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블록체인을 이용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프로젝트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고, 현재도 NFT의 활용 방안과 사업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습니다.
2022년경 유명 NFT 프로젝트에서 화이트리스트(whitelist)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해당 프로젝트의 NFT 디자인 등 창작을 담당했던 아티스트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무법인(유) 세종은 이 사건에서 아티스트를 대리하여 승소확정 판결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이 판결은 프로젝트 운영진과 NFT 창작 아티스트의 법적 책임에 관한 최초의 판례로서, 향후 NFT 프로젝트 사업 진행과 운영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사건의 개요
이번 사건은 유명 아티스트가 참여한 NFT 신규 발행(Minting, 민팅)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입니다. 프로젝트의 운영진은 NFT의 발행 전에 프로젝트 홍보 글을 SNS에 게시하거나 이벤트 당첨 등 일정한 조건을 성취한 사람들에게 화이트리스트(Whitelist) 자격을 부여하였습니다. 화이트리스트란 NFT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새롭게 발행될 NFT에 대한 특별한 민팅(구입) 기회를 부여받은 사람들의 리스트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 NFT 프로젝트에서는 ‘저렴한 특정 가격에 최대 2개의 NFT를 미리 구입할 수 있는 사전 판매(Pre-sale) 기간(24시간)을 설정하였고, 화이트리스트 대상자들에게 그 기간에 민팅(NFT 구입)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NFT 프로젝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사전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사전 판매분으로 배정해 둔 NFT들이 조기 완판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화이트리스트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 중에 사전 판매 기간에 NFT를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그 중 일부 사람들(‘원고들’)이 해당 NFT의 이미지, 디자인 등을 창작한 아티스트(‘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사건의 쟁점 및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화이트리스트 자격을 받은 사람들은 NFT 2개를 저렴한 특정 가격에 확정적으로 매수할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해당 NFT 2개에 대한 현재까지의 거래 평균가를 기준으로 한 전매차익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우선 원고들은 아티스트인 피고도 이 사건 프로젝트의 운영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프로젝트 운영진은 원고들이 사전 판매 기간에 NFT 2개를 확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량의 NFT를 사전 판매분으로 배정하여야 하는 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하는데, 피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원고들은, 프로젝트의 운영진이 광고한 일정한 지시행위를 이행함으로써 화이트리스트 자격을 부여받았는데, 프로젝트 운영진이 충분한 NFT를 사전판매분으로 배정하지 않아 원고들이 계약체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였으므로, 민법 제675조의 현상광고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아가 원고들은, 피고가 실제로는 프로젝트 운영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NFT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피고가 자신의 명의를 프로젝트 운영진에게 대여해주었고 원고들은 피고를 운영진으로 오인하였으므로, 피고는 상법 제24조 소정의 명의대여자 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아티스트인 피고를 대리한 법무법인(유) 세종은, 우선 피고는 용역계약에 따라 NFT의 디자인 등 창작행위만을 담당한 아티스트일 뿐 이 사건 프로젝트의 운영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또한 화이트리스트들에게는 ‘사전 판매(Pre-sale)에 참여할 기회’가 부여되었을 뿐 NFT 2개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것도 아니고, 다른 NFT 프로젝트들에서도 통상적으로 사전 판매분으로 배정된 NFT 수량보다 많은 수의 화이트리스트를 선정하는 오버-화이트리스팅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원고들도 이와 같은 관행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프로젝트 운영진이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한다는 원고들 주장이 부당하다는 점 또한 분명하게 밝혀 내었습니다.
한편 원고들의 현상광고 책임 관련 주장에 대하여는, 이 사건에서는 광고자의 지시행위 및 응모자가 해야 할 행위가 전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현상광고 계약의 성립 요건이 결여되었다는 점과, 설령 현상광고 계약이 성립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보수는 사전 판매 기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제공이며 이는 원고들에게 모두 지급되었다는 점을 제시하면서, 원고들의 주장이 부당함을 지적하였습니다.
나아가 피고가 상법상 명의대여자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유명 아티스트로서 창작 업무만을 담당했던 피고는 프로젝트의 운영진이 아니라 NFT 아트를 제공하는 용역 업무를 수행한 자에 불과하고, 피고가 아티스트로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는 점은 수차례 원고들에게 공지되었으므로, 원고들이 피고를 프로젝트 운영진으로 오인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원고들의 이 주장 또한 부당함을 지적하였습니다.
법원은 세종의 주장을 모두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법원은 채무불이행 및 현상광고 관련 원고들의 주장은 모두 이유가 없어 프로젝트의 운영진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이 부과될 수 없고, 피고는 아티스트로서 상법상 명의대여자 책임도 성립할 여지가 없으므로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이 사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3. 시사점
이번 판결은 신규 NFT의 발행 프로젝트에 있어서 프로젝트 운영진의 법적 책임에 관하여 판단한 최초의 판례입니다. 신규 NFT 발행 과정은 통상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사전적으로 NFT를 구매할 수 있는 사전 판매 기간을 마련해두고, 해당 사전 판매 기회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자(화이트리스트)를 미리 선정하는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전 판매 기간이 끝나면 NFT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에 선정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뿐더러, 사전 판매에 제공된 NFT가 조기에 완판되어 화이트리스트에 선정된 자가 이를 매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습니다.
법원은 NFT 프로젝트 진행 과정의 통상적인 절차와 진행상황, 공지 내용 등을 충실하게 심리한 끝에, 피고에게 프로젝트 운영주체의 일반 계약 책임, 현상광고 및 명의대여자 규정에 따른 책임 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향후 NFT 프로젝트의 진행을 준비하는 경우나 이미 분쟁이 발생한 경우 모두에 있어 의미깊은 선례 및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NFT 프로젝트에서 NFT의 이미지, 디자인 등을 창작하는 아티스트의 유명세와 인기는 프로젝트의 홍보 및 종국적인 성공 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NFT 발행 이후 프로젝트의 운영 과정에서 유명 아티스트의 대외적 책임 여하도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판결은 프로젝트 운영진과의 계약 내용, 프로젝트 관련 공지 내용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아티스트의 계약상 책임은 물론 상법상 명의대여자 책임도 부인하였는바, 이는 유명 아티스트 또는 유명 연예인들의 NFT 프로젝트 참여에 관하여도 일정한 가이드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로써 유명인들과 콜라보 형식으로 진행되는 NFT 프로젝트도 보다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