아니한다. 이 경우 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 권리의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권리(이하 ‘특허권 등’)는 해당 특허권 등이 국외에서 등록되었고 국내에서 제조, 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5
대법원은 먼저, 한미조세협약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가 규정하는 ‘사용지를 기준으로 하여 사용료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를 규정하고 있는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해당하는데, 위 협약이 ‘사용’의 의미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용’의 의미를 동 협약 제2조 제2항에 따라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의 법’, 즉 우리나라의 법인세법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의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 국내 제조, 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란 독점적 효력을 가지는 특허권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특허권의 대상이 되는 특허기술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사용되었다면 그 대가인 사용료소득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울러 ‘특허권 속지주의에 따르면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나 그 사용대가의 지급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이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에 반한다’고 본 종래 대법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지적도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 법리에 따라, 원고가 미국법인에게 지급한 사용료가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특허기술이 국내에서의 제조ㆍ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되었는지를 살피지 아니한 채 곧바로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3. 시사점 및 기업의 유의사항
외국법인에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를 지급하는 내국법인의 경우, 해당 특허기술이 국내에서의 제조ㆍ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되었다면, 그 대가로 지급하는 사용료는 본 판결에 따라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므로, 그에 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는 라이선스 계약서 작성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라이선스 계약상 라이선스의 대상, 지역적 범위, 사용료 산정 방식 등은 앞으로 국내 법인세의 과세 여부와 그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입니다. 향후 라이선스 계약 체결 시, 과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사항들에 대한 면밀하고 정치한 법률적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하나의 계약 내에 특허기술의 국내외 사용분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 전체 사용료 중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 부분을 합리적으로 구분하고 이를 입증하는 과제가 새롭게 대두될 것입니다. 이는 본 대법원 판결의 반대의견 및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실무상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관련 문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검토 결과 외국법인에게 지급하는 사용료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면, 라이선스 계약서에 사용료 지급시 원천징수 금액을 공제하고 지급한다는 규정을 명시적으로 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만약 원천징수 의무를 간과하고 라이선스 계약서에 아무런 규정도 없이 사용료를 전액 지급한다면 내국법인이 과세관청에 원천징수 세액을 납부한 후에 이를 외국법인으로부터 반환받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곧 중재나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본 대법원 판결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법리 논증 이면에, 정책적 고려가 함축된 결과로 이해해야 합니다. 본 판결의 영향으로 현재 유사 쟁점으로 소송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고, 나아가 이를 계기로 국제조세 사건 전반에 대해 과세관청의 입장이 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기업으로서는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 미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선제적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을 의미합니다.
2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사용료】
(4) 본 조에서 사용되는 “사용료”라 함은 다음의 것을 의미한다.
(a) 문학, 예술, 과학작품의 저작권 또는 영화필름, 라디오 또는 텔레비전 방송용 필름 또는 테이프의 저작권, 특허, 의장, 신안, 도면, 비밀공정 또는 비밀공식, 상표 또는 기타 이와 유사한 재산 또는 권리, 지식, 경험, 기능(기술), 선박 또는 항공기(임대인이 선박 또는 항공기의 국제운수상의 운행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자인 경우에 한함)의 사용 또는 사용권에 대한 대가로서 받는 모든 종류의 지급금
3 한미조세협약 제6조 【소득의 원천】
(3) 제14조(사용료) (4)항에 규정된 재산(선박 또는 항공기에 관해서 본조(5)항에 규정된 것 이외의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동 조항에 규정된 사용료는 어느 체약국내의 동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지급되는 경우에만 동 체약국 내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취급된다.
4 한미조세협약 제2조 【일반적 정의】
(2) 이 협약에서 사용되나 이 협약에서 정의되지 아니한 기타의 용어는, 달리 문맥에 따르지 아니하는 한, 그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의 법에 따라 내포하는 의미를 가진다. 상기 규정에 불구하고 일방 체약국의 법에 따른 그러한 용어의 의미가 타방 체약국의 법에 따른 용어의 의미와 상이하거나, 또는 그러한 용어의 의미가 어느 한 체약국의 법에 따라 용이하게 결정될 수 없는 경우에 양 체약국의 권한있는 당국은 이중과세를 방지하거나 또는 이 협약의 기타의 목적을 촉진하기 위하여 이 협약의 목적상 동 용어의 공통적 의미를 확정할 수 있다.
5 구 법인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국내원천소득)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8.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권리·자산 또는 정보(이하 이 호에서 "권리 등"이라 한다)를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그 대가를 국내에서 지급하는 경우 그 대가 및 그 권리 등을 양도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 다만, 소득에 관한 이중과세 방지협약에서 사용지(使用地)를 기준으로 하여 그 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국외에서 사용된 권리 등에 대한 대가는 국내 지급 여부에도 불구하고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지 아니한다. 이 경우 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 권리의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권리(이하 이 호에서 "특허권 등"이라 한다)는 해당 특허권 등이 국외에서 등록되었고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
가. 학술 또는 예술상의 저작물(영화필름을 포함한다)의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 모형, 도면, 비밀스러운 공식 또는 공정(工程), 라디오·텔레비전방송용 필름 및 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자산이나 권리
나. 산업상·상업상·과학상의 지식·경험에 관한 정보 또는 노하우
[English version]Landmark Supreme Court Decision on Royalties for Patents Unregistered in Kore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