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신용보증 약관 제12조 “은행은 신용보증부대출과 관련한 채권에 대하여 신용보증관계가 성립되지 아니한 채권과 동일한 주의를 가지고 권리의 보전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신용보증부대출 실행 및 신용보증관계 성립 이후의 은행의 사후적 손실방지의무를 정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며 “은행이 수출채권 매입시 부담해야 하는 사전적 주의의무에 관한 규정”이라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

 

1. 사안

가. 피고의 수출신용보증서 발행 및 원고의 대출

  • 피고는 2014. 6. 25. 주식회사 A(이하 ‘A’)와 수출신용보증(선적후)계약(이하 ‘이 사건 수출신용보증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A의 원고에 대한 대출채무를 보증한다는 취지의 수출전자보증서(보증금액: USD 200,000, 보증방법: 회전보증, 보증비율 100%)를 발행함.
  • 원고는 2014. 6. 30. 위 보증서를 담보로 A와 계정과목 무신용장방식매입, 여신한도금액 200,000달러, 여신만료일 2015. 6. 25.로 하는 내용의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하고, 아래 표 기재와 같이 A의 수출채권을 매입하는 OA(Open Account) 방식으로 3회에 걸쳐 총 199,673.10 달러를 대출함(이하 각 순번 대출을 ‘이 사건 제O 대출’, 위 각 대출과 관련한 수출거래 및 수출채권을 ‘이 사건 제O 수출거래’, ‘이 사건 제O 수출채권’).
  계좌번호 매입일 만기일 이자최종일 대출금액(달러)
1 (계좌번호 1 생략) 2014. 11. 25. 2015. 2. 9. 2015. 2. 8. 81,359.20
2 (계좌번호 2 생략) 2015. 1. 20. 2015. 3. 14. 2015. 3. 13. 55,364.40
3 (계좌번호 3 생략) 2015. 2. 6. 2015. 4. 28. 2015. 4. 27. 62,949.50
  합계       199,673.10

나. 원고의 보증채무이행청구와 피고의 거절

  • 원고는 A로부터 매입한 이 사건 각 수출채권의 대금이 결제되지 않자, 피고에게 수출대금의 장기미입금을 이유로 보증사고발생사실을 통지하고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함.
  •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제3 대출에 대해서만 보증채무를 이행하고, 이 사건 제1, 2 대출에 대해서는 이 사건 보증약관 제12조(주의의무, 이하 ‘이 사건 주의의무 조항’) 위반을 이유로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함.
  • 이 사건 보증약관의 주요 조항은 다음과 같음.

제7조(면책) 피고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합니다.
1. 은행이 신용보증조건을 위반하여 신용보증부대출을 실행한 경우
2. 은행이 제2조, 제9조, 제11조 또는 제13조를 위반한 경우
3. 은행이 제10조, 제12조 또는 제17조의 의무를 해태한 경우, 그로 인하여 증가된 손실
제10조(통지의무)
① 은행은 수출채권의 결제기일에 그 대금이 결제되지 않은 경우에는 결제기일부터 1월, 수출채권의 대금이 결제되지 않을 것이 결제기일 전에 확실하게 된 때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월 이내에 피고에 서면으로 신용보증사고 발생사실을 통지하여야 합니다.
② 은행이 제11조 제2호 내지 제4호에서 정한 사실이 발생한 것을 안 때에는 10영업일 이내에 그 사실을 공사에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합니다.
제12조(주의의무)
은행은 신용보증관계가 성립된 신용보증부대출과 관련한 채권에 대하여 신용보증관계가 성립되지 아니한 채권과 동일한 주의를 가지고 권리의 보전에 노력하여야 합니다.
제17조(권리보전)
① 은행은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확보하고 있는 수출채권 또는 수출물품에 관한 권리의 보전 및 행사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② 은행은 수출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경매 및 수출자의 회생·파산·개인회생 등의 절차에서 배당요구·채권신고 등의 방법으로 신용보증부대출 채권을 보전하고 행사하여야 합니다.

다. A의 대표이사 E의 범죄행위 확인 및 원고의 소 제기

  • A의 대표이사 E는 이 사건 수출거래의 수입자 명의로 된 수출계약서를 위조하고 이를 원고에게 행사하여 이 사건 각 대출금을 교부받아 편취한 사실을 발각되어 징역 1년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됨.
  • 원고는 이 사건 수입자가 이 사건 제1, 2수출채권의 결제기일에 대금을 결제하지 않아 보증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수출보증계약 및 보증약관에 따라 보증금(이 사건 제1, 2대출금 합계 136,723.60달러) 및 이에 대한 약정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피고를 상대로 보증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함.

 

2. 법원의 판단

(1) 1심 및 원심의 판단: 청구기각 및 항소기각

이 사건 주의의무 조항(제12조)의 법적 성격과 내용에 대해, 원고는 사후손실방지 의무와 관련된 규정이라고 주장하고, 피고는 은행이 수출채권 매입 시 부담해야 하는 (사전적) 주의의무와 관련된 규정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제기함.

법원은, 이 사건 주의의무 조항에 대해, 그 내용과 이 사건 보증약관의 체계, 제17조에서 보증사고 발생 이후 권리보전을 위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 점, 피고가 발간한 실무사례집의 내용, 수출신용보증제도의 목적과 취지 및 피고 부담 담보범위의 무분별한 확대 방지 필요 등을 종합할 때, 은행이 수출채권 매입 시 부담해야 하는 주의의무에 관한 규정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위 주의의무는 은행에게 형식적 심사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다하는 것이고, (i) 은행이 수출채권의 보전에 필요한 서류를 제대로 징구하지 아니한 경우, (ii) 은행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수출자로부터 징구한 수출서류 및 선적서류 등의 위·변조나 서류 상호간 기재 내용의 불일치를 알 수 있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경우에는 이 사건 주의의무 조항 위반이 된다고 판단함.

한편 법원은, 원고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원고가 A로부터 징구한 이 사건 제1, 2 수출거래와 관련된 수출서류를 통상의 주의를 기울여 제대로 검토하였다면, 이 사건 제1, 2 수출거래가 진정한 위탁가공무역거래가 아닌 허위의 수출거래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충분히 존재(계약서상 매수인과 실제 매수인이 상이한 점 등)하였음에도,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여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함. 

(2) 대법원의 판단: 원심파기

아래와 같은 논거로 이 사건 주의의무 조항(보증약관 제12조)은 은행이 신용보증부대출을 실행하여 신용보증관계가 성립된 이후의 사후적 손실방지의무를 정한 규정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함.

  • 면책조항은 이미 성립한 채무의 부담을 면하게 하여 상대방의 권리의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므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함.  이 사건 보증약관 제12조에서 규정한 주의의무가 은행이 수출채권 매입 시 적용되는 사전적 주의의무만을 규정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음.
  • ‘권리의 보전’에서 ‘보전’은 일반적으로 이미 발생한 권리의 사후적인 가치보전을 의미하는 경우 사용되는 말이므로 사후적 손실방지에 적합한 용어라고 보이고, 일반 법률용어에서도 그러한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음.  동일한 약관 내에서의 용어는 일관되고 통일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 보증약관 제17조에서 말하는 권리의 ‘보전’이 사후적 손실방지의무에 해당함에는 별다른 의문이 없음.
  • 이 사건 보증약관 제7조 제3호에 제12조의 의무와 함께 규정된 제10조, 제17조의 의무는 모두 신용보증사고가 이미 발생한 것을 전제로 한 의무로서, 제12조의 의무가 제7조 제3호에 함께 규정된 것은 제12조도 사후적 손실방지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여지가 많음.
  • 이 사건 보증약관 제7조 제3호의 ‘증가된 손실’은 사후적 손실방지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증가된 손실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임.  이는 이 사건 보증약관 제7조 제1, 2호가 ‘위반한 경우’ 면책된다고 규정한 반면, 제3호는 ‘해태한 경우, 그로 인하여 증가된 손실’이라고 하여 면책의 범위에 차이를 두고 있음에 비추어 보아도 더욱 그러함.
  • 이 사건 대출은 무신용장방식 거래에서 이루어진 대출이고, 그에 관하여는 이 사건 보증약관 제7조 제4호에서 “은행이 무신용장방식 거래에서 수출계약의 주요사항을 위반하여 매입함으로써 발생한 손실”이라고 하는 면책조항을 따로 두고 있음. 그럼에도 이 사건 보증약관 제12조를 무리하게 해석하면서까지 이 사건 보증약관 제7조 제3호의 면책사유에 해당하도록 확대해석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

 

3. 본 판결의 의의(또는 시사점)

  • 대상판결은 수출신용보증계약에서 보증기관의 면책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하였음.
  • 결과적으로 수출신용보증 및 대출 업무와 관련하여, 금융기관이 관련서류의 (형식적) 심사에 있어 부담하여야 하는 주의의무의 수준이 경감됨.
  • 대상판결의 판단근거와 논리는 다른 사안의 계약서나 약관의 해석 등에 있어서도 충분히 고려 내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