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0월 4일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를 공식 개시하였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직권으로 동 조사를 개시하면서 중국 정부의 재정적 지원, 즉 보조금을 통해 저가로 생산된 중국산 전기차의 EU 역내로의 수입이 급증함에 따라 EU 전기차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1

이는 EU 차원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기차·배터리 제조업 등 주요 산업의 역내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그간 적극적으로 사용해 온 보조금 정책의 경우 재정적 제약과 EU 회원국들간 상이한 산업구조로 인해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서, 기존 보조금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때까지 중국산 제품이 EU 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EU와 유사한 상황에 있는 미국의 중국 견제와 공급망 재편을 위한 그간의 산업-통상정책을 개괄적으로 검토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 이후(2024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국의 정책 방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재편 및 중국 견제를 위한 정책 현황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 발표한 4대 핵심산업(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의약품) 중심의 공급망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4017; 2021.2.24.)을 바탕으로, 해당 산업에 대한 중국의 성장과 지배력을 견제하고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출통제·투자(inbound/outbound)심사와 함께 인프라법,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산업보조금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반면, 미국이 전통적으로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활용해 온 반덤핑·보조금 조사의 경우 조사개시 건수 기준 2021년 35건, 2022년 30건으로 직전 트럼프 행정부 대비(’17년 79건 → ’18년 58건 → ’19년 50건 → ’20년 119건2) 약 30% 수준으로 감소하였습니다. 다만, 2022년의 경우 우회조사(반덤핑·상계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3국을 거쳐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조사)가 급증한 점3과 덤핑·보조금 조사에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있는 점4은 특기할 만합니다. 

【 미국 행정부별 중국의 보조금 정책에 대한 대응·견제 수단】

오바마 행정부 상계관세 + WTO 대응 → 트럼프 행정부 상계관세(+ 무역법301조·무역확장법 232조 등) 고율 관세 부과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세 지속) 산업보조금 활용

■ 미국 입장 변화 : (기존) 산업보조금 비판 → (최근) 산업보조금 활용

① 오바마 행정부(’09-’16) : 중국의 비시장적 무역관행에 대해 상계관세 부과 및 동 상계관세 부과에 대한 중국의 제소에 대해 WTO 분쟁해결절차 내 적극 대응

  • 국영기업(State-owned Enterprises)을 통해 보조금을 지원받은 중국산 제품에 상계관세 부과 → 중국은 미국의 상계관세 부과 조치를 WTO에 제소(DS379/437 등) → 미국 패소
    * WTO 상소기구는 중국 SOE를 WTO 보조금협정 제1.1조 (a)(1)상 public body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 미국이 WTO 상소기구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근거 중 하나

② 트럼프 행정부(’17-’20) : WTO 상소기구 운영 정지(’19.12), 무역구제(덤핑·보조금 조사)/무역확장법 232조/무역법 301조를 통해 고율의 관세 부과

  • 미국은 상소기구 운영에 대한 불만을 표명하며 상소기구 신규위원 임명 거부 → ’19.12.11일, WTO 상소기구 기존 위원 임기 만료로 상소기구 운영 정지
  • “제조2025” 및 “일대일로” 정책 등으로 구체화된 중국의 State Capitalism을 비판하며 보조금 조사를 보다 강화
    - 보조금 조사 과정에서 AFA(Adverse Facts Available)를 적용하여 고율 관세 부과, PMS(particular market situation)를 통해 덤핑 조사에서도 보조금을 이유로 고율 관세 부과  → 한국산 철강·화학제품 등에 대한 덤핑·보조금 조사·부과도 급증(※ PMS를 한국산 철강에 최초로 적용)
    - 환율 저평가국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 개정
  • 그 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산 철강(25%)·알루미늄(10%) 관세 부과, 무역법 301조에 따른 중국산 제품에 7.5%~25% 관세 부과 등
  • ’20.1월, 미국·EU·일본은 산업보조금 규제를 위한 WTO 보조금협정 규범 강화를 제안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으나, 이후 구체적인 진전사항 없음

③ 바이든 행정부(’21-현재) : 트럼프 행정부에서 취해진 WTO 상소기구 운영 정지 용인 및 무역법 301조 및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 유지

  •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억제하기 위한 덤핑·보조금 조사는 트럼프 행정부 대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고 있음
  • 대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촉진, 국가안보와 직결된 핵심산업(반도체·배터리·AI 등) 관련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고 국내 제조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수출통제·투자제한 등과 연계하여 산업보조금을 적극 활용

 

3. ’24.11월 대선 이후 미국의 중국 견제 및 공급망 재편 정책 전망

앞서 살펴본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현황과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등을 고려하여 이하에서는 미국 차기 정부의 중국 견제와 공급망 재편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전망해 보겠습니다. 

바이든 2기 행정부 또는 공화당 행정부 재집권시, 신규 보조금 확대보다는 덤핑·보조금 조사를 통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주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


(1) 바이든 2기 행정부가 집권하는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보조금 정책은 인프라법, 반도체 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을 통해 일정 수준 틀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난 5월 부채 한도 협상 당시 공화당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 관련 예산 삭감도 부채 한도 상향 조건으로 내세웠던 점을 고려할 때, 기존에 추진해 온 산업보조금 외에 새로운 보조금 정책을 추가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산업보조금을 활용하여 미국 내 산업 기반이 구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해당 기간동안 수입품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할 필요성은 배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 인해 WTO협정이 허용하고 있는 덤핑·보조금 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유인이 커질 수 밖에 상황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덤핑·보조금 조사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작업도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동 개정안에 포함된 특정시장상황(particular market situation; PMS)5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수출국 정부의 작위·부작위(예 : 수출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IP·노동·환경 등에 대한 법제도 미비 또는 불충분한 집행)를 근거로 덤핑조사에서 PMS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의 신설을 제안하고 있는데, 그간 미국이 중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행위로 언급해 온 상황이 대다수 포함6되어 있어 향후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7

(2) 공화당이 재집권하는 경우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 등 보조금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지난 9월 미국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보수 성향의 전문가들과 함께 발표한 ‘Project 2025’ 보고서에는 차기 정권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와 매칭세(matching tax ;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만큼의 관세를 상대국 제품에 부과)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고, 트럼프 행정부 당시 USTR 대표를 역임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저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공격적 관세정책을 다시 추진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공화당의 기본적인 입장을 고려할 때,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는 경우 2017년~2020년 집권시와 동일하게 중국 견제를 위해 중국산 상품에 대한 덤핑·보조금 조사를 통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국내 산업을 보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됩니다. 

 

4. 시사점

WTO 반덤핑협정·보조금협정은 수출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가 수입국의 동종 산업에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 조사를 통해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국내적으로 막대한 산업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제품이 제3국으로 수출되지 않는 한 제3국 덤핑·보조금 조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8

반면, 미국의 덤핑·보조금 조사가 중국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미 수출이 많은 우리 기업들은 미국의 산업·기업들로부터 덤핑·보조금 조사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대미 수출 규모가 미국 국내 업계의 관심을 가질만한 수준인 경우, 미국 상무부의 정책 동향 및 관련 법령 제개정 동향을 모니터링 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덤핑·보조금 조사 대상이 중국산 제품을 주요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큰 상황임을 감안하여, 대미 수출량이 많거나 급증하는 중국산 제품과 유사·동일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의 경우, 미국의 해당 업계·기업들이 우리 제품을 중국산 제품과 동일한 그룹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가격·품질 등에서 차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을 통해 미국 기업들이 성장하여 특정 제품에서 우리 기업과 경쟁관계를 구축하는 경우, 미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해 덤핑·보조금 조사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므로 미국 기업·산업의 발전 수준과 수입산 제품 유입에 대한 미국 업계의 입장을 모니터링하고, 부정적인 견해가 감지되는 경우 사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고 : 미국 IRA와 연계한 보조금 조사 유의 사례(안)】

사례 상정가능한 미국의 보조금 조사 개시 상황
반도체과학법·인플레이션감축법 등으로 반도체·전기차·배터리 관련 미국 기업이 성장하여 한국산·중국산 제품과 경쟁관계 형성 미국 경쟁업체가 중국산 제품에 상계관세 부과를 목표로 하는 경우, 한국산 동종제품도 조사대상에 포함 가능(대미 수출시, 한국산/중국산이 유사/동종제품인 경우가 다수)
미국 경쟁업체의 청원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부과 가능(미국 산업보조금 정책의 영향으로 우리 정부도 유관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확대)
중국 배터리 원료·소재업체들이 free trade agreement에서 배터리 핵심광물 채굴·가공 요건(한미 FTA 활용)을 충족하기 위해 한국에 투자·생산 후 미국에 수출 중국산 제품에 보조금 조사를 통해 상계관세 부과 후, 한국에 진출한 중국기업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 우회조사 개시/부과

다음으로 미국에 진출(독립법인 설립 등)하여 현지에서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미국 현지기업으로서 수출기업과 달리 미국의 덤핑·보조금 조사를 활용할 수도 있는 만큼 미국 덤핑·보조금 조사를 활용할 가능성도 사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재료·구성품 등을 제3국(중국 또는 한국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경우 해당 재료·구성품 등에 대해 미국 경쟁기업이 덤핑·보조금 조사 개시를 청원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덤핑·보조금 조사과정에서 PMS·AFA·환율보조금 등을 활용하여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주요 대상에 한국산 제품(특히, 철강)도 포함된 바 있습니다. 특히,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제품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PMS를 한국산 철강에 처음으로 적용하면서 우리 업계에 고율의 덤핑관세를 부과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미국 상무부가 중국을 견제하고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목적으로 덤핑·보조금 조사를 통해 관세정책을 강화하는 경우에 한국산 제품도 주요 조사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사전적으로 대응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덤핑·보조금 조사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노동·환경·지재권 등에 대한 국내 보호 수준 등 국내 법제도와 관련한 정부의 작위·부작위가 고율의 관세 부과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9 관련 사항을 점검하고, 불합리한 방식으로 덤핑·보조금 조사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1 언론 보도에 따르면, EU는 중국산 풍력터빈 및 철강에 대한 보조금 조사 개시도 검토 중
2 출처 : WTO Trade Remedies Data Portal
3 「미국 우회조사 급증과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무역협회, ’23.5) : (’19) 17건 → (’20) 4건 → (’21) 2건 → (’22) 26건
4 미국 상무부는 ’23.5월 덤핑·보조금 관련 규정 개정안(proposed rule) 발표(개정안 주요내용 : △PMS 존재 관련 규정 구체화 →“§351.416 Determination of a particular market situation” 신설 제안, △역외보조금은 보조금조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조항(§351.416 Transnational Subsidies) 삭제 등) → ’23.7월까지 의견 수렴(한국 정부, 무역협회, 철강협회, 포스코, 현대제철, 넥스틸 등 의견 제출)
5 특정시장상황(Particular Market Situation) : 수출국 국내시장에 일반적 생산비용이 왜곡되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부인하고 덤핑마진을 산정 → WTO반덤핑협정 제2.2조에서 덤핑 정상가격 산정과 관련하여 PMS에 대한 규정 포함
6 PMS 관련 개정안 주요 내용 : △수출국의 수출세/수출제한/특정생산자 우대/반경쟁적 규제/수출국 정부의 가격 통제시 PMS 존재 긍정, △정량적 근거없이도 PMS 존재 인정 가능, △과잉설비, 정부조치(투입재료 생산·공급통제, 투입재료 시장 개입, 투입재료 수출통제, 투입재료 수출세 부과), 정부의 투입재료에 대한 수출세 부과/관세·세금 면제 또는 환급, 정부의 재정지원, 정부의 국내사용요건 또는 기술이전 요건 부과, IP를 포함한 재산, 인권, 노동, 환경 보호 법·정책의 불충분한 집행/적용 또는 법제도 부재, 기업간 전략적 제휴 등을 PMS 예시로 규정
7 미국 의회에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덤핑·보조금 조사 관련 상무부 권한을 확대하는 “Level the Playing Field 2.0 Act”가 제출되어 논의 중
8 WTO 보조금협정에 따라 미국의 보조금 법/정책에 대한 WTO 제소는 가능하나 이는 별론으로 함
9 과거 한국산 철강에 대한 PMS 존재가 인정된 사례를 감안할 때, 보조금 조사에서 불법 보조금으로 판정되는 경우, 덤핑조사에서 PMS를 통해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 확대 → 진행 중인 보조금 조사 대응 강화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