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23. 7. 27. 회사 및 대주주들이 투자자들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i) 회사는 일정한 사유 발생 시 투자자들에게 신주인수대금을 전액 반환하기로 하고, (ii) 기존 주주들은 회사의 신주인수대금 반환의무에 관하여 회사와 연대하여 책임을 부담하기로 한 사안에서 각 계약 조항에 따른 당사자들의 책임에 대해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7. 27. 선고 2022다290778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특정 주주에게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취지의 금전지급 약정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설령 회사의 기존 주주들 전원의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법률상 무효이나, 주주들의 회사에 대한 연대책임 부담약정은 그 성격이 회사의 투자금 반환의무에 부종하는 연대보증채무인지(이 경우 무효), 회사 채무와 독립적인 연대채무인지(이 경우 유효성 인정 가능)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아래에서 대상판결의 상세한 내용과 그 시사점을 살펴봅니다.

 

1. 사안의 개요

투자자들은 발행회사로부터 전환우선주식(“대상주식”)을 인수하면서 회사 및 회사의 기존 주주 2인(“본건 기존 주주들”)과 신주인수계약(“본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본건 신주인수계약은 (a) 발행회사가 일정한 기한 내에 질병관리본부 조류인플루엔자 소독제 제품리스트 등록 및 조달등록을 하기로 한 확약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회사가 신주인수대금 전액을 투자자들에게 반환하고, (b) 본건 기존 주주들은 위 신주인수대금 반환 의무에 대해 발행회사와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행회사가 위 확약을 이행하지 못하자 투자자들은 발행회사 및 본건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신주인수대금 전액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연대하여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신주인수대금 전액을 반환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조항은 설령 기존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그 구체적인 판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은 상법상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임이 원칙이고, 다만, 예외적으로 그러한 차등적 취급이 (i)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ii) 그러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수 있음.  그러한 차등적 취급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해당 차등적 취급이 제반 사정에 비추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 및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됨.
  • 그런데, 본건 신주인수계약상의 신주인수대금 반환약정과 같이 주주에게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취지의 금전지급 약정은 회사의 자본적 기초를 위태롭게 하고 주주로서 부담하는 본질적 책임에서조차 벗어나게 하여 특정 주주에게 상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초과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법질서가 허용하지 않는 강행법규 위반에 해당함.  따라서, 주주 전원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효력을 얻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음.

한편, 대법원은 주주평등 원칙에 따라 본건 기존 주주들 또한 투자금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원심판결 부분에 대해서는 “투자자들과 본건 기존 주주들 사이에서도 주주평등의 원칙이 당연히 직접 적용됨을 전제로 판시한 원심의 판단은 주주평등 원칙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해당 부분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결정을 하였습니다.  구체적 판시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주평등의 원칙은 주주와 회사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원칙이고, 주주가 회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회사의 다른 주주 내지 이사 개인이 함께 당사자로 참여한 경우 주주와 다른 주주 사이의 계약은 주주평등과 관련이 없음. 따라서, 주주와 회사의 다른 주주 내지 이사 개인의 법률관계에는 주주평등의 원칙이 직접 적용되지 않음. 
  • 그에 따라, 본건 신주인수계약은 (a) 투자자들과 발행회사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부분과 (b) 투자자들과 본건 기존 주주들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음. 위 (a) 부분이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 하더라도 위 (b) 부분이 당연히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님.
  • 원심이 본건 기존 주주들이 부담하는 신주인수대금 반환 의무가 발행회사의 반환의무에 부종하는 ‘연대보증채무’인지, 아니면 발행회사의 반환의무와 독립하여 부담하는 ‘연대채무’인지 등을 살피지 아니하고 본건 기존 주주들의 반환의무가 당연히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무효라고 판시한 것은 위법함.

 

3. 시사점

우선, 대상판결은 회사가 “일부 주주를 다른 주주들에 비해 우대하는 차등적 취급은 원칙적으로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며, 다만,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러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최근의 대법원 판시(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93213 판결, 이하 “기존 판결”)를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 판결의 경우 주주간 차등적 취급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 내용, 경위나 목적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지는 여부를 정의와 형평 관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을 제시하여, 개별 사안의 제반 사정에 따라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적어도 주주에게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취지의 금전지급 약정은 주주 책임의 본질에 위배되어 강행법규 위반에 해당함을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러한 약정은 ‘설령 기존 주주들 전원의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무효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그 체결 시점에 회사 주주들 전원의 동의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주주평등의 원칙 위반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주주평등 원칙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즉, 대상판결은 주주평등의 원칙은 회사와 주주 사이에서만 적용되며 주주와 다른 주주 사이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회사가 어느 주주에 대하여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인 약정을 하고, 다른 주주가 회사와 함께 책임을 부담하기로 약정을 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다른 주주의 의무는 유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같은 다른 주주의 약정이 회사의 의무에 부종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독립하여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그러한 다른 주주의 의무는 법률상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본건 신주인수계약과 같이 발행회사와 대주주를 상대방으로 하여 주주평등의 원칙 위반 소지가 있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대상판결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