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세종은 집합건물 신축·분양사업의 시행사(이하 ‘B사’)가 위 사업의 수탁자였던 부동산신탁회사(이하 ‘K사’)를 상대로 집합건물법상 분리처분금지 원칙에 저촉되는 토지사용권 조항을 분양계약 조건에 포함시킨 것이 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에서, 수탁자가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에 위탁자의 지시 내용이 관련 법령에 저촉되는지 여부까지 검토하여 조언할 의무까지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주장하여 시행사 B의 손해배상청구가 이유 없다는 전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1. 사안의 개요

B사는 서울 종로구 소재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 지상에 총 683개 호실 규모의 집합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을 신축·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하였고, 이를 위하여 K사와 위 사업에 관한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하였습니다.   이후 K사는 1997. 7.경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개시하여 2000. 2.경 준공에 따라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하였습니다. 

한편, B사와 K사는 1997. 8.경부터 이 사건 건물의 개별 호실에 대한 분양을 진행하였는데, 당시 체결된 분양계약에서는 ‘대지지분’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에 대한 사용권’을 설정하는 것을 전제로 분양금액을 ‘건물분/매매가격’과 ‘40년 토지사용료’를 합한 금액으로 정하였고, 입점개시일부터 만 40년간 재계약 없이 사용하되 그 사용권은 건물의 매매에 따라 자동 승계된다는 내용의 토지사용권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B사와 K사는 2002. 6. 이 사건 신탁계약을 합의해지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토지와 이 사건 건물 중 미분양 호실에 관하여 시행사 B사 명의로 신탁재산 귀속등기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건물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이 B사를 상대로 개별 호실의 소유권을 취득하면서 그 전유부분에 상응하는 대지지분의 소유권도 함께 취득하였다며 대지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K사가 이 사건 건물을 원시취득할 당시 대지소유권이 이미 대지사용권으로 성립하여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처분할 수 없게 되었고, 40년 토지사용권은 집합건물법에 따른 대지사용권이 될 수 없어 수분양자들이 전유부분에 해당하는 개별 호실의 소유권을 취득하면서 대지지분의 소유권도 취득하였다고 보아 수분양자들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B사는 수분양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수탁자인 K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B사는 위 소송에서 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 및 조언의무에 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을 인용하면서 K사가 분양계약상 ‘40년간 토지사용권 설정 조항’이 집합건물법상 강행규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위 조항을 변경하도록 조언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건물을 분양한 것이 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수탁자 K의 이러한 잘못으로 이 사건 토지 소유권을 상실했다며 토지 시가 상당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사안의 쟁점 및 법무법인(유) 세종의 대응

법무법인(유) 세종(이하 “세종”)은 수탁자인 K사를 대리하여 이 사건의 쟁점을 ①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 ② 손해 발생 여부, ③ 소멸시효 완성 여부로 체계화하여 재판부에 제시하였고, 각 쟁점별로 설득력 있는 논거들을 제시하여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냈습니다.  

우선 세종은 분양형 토지신탁의 실질에 주목해, 수탁자가 형식상 사업주체일 뿐 분양조건 등 중요사항이 위탁자의 의사∙지시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신탁계약의 각 조항들에 대한 체계적 해석을 통해 논증하였습니다.  특히 사업 종료 후 20년 이상 경과하여 잔존 자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남아 있는 극히 적은 자료와 부동산신탁 제도의 도입초기의 상황 등을 토대로 당시 B사가 K사의 의견을 무시하며 독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였던 사정을 상세히 구성하여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40년 토지사용권 조항은 B사의 독단적인 결정∙지시에 따른 것임을 밝힘으로써 이와 관련하여 수탁자에게 선관주의의무가 인정될 수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아울러 세종은, 원고 B가 원용한 대법원 판결에 따른 조언의무는 위탁자의 지시가 신탁 취지에 부적합하거나 경제성이 없어 위탁자에게 불이익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예외적 의무이고, 부동산신탁업자에게 변호사 수준의 법리 검토를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단순히 강행규정에 저촉된다는 사정만으로 수탁자가 조언의무 내지는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세종은, 수분양자들이 이 사건 건물의 전유부분을 취득할 때 대지지분을 취득하였기에 B사는 처음부터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것이어서 판결 확정에 따른 소유권 상실의 손해를 입게 된 것이 아니라는 점, 이에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점은 판결이 확정된 현재 시점이 아닌 불법행위 성립 시점, 즉 분양계약 체결 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아가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이 사건 신탁계약이 상행위로서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되고, 불법행위로 보더라도 적어도 B사와 수분양자들 간의 소송이 확정된 시점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으므로, 그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하여 단기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점을 주장하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위와 같은 세종의 주장을 받아들여, (i) 토지사용권 규정을 포함한 구체적 분양조건이 B사의 지시로 정해진 이상 K사가 지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ii) 당시 법령 및 신탁사업의 관행이 신탁회사에 집합건물법 등에 관한 검토·조언 의무를 부담시켰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으며, 법률전문가가 아닌 K사가 통상의 선관주의의무만으로 제반 법령의 위법 여부까지 조언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고,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B사조차 당시에는 문제점을 알지 못한 이상, K사에 의무를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아 K사에게 수탁자로서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추가판단으로, 수분양자들과의 소송이 B사 패소로 확정되어 그 무렵 손해 발생 및 범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면서, 각 시효가 그때부터 진행하여 B사가 소를 제기할 당시에는 이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았습니다.

 

4. 본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 이 사건 판결은 분양형 토지신탁에서 수탁자가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 및 조언의무의 범위를 구체화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위탁자의 사업계획과 지시에 따라 정해진 분양조건에 대하여는 수탁자의 지시 위반이 인정되지 않고, 법령 위반 여부에 관한 검토·조언 의무는 당시의 법령과 거래관행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 선행소송의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손해 및 가해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았고, 이는 동일한 쟁점의 소송이 반복되는 각종 분쟁에서 유력한 방어 선례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