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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분쟁

채권 파킹거래에 대한 사상 첫 기소 사건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 끝에 펀드매니저들과 달리 증권사 브로커들에게는 업무상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이끌어 낸 사례

금융감독원은 2013. 말경부터 2014. 2.경까지 A자산운용에 대한 부문검사를 실시한 후 해당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과 7개 증권사들의 채권 브로커들이 5조 700억 원 규모의 ‘채권 파킹거래’를 하였다고 발표하면서 2015. 1.경 자산운용사 및 증권사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 및 기관경고 등의 조치를 취하였고, 이후 검찰은 2014. 12.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결과를 통보받은 후 수사를 시작하여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를 업무상배임, 부정거래행위에 따른 자본시장법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였고, 해당 펀드매니저와 채권 파킹거래를 한 증권사 브로커들 역시 위 펀드매니저의 각 범죄행위에 대한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채권 파킹거래의 경우 학술적으로나 判例상 명확히 확립된 정의는 없었지만, 업계에서는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가 증권사 임직원을 통해 (i) 증권사의 계산으로 채권을 매수하여 (ii) 증권사의 계정에 보관(Parking)하도록 하고, (iii) 이후 펀드매니저가 이를 되사거나 타에 매도하도록 한 다음, (iv) 이를 통해 발생한 손익을 향후 정산하는 형태의 (v) ‘부외(off-book)’ 거래로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채권 파킹거래에 대해서는 그동안 특별한 규제나 형사처벌이 이루어진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채권 파킹거래 행위에 대한 최초 제재사례라고 소개하였고, 검찰 수사 후 이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자 채권 파킹거래에 대한 최초 강제수사라고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으며, 특히 자산운용사 및 증권사 등 국내 채권시장 업계에서는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졌던 채권 파킹거래에 대한 전대미문의 기소 사건의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검찰은 자산운용사들과 증권사 브로커들이 행한 채권 파킹거래로 인해 증권사에 발생한 손실을 투자일임재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투자일임재산의 투자자들에게 수천억 원 규모의 재산상 손실이 발생하였고, 증권사에게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고, 이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임과 동시에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것이고, 증권사 브로커들 역시 펀드매니저의 위 행위에 공모하였으므로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은 이 사건에서 증권사 브로커들 중 일부를 변호하면서, (i) 검찰 측의 공소사실은 구체적으로 브로커들의 어떤 행위가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에 해당한다는 것인지조차 전혀 알 수 없다는 점, (ii)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의 규정 취지와 외국의 입법례, 이와 관련된 하급심 판례의 입장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채권 파킹거래 및 이에 따른 손익 이전거래는 1계약당 거래금액만 100억 원에 이르고 있어 전문가가 아닌 개인투자자가 사실상 존재하지 아니하는 국내 채권 시장의 다른 투자자들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위험성이 없고, 부정거래행위에 준하는 정도의 위법성도 없다는 점, 설령 증권사들이 펀드매니저로부터 손실을 보전받은 것이 업무상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갑을관계상 철저히 펀드매니저에게 종속되어 있던 증권사 브로커의 입장에서는 펀드매니저의 행위에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응하게 된 것이고, 증권사 브로커의 입장에서는 펀드매니저가 어떤 의도로 채권 파킹거래를 하는지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투자일임재산에 이익을 귀속하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알 수 없으므로 이를 교사하거나 그들의 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업무상 배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치밀하고도 설득력 있게 주장하였습니다.

여러 공판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법무법인 세종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채권 시장에서 실제로 채권을 거래한 뒤 해당 거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채권 가격을 산정하여 발표하는 민간 채권평가사들로부터 의견서를 확보하는 등 다양한 실증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재판부를 설득하였습니다. 특히, 법무법인 세종은 변호인들 중 유일하게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살아있는 변론을 수행하는 등 검찰의 무리한 법적 구성을 반박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 채권 파킹거래와 같은 비경쟁매매의 결과는 금융투자협회에 의해 15분 내에 실시간으로 공시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정보는 채권 시장 참가자들이 아무도 참고하지 아니하는 ‘죽은 정보’이므로 같은 날 채권을 거래하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과 매일 거래된 채권 가격을 바탕으로 그 날의 종가를 산정하여 발표하는 민간 채권평가사들 역시 해당 거래를 제외한 채 종가를 산정하므로 이는 그 다음날 채권을 거래하는 모든 투자자들에게도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아니한다는 점을 재판부에 생생히 전달하였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대부분 법무법인 세종의 주장과 근거들을 직접 인용하면서, 우선 부정거래행위에 따른 자본시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장외 채권시장은 기본 매매단위가 100억 원에 이르고 그 시장 참가자가 기관투자자이며 전화, 메신저 등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이 거래에 참여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고, 금융투자협회에 보고되는 거래내역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되기는 하나 그 정보는 이미 시간이 지난 정보라는 점에서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끼칠 만한 정보로 보기 어려우며, 민간 채권평가사들의 경우 장외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의 시가나 종가를 산정함에 있어 정상적인 매매가 아닌 경우 이를 제외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히기도 한 점 등을 근거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채권 파킹거래에 따른 손익이전 거래가 다른 투자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할 만큼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과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하여, 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업무상 배임의 점에 대하여는, 펀드매니저들의 경우 증권사 계정에 채권을 파킹하는 행위 그 자체는 임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아니지만 채권 파킹 거래 과정에서 증권사에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하여 한 손익이전 거래는 투자일임계약에 위반한 것으로서 업무상 임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하고, 이들에게는 그와 같은 손익이전 거래를 통해 증권사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다는 불법영득 의사도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유죄로 판단한 후 징역형이라는 중형을 선고하였습니다.

반면, 재판부는 증권사 브로커들에 대해서는, 법무법인 세종의 주장과 근거들을 인용하면서, 증권사 브로커로서는 펀드매니저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채권 파킹거래를 하는지 알기 어렵고, 채권 파킹거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파킹한 채권을 해소할지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손익을 어떻게 정산할지에 대해서도 펀드매니저가 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채권 파킹거래로 증권사에 발생한 손실을 투자일임재산에 전가할지 여부 역시 펀드매니저에게 결정권이 있는 등 증권사 브로커는 수동적인 지위에 있을 뿐 펀드매니저들의 임무위반 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함으로써 결국 업무상 배임죄에 대하여도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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