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세종 기업금융분쟁그룹 도산팀 김동규 변호사입니다. 2003년부터 2024년까지 20여 년을 판사로 재직하면서 서울회생법원 등에서 회생 및 파산 사건을 담당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12회에 걸쳐 도산절차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오늘은 그 네 번째로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의 처리’에 관하여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4호.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의 처리
지난 3월호까지 도산절차인 회생절차와 파산절차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을 설명 드렸습니다. 이번부터는 이러한 일반적인 설명을 바탕으로 요사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도산절차의 특정 주제에 관하여 살펴보려 합니다. 그 첫 주제가 위와 같은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의 처리인데, 도산절차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입니다.
사례를 가지고 설명드려 볼까요.
우선, ① A기업이 B에게 A기업 소유의 부동산을 10억 원에 매매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중도금까지 지급받고 아직 등기를 넘겨주지는 않았는데, 현재 A기업은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유리한 상태라고 가정합니다. 또다른 사례는 ② A기업이 C에게서 임대차보증금을 1억 원, 월차임을 200만 원, 임대차기간을 5년으로 하여 상가를 임대차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고 상가를 넘겨받아 사용·수익하고 있는데, 현재 A기업은 위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는 게 유리한 상태라고 가정합니다.
위와 같이 현재 A기업이 위 각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B, C와 합의로 정한 사유나 민법이 정한 사유가 있지 않는 이상, A기업이 부동산매매계약, 임대차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계약을 일단 체결한 이상 계약의 효력을 일방적으로 소멸하게 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산절차에서는 이것이 가능합니다.
먼저,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에서 ‘쌍무계약’이란 당사자 쌍방이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말하고, ‘쌍방 미이행’이란 쌍방이 모두 채무 또는 의무의 이행을 완료하지는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위 ① 사례에서, 매매계약은 쌍무계약이고, A기업에게는 소유권 이전등기 의무가, B에게는 잔금 지급 의무가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위 ② 사례에서, 임대차계약은 쌍무계약이고, A기업에게는 매월의 월차임 지급 의무와 임대차계약 종료 시 상가 반환 의무가, C에게는 A기업이 상가를 계속하여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해 줄 의무가 남아 있습니다.
만일 위 ①, ② 사례에서 A기업이 각 계약의 체결 후 회생절차개시결정이나 파산선고결정을 받았다면, A기업의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계약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하게 하는 것)하거나, 해지(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하게 하는 것)할 수 있습니다(이하에서는 해제 또는 해지를 통틀어 ‘해제’라고만 합니다). 물론 그대로 이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채무자가 사업을 정리하거나 재건하는 걸 돕는다는 도산절차의 기본적 이념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회생/파산 채무자가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 체결 후 도산절차에 들어갔을 때 일방적으로 계약의 이행 또는 해제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 상대방은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하여 상대방은 회생/파산 채무자에게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인지 아니면 계약을 해제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선택을 하도록 최고할 수 있습니다. 최고를 받은 회생/파산 채무자는 최고를 받은 후 30일 내에 확답을 해야 합니다. 회생/파산 채무자가 최고를 받은 후 30일 내에 확답하지 않았을 경우의 효과는 회생과 파산이 다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회생절차에서 회생/파산 채무자가 최고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으면 계약에 대한 해제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는 반면, 파산절차에서는 해제권을 행사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회생절차는 사업의 재건을 목적으로 하므로 계약을 이행하는 것으로, 파산절차는 사업의 정리를 목적으로 하므로 계약을 해제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이 회생/파산 채무자에게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실무상 쌍방이 체결한 계약이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다툼이 적지 않습니다. 미이행된 쌍방의 채무가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지 않거나 부수적인 채무에 불과한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생/파산 채권자의 최고에 따른 계약의 이행 또는 계약의 해제 선택 후의 처리와 관련하여서는, 어느 범위에서 회생채권 또는 파산채권이 되고, 어느 범위에서 공익채권 또는 재단채권이 되는지도 빈번히 다투어집니다. 그 범위에 관한 법률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사례에서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회생채권 또는 파산채권, 공익채권 또는 재단채권이 어떤 의미인지는 다음 호에서 회생절차에서의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