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세종 기업금융분쟁그룹 도산팀 김동규 변호사입니다. 2003년부터 2024년까지 20여 년을 판사로 재직하면서 서울회생법원 등에서 회생 및 파산 사건을 담당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12회에 걸쳐 도산절차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오늘은 아홉 번째로 ‘회생절차에서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에 관하여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9호. 회생절차에서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

기업에 대한 회생절차 진행이 적정한 것으로 평가받으려면, 원칙적으로 기업이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가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높아야 합니다.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가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낮다면 사업을 청산하는 것이 그 기업이나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를 계속기업가치,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를 청산가치라고 합니다.

기업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는 조사위원이 산정합니다. 물론 최종판단은 법원의 몫입니다. 법원은 회생절차개시결정과 동시에 조사위원을 선임하는데, 규모나 인지도가 일정 수준 이상인 회계법인, 신용평가기관 중에서 조사위원을 선임합니다. 정확한 조사가 회생절차의 유지 여부 등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제적·경영적 지식과 판단능력이 있는, 위와 같은 회계법인 등에게 조사를 맡기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법원은 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조사위원을 선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예외적으로 회생절차 개시 전에 조사위원을 선임하여 조사를 하도록 하는 ‘개시 전 조사’를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① 채무자 아닌 채권자 등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는데 재무상태표상 자산이 부채를 크게 초과하는 등 회생절차개시원인이 존재하는지가 의문스러운 경우, ② 종전 회생절차개시신청 사건에서 그 신청이 기각되거나 회생절차가 폐지된 후,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다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는 경우 등에서 법원은 개시 전 조사를 합니다.

조사위원은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 외에도 기업이 회생절차 개시신청에 이르게 된 사정, 회생절차 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한 기업의 재산목록과 그 가액, 기업의 재무상태 등도 조사하여 법원에 보고를 하게 됩니다. 조사위원은 위와 같은 사항을 조사하여 제1차 조사보고서를 제출하고,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 무렵에는 회생계획안에 따른 변제방법이 사업 청산 시 채권자들에게 변제하는 것보다 불리하지 않은지, 회생계획안이 수행 가능한지 등을 조사하여 제2차 조사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조사위원의 조사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앞서 말씀드린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의 산정입니다. 계속기업가치는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미래 수익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현금흐름할인법’에 따라 산정합니다. 기업이 재정상태 악화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점을 고려할 때, 순자산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자산가치법’이나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상대가치법’에 따라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금흐름 추정기간은 회생계획기간인 10년으로 하고, 그 후의 기간은 고정성장률을 적용하여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합니다.

청산가치는 기업이 파산적 청산을 통하여 해체되면서 기업을 구성하는 개별 자산을 분리하여 매각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일반적으로 개별 자산의 가격이 기업이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격보다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비영업용 자산은 영업에 활용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할 때나 청산가치를 산정할 때나 그 가격 차이가 없습니다. 참고로 실제 파산절차에서는 신속하게 개별 자산을 환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산이 회생절차에서 산정된 청산가치보다 더 낮은 가격에 처분되는 것이 일반적 현상입니다.

회생절차에서는 계속기업가치의 객관적인 산정 못지않게 청산가치의 객관적인 산정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청산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산정하면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는 이유로 회생절차가 폐지될 수 있고, 지나치게 낮게 산정하면 인가 전 M&A가 추진되는 경우 기업이 정당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제3자에게 인수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게 나오면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적정하지 않기 때문에 법원은 회생절차폐지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회생절차를 폐지하게 되면 그동안에 진행되던 회생절차가 무위로 돌아감으로써 시간이나 비용의 손실이 크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절차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위하여 회생절차폐지결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리인이 청산을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거나, 인가 전 M&A를 추진하는 때가 그러한 예인데, 이러한 경우에는 회생절차 내에서 그 회생계획안에 따른 청산이나 M&A 추진을 전제로 이후의 절차가 진행되게 됩니다.

한편 채무자 등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것이므로, 실무상 관리인이 회생절차 내에서 청산을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반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게 나올 때 관리인이 인가 전 M&A를 추진하는 경우는 실무상 빈번하고, 법원도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M&A에 따른 신규 자금의 투입으로 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회생채권 등도 조기에 변제될 수 있기 때문인데, 투입되는 신규 자금인 인수대금은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에 따라 청산가치 이상이어야 합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계속기업가치, 청산가치는 회생절차의 핵심 개념이므로,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에 대한 이해가 회생절차 이해의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