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2. 6. 9. 선고 2021나2026886(본소), 2021나2026893(반소) 판결
임대인 A(이하 ‘임대인’)는 약사인 임차인 B(이하 ‘임차인’)와 사이에 약국 자리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수 차례 계약기간 연장 및 계약조건 변경을 거쳐 10년 이상 임대차계약 관계를 유지하여 왔습니다. 임대차계약 종료 무렵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부담하던 임대차보증금은 7억 2,500만 원, 월 차임은 1,000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종료를 앞두고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10억 원, 월 차임을 3,000만 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후 수 차례 계약갱신조건에 관한 내용증명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러나 상호 원하는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2018. 3. 14.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는데, 위와 같은 협상 과정에서 임차인은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거나 주선하기 위한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임차인은 임대차목적물에서 퇴거하지 않았고, 이에 임대인은 법무법인(유) 세종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목적물 명도소송(이하 ‘이 사건 소송’)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송에서 임차인은 반소로서 임대인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권리금 상당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습니다. 제1심 감정결과 임대차목적물의 적정 월 차임은 임대차보증금이 0원임을 전제로 하여 22,146,000원으로 평가되었는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제안하였던 계약갱신조건은 위 감정결과에 따른 적정 월 차임과 비교하여 약 1.7배 가량 높은 금액이었습니다.
이에 이 사건 소송 제1심은 임대차계약 종료 무렵 임대인이 제안한 계약조건이 적정 월 차임 및 기존 월 차임에 비해 상당히 높은 금액이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였고,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감정평가에 따른 권리금 상당액인 446,820,000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이에 법무법인(유) 세종은 항소심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상 임대인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조항은 엄격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는 점, 특히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행위에 관한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규정은 임대인의 계약체결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을 상가임대차법의 입법연혁 등을 근거로 설득력 있게 주장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이 사건과 같이 기존 임대차계약에 관한 갱신조건이 논의되고 있었고, 기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기 위한 어떠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사안에서는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행위가 인정될 수 없다는 법리적 주장을 펼쳤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관할 세무서에 대한 과세정보 제출명령신청 등을 통해 약사인 임차인이 그 동안 인근 대학병원에서 발급한 처방전에 따른 조제를 사실상 독점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얻어왔음에도 적정 월 차임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의 차임만을 부담하여 왔다는 점을 주장∙증명하였고, 이를 근거로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무렵 임차인에게 고액의 계약조건을 제안할 수밖에 없었던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변론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위와 같은 법무법인(유) 세종의 주장을 받아들여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반소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으며, 이로써 임대인은 4억 원이 넘는 거액의 손해배상 채무 부담 위험에서 벗어났습니다.
기존에 대법원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종료 무렵 현저히 높은 금액의 임대차보증금이나 차임을 요구하는 등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 자체를 거절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실제로 권리금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의 방해행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 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8다239608 판결), 위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다수의 하급심 판결이 선고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법원 및 하급심의 판단은 최소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이 논의되고 있던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었고, 이 사건과 같이 기존 임대차계약에 관한 갱신조건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기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 주선을 위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경우에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그 동안 유의미한 대법원 및 하급심 선례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1나2026886(본소), 2021나2026893(반소) 판결은 이러한 사안에 관하여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로서, 향후 권리금에 관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기준이 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