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세종 기업금융분쟁그룹 도산팀 김동규 변호사입니다. 2003년부터 2024년까지 20여 년을 판사로 재직하면서 서울회생법원 등에서 회생 및 파산 사건을 담당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12회에 걸쳐 도산절차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오늘은 그 세 번째입니다.
3호. 파산절차의 구조
요즘은 언론을 통해서도 ‘회생’이라는 단어를 종종 듣게 됩니다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회생’이라는 용어보다는 ‘파산’이라는 용어가 좀더 익숙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들이 파산절차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파산이라는 용어가 일상생활에서 더 자주 사용되기 때문인 듯합니다. 법률을 보더라도 ‘파산’이라는 용어는 1960년대에 제정되어 시행된 파산법에서부터 나오지만, ‘회생’이라는 용어는 2000년대에 제정되어 시행된 개인채무자회생법에서부터 나오니(그후 파산법, 개인채무자회생법 모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로 통폐합되었습니다), 파산이라는 용어의 역사가 훨씬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국어사전에도 ‘파산’에 대해서는 ‘재산을 모두 잃고 망함’이라는 일상적 의미와 함께 법적 의미가 나오는데, ‘회생’에 대해서는 ‘거의 죽어 가다가 다시 살아남’이라는 일상적 의미만이 실려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칼럼에서 이야기하는 파산절차는 법적 의미에 대한 것입니다. 즉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의 재산을 모두 처분하여 환가한 후 그 돈을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제도’에 대한 것입니다. 눈썰미가 있는 분들이라면 ‘파산’의 법적 의미에는 일상적 의미에 더하여 ‘채권자에 대한 분배’라는 개념이 녹아 있다는 걸 알아채셨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회생절차와 더불어 도산절차의 다른 한 축인 파산절차의 구조에 대하여 말씀드립니다.
단순화하여 말하면, 파산절차는 『파산신청 → 파산선고 → 채권자집회 → 파산종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하에서는 채무자가 기업임을 전제로 단계별로 간략하게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채무자가 개인인 경우에는 기업과 달리 <면책 및 복권절차>가 추가로 존재합니다. 기업은 파산절차를 거쳐 사라지는 존재이지만, 개인은 파산절차를 거친다고 하여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므로 다시 살아가게 하기 위해 면책 및 복권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것입니다.
가. 파산신청부터 파산선고 전까지의 단계
기업은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갚을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 또는 채무가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초과 상태일 때 파산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인 기업뿐만 아니라 채권자도 파산신청을 할 수 있으나, 회생절차와 달리 주주에게는 신청권이 없습니다. 위와 같은 상태일 때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할 수도 있으므로, 어떠한 절차를 신청할 것인지는 계속 영업 의사, 경제적 및 재정적 상황, 향후 전망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면 됩니다. 파산신청이 이루어지는 경우, 법원은 회생절차와 달리 채무자에 대한 재산동결 조치인 보전처분과 채권자에 대한 권리행사 금지조치인 금지명령 없이 비교적 신속하게 파산선고를 합니다.
나. 파산선고 이후 채권자집회 전까지의 단계
법원은 파산선고를 하면서 파산관재인을 선임하여 파산선고 후의 절차를 총괄하게 하고, 채권신고기간, 채권자집회 및 채권조사 기일을 지정합니다. 파산관재인은 실무상 변호사 중에서 선발하는데, 이러한 파산관재인은 법원의 감독을 받습니다. 파산관재인은 선임된 후 즉시 해당 기업의 대표, 직원들의 협조를 받아 기업의 현황, 재산 등을 파악한 후 모든 것을 파산관재인의 관리 하로 옮겨놓고, 해당 기업을 정리하는 작업에 돌입하게 됩니다. 그 중 가중 중요한 것은 기업의 재산을 환가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 채권자집회 이후 파산종결까지의 단계
파산관재인은 제1회 채권자집회에서 기업의 현황, 재산 등을 보고하는 한편, 같은 날 진행되는 채권조사기일에서 채권자들이 신고한 채권에 대하여 시인 또는 부인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업의 재산을 모두 환가하여 채권자들에게 채권액 비율대로 배당을 한 후 임무종료를 위한 채권자집회에서 그 경과를 보고합니다. 위와 같이 파산관재인이 채권자들에 대한 배당, 임무종료를 위한 채권자집회를 마치면, 법원은 파산종결결정을 함으로써 파산절차를 끝내게 됩니다. 한편 기업의 재산이 파산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여 채권자들에게 한 푼도 배당할 수 없는 경우, 법원은 파산폐지결정을 함으로써 파산절차를 끝내게 됩니다.
이상이 아주 간략하게 살펴본 대략의 파산절차 구조입니다. 이번 칼럼까지 회생절차와 파산절차, 그리고 이와 비슷한 제도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드렸습니다. 다음 4월호부터는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설명을 바탕으로 회생절차와 파산절차에서 최근 논란이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설명을 드리려고 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