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6. 9. 10. 선고 2026다200657 판결)

위임장 대결이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한 자와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를 공동보유자로 보아 그 합산한 지분을 기준으로 대량보유 보고를 하여야 하며(이른바 ‘5% 룰’), 만약 보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합산하여 5%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위와 같은 사안이 중요한 쟁점으로 다루어졌는데, 대법원은 주주가 특정 주주총회를 위하여 일시적이고 철회 가능한 방식으로 의결권 대리행사를 위임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권유자와 사이에 의결권(의결권 행사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 포함)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공동보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사건의 개요

소수주주인 C사 등이 법원의 소집허가를 받아 개최한 상장법인 멜파스의 임시주주총회(이하 ‘이 사건 주주총회’)에서 재직 이사 및 감사를 모두 교체하는 안건 등이 가결되었습니다.  그런데 C사 등은 이 사건 주주총회와 관련하여 멜파스의 주주들을 상대로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였고, 이를 통해 위임받은 의결권을 이 사건 주주총회에서 행사하였습니다.  

멜파스의 일부 주주들(이하 ‘원고들’)은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들은 권유자인 C사 등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한 공동보유자에 해당하는데 그 합산한 주식이 5%를 초과함에도 대량보유 보고를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5%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제한되며, 이러한 경우 결국 이 사건 주주총회 결의가 의결정족수에 미달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주주총회 결의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멜파스를 대리하여 제1심부터 상고심까지 소송을 수행하였습니다.

 

2. 소송에서의 핵심 쟁점과 주요 소송수행 전략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자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응하여 위임장을 교부한 주주들을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1조 제2항 제3호에 따른 공동보유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위 시행령 규정에 따른 공동보유자가 되기 위한 의결권 공동행사의 합의는 다른 공동보유자 요건인 주식의 공동취득이나 상호 양도·양수 합의에 준할 정도의 권유자와 피권유자 간의 상호 구속적 합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리행사 권유에 따른 의결권 위임은 특정한 주주총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피권유자는 주주총회 전까지 언제든지 위임을 철회할 수 있어 상호 구속적 합의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권유에 응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동보유자로 보아 의결권을 제한한다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제도의 취지가 몰각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아울러 권유를 통한 위임장 확보만으로는 대량보유 보고가 필요하지 않다는 금융감독원의 안내도 제시하였습니다.

제1심과 항소심은 법무법인(유) 세종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공동보유자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대법원도 의결권 공동행사의 합의는 묵시적으로도 성립할 수 있으나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1조 제2항 제3호의 공동보유자가 되려면 단순히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외형만으로는 부족하고 의결권 또는 의결권행사의 지시권을 공동으로 행사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공동보유자로 보는 경우 의결권이 제한되는 불이익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주주가 특정 주주총회를 위하여 일시적이고 철회 가능한 방식으로 제3자에게 의결권 행사를 대리하도록 하거나 자본시장법 제152조에 따라 의결권 권유자에게 의결권의 대리행사를 위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행위를 합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본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1조 제2항 제3호의 의결권 공동행사 합의에 따른 공동보유자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그간 실무에서는 대리행사 권유를 통하여 찬반이 표시된 위임장을 확보한 것만으로는 대량보유 보고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 왔습니다.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공동보유자가 되려면 단순히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외형만으로는 부족하고 의결권 또는 의결권행사의 지시권을 공동으로 행사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대리행사 권유에 따른 의결권 위임은 원칙적으로 의결권 공동행사에 관한 의사의 합치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서와 같이 주주가 특정 주주총회를 위하여 일시적이고 철회 가능한 방식으로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는 것은 의결권 공동행사에 관한 의사의 합치로 볼 수 없다고 명시하였습니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위임의 철회를 제한하거나 또는 위임 철회시 위약금을 물리는 경우에는 의결권 공동행사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보아 공동보유자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 공동보유 판단 기준에 관한 입법 논의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따라 의결권을 위임받은 경우 등을 공동보유에서 제외하여 기관투자자의 대량보유 보고의무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는 등 공동보유 판단 기준을 정비하려는 입법 논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본 판결은 이러한 입법 논의와도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제도와 공동보유의 본질적 차이 등을 체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권유에 따른 위임만으로는 공동보유자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을 이끌어내고 전부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