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세종 기업금융분쟁그룹 도산팀 김동규 변호사입니다. 2003년부터 2024년까지 20여 년을 판사로 재직하면서 서울회생법원 등에서 회생 및 파산 사건을 담당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12회에 걸쳐 도산절차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오늘은 일곱 번째로 ‘회생담보권’에 관하여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7호. 회생담보권

(i) 회생절차에 들어간 채무자의 공장 건물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가지고 있는 권리자는 회생절차와 상관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요? (ii) 만일 위와 같은 사례에서 채무자가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공장 건물을 신탁회사에 신탁하였다면 어떨까요? (iii) 한편, 채무자에게 공장 기계나 설비를 리스해준 리스회사는 회생절차와 상관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요?

위에서 말씀드린 (i)의 사례와 같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담보권을 가지는 권리자를 회생절차에서는 회생담보권자라고 합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채무자의 사업 계속 및 회생을 위하여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물적 기반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회생담보권자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파산절차에서는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담보권을 가지는 권리자를 별제권자라고 하는데, 별제권자는 원칙적으로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회생절차는 사업의 계속 및 회생을 전제로 하지만, 파산절차는 사업의 청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회생담보권은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 소유의 재산상에 존재’하는 담보권을 말합니다. 따라서 채무자 소유의 재산이 아니라 채무자의 이사나 주주 소유의 재산에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회생담보권이 아닙니다. 그런데 회생담보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률의 취지, 계약의 법적 성격과 그 실질 등을 모두 고려하여 정해지는 것이므로, 비슷한 계약으로 보여도 다르게 취급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앞서 언급한 (ii)의 사례인 신탁의 경우를 살펴봅니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자 소유의 공장 건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다음, 신탁회사와 공장 건물에 관한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법에 따라 신탁회사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러한 상태에서 채무자가 회생절차에 들어간다면 회생절차개시 당시 공장 건물은 신탁법의 법리에 따라 대내외적으로 신탁회사의 소유에 해당하므로, 공장 건물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채권자는 회생담보권자가 아닙니다. 그러한 경우 채권자는 회생절차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채무자의 재산이 아니라 제3자인 신탁회사의 재산에 근저당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원칙적으로 회생절차가 의하지 않고서도 제3자의 재산에 해당하는 공장 건물에 대하여 개별적인 권리행사를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실무상 회생담보권 해당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또 있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iii)의 경우와 같은 리스계약, 소유권유보부 매매계약 등입니다.

리스계약은 일반적으로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로 구분되는데, 우선 금융리스의 경우 리스회사는 리스이용자가 선정한 특정 물건을 취득한 후 그 물건에 대한 직접적인 유지 및 관리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리스이용자에게 일정 기간 사용하게 하고, 리스이용자에게서 받는 리스료로 그 물건에 대한 취득자금과 비용을 회수합니다. 따라서 그 목적이 리스물건의 취득자금에 대한 금융편의를 리스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스회사가 리스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은 리스이용자에 대하여 담보권을 가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금융리스의 경우 리스이용자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리스회사를 회생담보권자로 취급하는 것이 실무의 경향입니다. 반면 금융리스 이외의 리스를 운용리스라고 하는데, 그 목적이 금융편의의 제공이 아니라 물건 자체의 사용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금융리스처럼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리스계약은 그 성격에 따라 회생절차에서의 취급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유권유보부 매매계약이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하여 사용하게 하면서도, 그 소유권을 자신에게 유보한 채 매매대금 완납 시 등에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특약을 하는 매매계약을 말합니다. 이 경우 소유권의 유보는 실질적으로 잔대금채권 확보를 위한 담보적인 성격을 지니므로, 매수인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매도인을 회생담보권자로 취급하는 것이 실무의 경향입니다.

한편 회생담보권은 회생절차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평가한 담보물 가액을 한도로 하여 성립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범위를 넘어서는 금액에 관해서는 그 권리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라면 회생채권으로 취급하고, 그 권리자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담보권만을 가질 뿐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가 아니라면 아예 회생채권도 아닌 것이 됩니다. 그리고 담보물 가액을 산정하는 기준은 기업의 계속을 전제로 평가한 가액이지, 회사의 청산을 전제로 한 개개 재산의 처분가액이 아니라는 것도 유념해야 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회생절차에서는 담보권이라고 해서 언제나 자유롭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것으로 보이는 담보권이라도 계약의 구조와 실질에 따라 권리의 내용과 행사방법이 달라집니다. 결국 회생절차를 이해한다는 것은 법률의 조문만이 아니라 각 계약이 가지는 경제적 기능과 실질을 함께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회생절차에서 자신의 권리가 어떻게 보호되는지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