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세종 기업금융분쟁그룹 도산팀 김동규 변호사입니다. 2003년부터 2024년까지 20여 년을 판사로 재직하면서 서울회생법원 등에서 회생 및 파산 사건을 담당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12회에 걸쳐 도산절차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오늘은 그 다섯 번째로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에 관하여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5호. 회생채권과 공익채권
요즘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들에 대한 언론기사에서 ‘회생채권’, ‘상거래채권’, ‘조기변제 허가’, ‘공익채권’ 등의 용어를 심심치 않게 접해 보셨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이에 대해서 사례를 가지고 설명드리려 합니다.
① A회사는 기계제조업을 하는 B회사에 계속하여 기계부품을 납품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B회사가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지자, 받지 못한 부품대금 때문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② C는 B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는데, 마찬가지로 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 때문에 걱정이 태산입니다. A회사와 C는 부품대금, 임금과 퇴직금을 전부 받을 수 있을까요?
A회사와 C가 부품대금, 임금과 퇴직금을 전부 받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려면, 먼저 회생채권, 공익채권의 개념에 대하여 알아야 합니다.
‘회생채권’이란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을 말합니다. 회생채권은 원칙적으로 회생계획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변제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회생계획은 일반적으로 회생채권의 일부만을 변제하고 나머지는 면제하거나 출자전환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회생채권은 전액을 변제받기 어렵습니다.
이와 달리 회생채권에 우선하여, 그리고 회생계획과 무관하게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는 것이 공익채권입니다. 공익채권은 형평 또는 사회정책적 이유에서 우선권을 인정하거나, 회사의 회생을 위하여 주로 회생절차개시 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 우선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서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각 호가 특별히 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위 예로 돌아가 살펴봅니다. 먼저 위 ①의 예에서 A회사가 회생절차개시 전에 납품한 부품대금채권은 원칙적으로 회생채권에 해당합니다. 다만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8호, 제8의2호는 상거래채권자를 보호한다는 사회정책적 이유로 ‘계속적 공급의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의 상대방이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회생절차개시 전까지 한 공급으로 생긴 청구권’과 ‘회생절차개시신청 전 20일 이내에 채무자가 계속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공급받은 물건에 대한 대금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 부품대금채권 중 위 규정에 해당하는 것은 회생절차개시 전의 것이더라도 공익채권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A회사의 부품대금채권이 회생채권이라고 하여 회생계획에 의하지 않는 변제를 무조건 금지할 경우에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즉 부품대금을 바로 받을 수 없게 된 A회사가 B회사에 대한 부품 공급을 전면 중단하거나 A회사마저도 도산의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B회사의 회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채무자회생법 제132조는 ‘채무자의 거래상대방인 중소기업자가 그가 가지는 소액채권을 변제받지 아니하면 사업의 계속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때’ 또는 ‘회생채권의 변제가 채무자의 회생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 채무자는 회생계획인가결정 전이라도 법원의 허가를 얻어 회생채권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B회사는 위 규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얻어 A회사의 부품대금채권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할 수 있습니다.
물론 A회사가 회생절차개시 후에 납품한 부품대금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2호의 ‘회생절차개시 후의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비용청구권’으로서 공익채권에 해당합니다.
다음으로 위 ②의 예에서 C의 임금과 퇴직금 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10호에 따른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 퇴직금’으로서 공익채권에 해당합니다. 다만 C가 이사 등 임원이었다면 원칙적으로 근로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임금과 퇴직금 채권은 공익채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인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따라서 C가 이사 등 임원이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였다면 임금과 퇴직금 채권은 공익채권에 해당합니다.
위의 설명을 종합하면, 회생채권은 공익채권과 달리 전액 변제를 받기 어렵지만, 예외적인 경우에 공익채권화 되어 조기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