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세종 기업금융분쟁그룹 도산팀 김동규 변호사입니다. 2003년부터 2024년까지 20여 년을 판사로 재직하면서 서울회생법원 등에서 회생 및 파산 사건을 담당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12회에 걸쳐 도산절차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오늘은 열 번째로 ‘회생계획안’에 관하여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10호. 회생계획안1
이번 호에서는 회생절차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회생계획안’에 관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런데 회생계획안에 관해서는 말씀드릴 게 많아서, 이번 호에는 회생계획안의 의미, 작성 및 심사 기준에 대하여, 다음 호에는 회생계획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하여 나누어 설명드리려 합니다.
회사가 과거의 부진을 씻고 제대로 재기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의지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회생절차에서 그 계획을 회생계획이라고 하는데, 회사의 조직을 변경하고, 회생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권리 등을 변경하여 변제하는 방법 등을 담고 있습니다. 문서화된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심리 및 결의를 거쳐 법원의 인가결정을 받음으로써 최종적인 ‘회생계획’이 되는 것입니다.
회생계획안은 관리인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인도 회생절차개시 결정과 동시에 정해지는 제출기간 내에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채무자 회사 부채의 1/2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또는 이러한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 회사는 회생절차개시 전에도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는데, 이를 실무상 ‘사전계획안’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사전계획안은 회생절차 진행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신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회생절차 진행 과정에서는 상황 변경에 따라 여러 차례 수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의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실무상 흔하지는 않습니다.
회생계획안이 제출되면 법원은 그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의 심리 및 결의에 부치기에 적절한지 심사를 합니다. 그 주요 기준은 ① 공정∙형평, ② 평등, ③ 수행가능성, ④ 청산가치 보장 등입니다.
먼저, 공정∙형평의 원칙은 이해관계인의 권리를 변경하는 내용을 정하면서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주주의 순위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에 관해서는 ‘절대우선설’과 ‘상대우선설’의 대립이 있는데, 예를 들어 선순위 권리자인 회생채권자 등에 대한 권리감면이 있는 이상 자본 감소를 100% 하여 후순위 권리자인 기존 주주의 지위를 완전히 소멸시켜야 한다는 것이 절대우선설의 입장입니다. 반면, 선순위 권리자에게 주는 만족이 후순위 권리자에게 주는 만족보다 상대적으로 크면 된다는 것이 상대우선설이자 실무의 입장입니다. 상대우선설에 의하면, 후순위 권리자인 주주의 ‘권리변경 비율’이 선순위 권리자인 회생채권자 등에 대한 ‘권리변경 비율’보다 낮으면 주주의 권리를 일부 남겨두어도 됩니다.
상대우선설 중에서, 권리변경 비율에 관하여 ‘주주의 지분율’과 ‘회생채권자의 현가변제율’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① 기존 주식 감자, 신주 발행, 주식 재병합을 거쳐 변동된 기존 주주의 지분율과 ② 출자전환, 주식 재병합을 거쳐 변동된 각 회생채권자의 현가변제율 중 가장 낮은 현가변제율을 비교하여, 그 지분율이 그 현가변제율보다 낮으면 공정∙형평의 원칙이 지켜진 것으로 보는 ‘상대적 지분비율법’이 실무의 경향입니다. 예를 들면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변동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20%이고, 변동된 각 회생채권자의 현가변제율 중 가장 낮은 현가변제율이 21%이면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요사이에는 특히 간이회생 사건에서 ‘종합적 고려법’을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실무상의 변화가 있기는 한데, 단순히 비율만을 비교하는 방법이 아니라 사업 특성, 수익 구조, 실질적 형평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정∙형평의 원칙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다음으로, 평등의 원칙이란 같은 성질의 권리를 가진 이해관계인 사이에는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여기서의 평등은 형식적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 평등을 말하는 것이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그 범위 내에서 차등을 둘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회생계획안은 당연하게도 수행이 가능해야 하고, 그 핵심은 장래의 변제자금 조달을 적절히 예측하는 것입니다. 실무상 법원은 그 검토를 위하여 조사위원에게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 전에 수행가능성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여 판단의 자료로 삼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이란 이해관계인에 대한 변제방법이 채무자 회사의 사업을 청산할 때 변제하는 것보다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다만 그러한 변제방법이 어느 이해관계인에 대해서 청산 시 변제하는 것보다 불리하게 정해진 경우 해당 이해관계인이 동의를 한다면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아도 됩니다. 청산가치의 의미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서 계속기업가치와 비교하면서 설명하였으므로 지난 호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법원은 위와 같은 원칙들이 지켜진 회생계획안만을 관계인집회의 심리 및 결의에 부치고, 정해진 제출기간 내에 회생계획안이 제출되지 않거나 위와 같은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은 회생계획안만이 제출되면 결국 회생절차 폐지결정을 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