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배경

원고들은 망인과 A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입니다.  망인은 A 사망 후 약 40년간 C(이하 ‘피고’)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였습니다. 

망인은 2020.경 위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하여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악화되었고, 2023. 경도 치매 판정을 받아 계속적인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2024. 3. 의료진의 치료 권유에도 불구하고 망인을 강제 퇴원시켰습니다. 

피고는 망인을 퇴원시킨 지 사흘 뒤 관할 행정청에 망인과의 혼인신고서(이하 ‘이 사건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가족관계등록부에 망인의 배우자로 등재되었습니다.  그러나 망인은 혼인신고일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사망하였습니다.  이후 피고가 망인의 법정상속인으로서 상속분을 주장하자, 망인의 자녀인 원고들은 C를 상대로 혼인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쟁점 및 법원의 판단

법무법인(유) 세종은 망인의 자녀인 원고들을 대리하여, ‘피고가 혼인신고를 할 당시에 망인과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혼인은 민법 제815조 제1호에 따라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냈습니다.

민법 제815조 제1호는 ‘당사자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를 혼인무효 사유로 정하고 있으나, 이 조항을 근거로 혼인무효가 인정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혼인의 의사가 불분명한 경우에도 ‘혼인의 관행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사실혼 관계를 형성시킨 상대방의 행위에 기초하여 그 혼인의사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반대되는 사정, 즉 혼인의사를 명백히 철회하였다거나 당사자 사이에 사실혼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혼인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라는 입장으로, 설령 혼인신고 당시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사실혼 관계에서의 혼인무효는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대법원 1980. 4. 22. 선고 79므77 판결, 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므935 판결,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므1329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므2451 판결 등 참조).

이에 법무법인(유) 세종은, 이 사건에서는 아래와 같이 ‘망인의 혼인의사를 추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망인은 재혼할 의사(피고와 혼인할 의사 포함)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주장, 증명하였습니다:  (ⅰ) 망인이 이미 이혼을 경험한 자로서 더 이상 재혼할 의사가 없음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고히 표시하여 왔음, (ii) 망인은 사실혼 배우자인 피고에게 상속권이 없음을 전제로 생전에 미리 다수의 부동산을 피고에게 증여하였음, (iii) 이 사건 혼인신고 4개월 전에도 피고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기록이 남아 있음.    

나아가, 법무법인(유) 세종은 아래와 같은 사유를 들어 이 사건 혼인신고는 피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망인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는 점 또한 주장, 증명하였습니다: (iv) 이 사건 혼인신고서에 서명·날인한 증인들의 증언과 증인을 거부하였던 다른 지인들의 증언 등을 비교·분석함으로써, 망인은 생전에 혼인신고를 할 의사가 없었고 오로지 피고의 의사로 신고가 이루어졌음, (v) 오히려 피고는 평소에 망인 재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었고, 피고는 망인 사망 직후 망인의 통장에서 임의로 현금을 인출하였으며, 심지어 원활한 현금 인출을 위해 망인의 사망 사실을 은폐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있음.

치열한 변론 끝에 법원은 법무법인(유) 세종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피고와 망인 사이의 혼인은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로써 피고는 망인의 배우자로서의 신분관계 및 그에 따른 상속권 등의 법률상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고, 원고들은 망인의 상속인으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시사점 – 사실혼 배우자의 일방적 혼인신고에 대한 대응 및 상속분쟁 대비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는 합의가 존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혼인의사가 추정된다는 입장이므로(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므2451 판결 등 참조), 그 추정을 깨고 혼인의 의사가 없다는 판단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 외국인 배우자가 대한민국 입국·취업만을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경우 민법 제815조 제1호의 혼인무효 사유를 인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 사건처럼 40년 이상이나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혼인의사를 결여하였다고 보아 혼인무효 판단을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의 일방적인 혼인신고는 추후 상속 및 재산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번 판결은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사실혼 관계가 지속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있었다고 쉽게 추단할 수 없으며, 오히려 혼인신고 당시의 망인의 건강상태·의사능력, 혼인신고 경위, 사망과의 시간적 근접성 등 제반 사정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혼인의사의 존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가사·상속분쟁에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