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청의 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무효로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고, 특히 행정계획의 경우에는 행정청에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어서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런데 최근 행정청의 도시계획시설결정의 무효를 선언한 의미 있는 판결이 선고되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원고는 드라마, 예능방송 등을 촬영∙제작할 수 있는 제작장소를 건설하기 위해 일산 탄현동 일대 부지에 대하여 ‘통신촬영시설(방송국)’ 용도로 피고 고양시장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은 후, 1995년경 제작센터(이하 ‘본건 제작센터’)를 완공하였습니다. 그런데 본건 제작센터가 완공되자, 피고 경기도지사는 1998년경 본건 제작센터를 도시계획시설(방송∙통신시설)로 결정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시설결정(이하 ‘본건 도시계획시설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구 도시계획법 등 관련 법령과 규칙에 의하면, 도시계획시설로서의 ‘방송∙통신시설’은 ‘① 사업용전기통신설비와 ② 무선설비, ③ 유선방송국설비’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단순한 촬영∙제작장소에 해당하는 본건 제작센터는 구 도시계획법령상의 방송∙통신시설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피고 경기도지사가 본건 도시계획시설결정을 함에 따라, 원고는 해당 부지와 제작센터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당하는 등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제약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더하여 제작센터가 준공된 이래로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주변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인근 주민들의 민원제기, 사생활 침해와 지식재산권 유출 문제 등으로 인하여, 제작센터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본건 도시계획시설결정의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을 제안하는 등 잘못된 도시계획시설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였으나, 피고 경기도지사, 고양시장은 기존에 이루어진 도시계획시설결정의 폐지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는 법무법인(유) 세종을 선임하였고, 법무법인(유) 세종은 원고를 대리하여, 본건 제작센터는 방송프로그램을 제작∙촬영하기 위한 세트장의 집합체로서 구 도시계획법 등 관련법령에서 정한 도시계획시설(방송∙통신시설)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본건 도시계획시설결정은 처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위법한 것으로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다는 이유로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는데(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0두10907 전원합의체 판결), 본건 제작센터를 도시계획시설인 ‘방송∙통신시설’로 오인하여 도시계획시설결정을 한 경우 그러한 하자가 과연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가 본 사건의 주된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처분청인 피고들은 본건 도시계획시설결정이 이루어진 후 장기간 동안 원고의 이의제기가 없었다거나, 처분에 하자가 있더라도 명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투었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본 사건을 수행하면서 ① 본건 제작센터의 인허가 과정에서 제출된 각종 서류 및 실제 현황에 비추어볼 때 단순한 제작 세트장일 뿐, 도시계획시설로서의 방송∙통신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고, ② 본건 도시계획시설결정이 이루어진 구체적인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하자는 중대할 뿐 아니라 명백하다는 점을 기존 선례 등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행정청이 법령 규정의 문언상 처분 요건의 의미가 분명함에도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그 의미를 잘못 해석한 결과, 처분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해당 처분을 한 경우에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대법원2014. 5. 16. 선고 2011두27094 판결 등 참조)을 지적하고, 본 사건이 바로 그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주장하였습니다.
그 결과 의정부지방법원은 법무법인(유) 세종의 주장을 인정하여, 본건 도시계획시설결정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므로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