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원고들은 오피스텔 신축하여 분양하는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부동산신탁회사인 A사와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사업부지(이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신탁등기를 마쳤으며, A사와 원고들은 B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여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B사가 지하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던 중 지하연속벽 및 지반이 변형되면서 주변 도로와 지반에 균열·침하가 발생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관할 지자체의 공사중지 명령에 따라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었습니다. 감정 결과 이 사건 사고의 근본 원인은 흙막이 구조물의 과소설계 등 설계상 하자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위탁자 겸 수익자인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 및 공사 중단이 수탁자인 A사의 선관주의의무 및 공정관리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A사를 상대로 신탁계약의 해제·해지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및 토지인도를 구함과 동시에 원상복구비용 및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 등 합계 약 160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제1심 법원이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자, 원고들은 항소를 제기하면서 안전관리계획 보완요청 관련 주의의무 위반 주장 및 신탁법상 원상회복의무 선이행 주장 등을 추가하고 청구취지를 확장하였습니다.

 

2. 판결의 주요 내용 및 의미

법무법인(유) 세종은 제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A사를 대리하여, 신탁계약의 구조와 건설기술 진흥법 등 건설 관련 법령의 체계를 토대로, ① 분양형 토지신탁에서 수탁자인 A사가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는 도급인에게 통상 요구되는 공정관리상의 주의의무에 한정될 뿐, 설계·시공·감리 그 자체에 관한 기술적 지휘·감독 의무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② 민간 발주자인 A사는 관계 법령상 안전관리계획의 승인 주체가 아니며, 지자체로부터 통보받은 심사 결과를 시공사에 전달하는 등 법령 및 신탁계약상 요구되는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는 점, ③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된 설계상 하자는 A사가 사업에 참여하기 전 원고들이 선정한 설계사의 설계 단계에서 이미 발생한 것으로서 A사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 ④ 사정변경으로 신탁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수탁자의 비용보상청구권과 자조매각권 규정에 비추어 위탁자의 비용보상의무가 A사의 신탁재산 반환의무보다 선이행되어야 하며, A사가 이미 막대한 고유자금을 사업비로 투입한 이상 현재 최종 정산액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비용보상의무를 이행하기 전에는 토지 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였습니다.

그 결과 항소심 법원은 법무법인(유) 세종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A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부정하고 원고들의 비용보상의무 선이행 없이는 신탁토지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항소와 항소심에서 추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분양형(차입형) 토지신탁에서 수탁자가 대외적인 건축주 및 도급인의 지위를 겸하더라도, 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 및 공정관리의무가 설계·시공이나 안전관리계획 보완 등 전문적·기술적 영역에 대한 결과책임으로까지 확장될 수 없음을 명확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공사 중단으로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하고도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신탁사를 상대로 위탁자가 손실을 전가하려 한 사안에서, 신탁종료 시 수탁자의 투입비용 회수를 위한 정산절차(비용보상의무 선이행)가 신탁재산 반환보다 우선한다는 법리를 다시금 확인함으로써 신탁사의 권익 보호를 위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