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화전문회사가 여유자금의 투자 업무를 자산유동화계획에 따라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하 ‘자산유동화법’) 제22조 제1항 제6호는, 강행규정에 해당하고 이에 위반된 행위는 사법상 무효라고 본 사례]
1. 사안
원고는 은행 보유 부실채권을 유동화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전문회사로서,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자산유동화계획(이하 ‘이 사건 자산유동화계획’)을 통해 ‘자산유동화계획의 수행과정에서 자금의 여유가 있을 경우 향후 유동화계획의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전한 방법으로 여유자금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명시함
원고는 피고 A로부터 호텔 신축∙분양사업 관련 부동산신탁계약의 수익권으로 담보된 원리금(이하 ‘이 사건 원리금’) 중에서 75억 원 한도까지 수취할 수 있는 권리를 60억 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이 사건 원리금 수취권 양수도계약’), 피고 A에게 양수대금 60억 원을 지급함. 한편 원고는 피고 B에게 대여금 30억원, 상환일 6개월 후, 상환이자 5억 원, 연체이율 24%로 한 대여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이 사건 대여계약’), 피고 B에 30억 원을 대여함(이하 이 사건 원리금 수취권 양수도계약과 이 사건 대여계약을 통칭하여 ‘이 사건 각 계약’).
원고는 이 사건 각 계약의 체결 및 그 이행이 이 사건 자산유동화계획에서 정한 ‘안전한 방법으로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아 강행규정인 자산유동화법 제22조에 반하여 이 사건 각 계약은 무효임을 주장하면서, 피고A,B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등의 소송을 제기함.
1심이 피고 A, B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인용(피고 A에 대해 60억 원, 피고 B에 대해 30억 원)하자 피고들이 상소를 제기한 사례
2. 법원의 판단 : 항소 및 상고 기각
가. 자산유동화법 제22조 제1항 제6호(자산유동화계획에 따른 여유자금의 투자)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무효)
대법원은, ① 자산유동화법 제22조 제1항 제6호는 유동화전문회사가 여유자금의 투자 업무를 자산유동화계획에 따라 행하도록 규정하고, 같은 법 제20조 제1항은 유동화전문회사가 제22조에 의한 업무 외의 업무를 영위할 수 없도록 규정하며, 같은 법 제40조 제2호는 제22조를 위반하여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여유자금을 투자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 ② 자산유동화법은 금융기관과 일반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여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높이고 유동화증권에 투자한 투자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며, 자산유동화계획에 의하지 아니한 여유자금 투자를 제한한 취지는 유동화증권 상환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여 유동화증권의 투자자를 예측할 수 없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점, ③ 자산유동화법은 자산유동화계획에 반하거나 유동화증권을 소지한 자의 권리를 해하는 사원총회의 결의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함(제19조 제2항) 점 등을 지적하면서, 자산유동화법 제22조 제1항 제6호는 강행규정에 해당하고, 이에 위반된 행위는 사법상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함.
나. 자산유동화법 제22조 제1항 제6호 위반(자산유동화계획에 따르지 않은 여유자금의 투자) 여부 (적극)
대법원은, 이 사건 자산유동화계획상 ‘여유자금’이란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지급기한이 도래한 채무가 없을 때 원화추심관리계좌 또는 운영관리계좌에 남아 있는 자금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시하면서, 이 사건 각 계약의 대금으로 사용된 원고 자금은 자산유동화계획상의 ‘여유자금’으로 볼 수 있다고 본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함.
대법원은,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의 여유자금 투자에 대한 입장1, 다른 유동화전문회사의 자산유동화계획 내용2,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안전한’ 금융투자의 의미, 자산유동화법의 입법목적 및 유동화전문회사의 업무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성 등을 언급하면서, 이 사건 자산유동화계획에서 정한 여유자금 운용 방법인 ‘유동화계획의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의 안전한 방법’이란 국채 또는 정기예금,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등과 같이 원금의 회수 가능성이 높고 유동화사채 상환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유동성3을 가진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① 피고 A, B의 자력, ② 사업진행 상황, ③ 신탁계약 등 관련계약상의 자금집행 순서, ④ 별도 충분한 담보 유무, ⑤ 이 사건 각 계약에 따른 원고 권리의 실행 및 유동성 확보 여부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각 계약은 원금의 회수 가능성이 높거나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내용이 아니고, 오히려 고위험∙고수익 투자 대상에 해당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자산유동화계획의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안전한 방법에 의한 여유자금의 투자’에 해당하지 않고, 결국 강행규정인 자산유동화법 제22조 제1항 제6호에 반하여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한 원심 판결에 대해서도 잘못이 없다고 판시함.
3. 본 판결의 의의
- 자산유동화계획에 따른 여유자금의 투자 업무 수행에 관한 규정인 자산유동화법 제22조 제1항 제6호가 강행규정에 해당하여 이에 위반된 행위는 사법상 무효임을 선언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유사 사례에 있어서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됨.
- 자산유동화법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유동화증권의 투자자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우선∙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향후 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가 보다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금융기관과 일반기업이 보다 용이하게 자금을 조달하여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임.
- 자산유동화계획에 명시된 ‘안전한 방법으로의 여유자금 운용’ 해당 여부와 관련한 대법원이 수긍한 하급심의 판단 근거와 논리는 유사 사안들에서도 충분히 고려 내지 활용될 수 있을 것임.
1 금융감독원의 자산유동화 실무안내서에서는 여유자금의 투자에 관하여 '기초자산에서 회수된 현금이 유동화증권의 상환일정보다 일찍 발생할 경우 일시적으로 발생한 여유자금을 단순 보관하지 않고 국채 또는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함. 유동화전문회사는 단순히 유동화증권의 원활한 상환을 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므로 이를 위험성 있는 자산에 투자하여서는 아니 됨'이라고 설명하고 있음. 한편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 의하면, 금융위원회는 자산유동화법의 개선방안으로 법률에서 유동화전문회사의 여유자금 투자를 '유동화증권의 상환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금융기관에의 예치, 국채 등 매수(은행 등 금융기관에의 예치, 국채 · 지방채 · 특수채증권 매수, 정부 · 금융기관이 지급을 보증한 증권의 매수 등)'로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음
2 여유자금의 운용방법을 ‘신용평가등급이 AAA 이상인 금융기관의 예ㆍ부ㆍ적금, 국채ㆍ지방채 및 통화안정기금채권, 정부투자기관이 발행하는 신용평가등급이 AAA 이상인 채권, 유효신용등급 AAA인 회사채 또는 신용등급 A1인 기업어음증권 등’의 투자에 한정하고 있음
3 ‘쉽게 현금화하여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인지 여부’를 의미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