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들은 한편으로는 중국 기업들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이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IRA에 의하면 “청정 차량"이 미국 연방 세금 공제 자격을 얻으려면 해당 차량의 "핵심 광물"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 무역 협정(FTA)이 발효 중인 국가에서 추출되거나 처리되어야”하며, 또한 그러한 차량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IRA가 본질적으로 보조금(세액공제) 대상을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및 부품으로 제한함에 따라, 당시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와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사업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졌었고, 이에 따라 미국 기업과의 합작 투자나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생산 시설 및 공장 건설 등) 등 다양한 형태로 미국 진출을 서두르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중국은 현재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지만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중국 기업은 IRA 제한을 우회하고 미국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 기업은 원자재 및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목적으로, 상호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IRA는 "우려대상기업"(Foreign Entity of Concern 혹은 FEOC)이 생산, 처리 또는 추출한 중요한 광물 또는 배터리 구성 요소가 포함된 차량은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IRA의 초기 규정들에서는 FEOC에 관한 세부 사항들을 나중에 정하기로 남겨 두었지만, FEOC에는 중국 정부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회사가 포함될 것임은 이미 예상되어 왔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 사이에 체결된 대부분의 합작투자계약서에는 지분조정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계약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조건을 알 수는 없지만 “각 당사자가 합작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이 IRA의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모든 작업을 수행한다”라는 식의 일반적인 문구만 규정되어 있을 수도 있고, 이보다 더 나아가 IRA 세액공제 요건 충족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한국 기업에게 중국 기업으로부터 일정한 가격에 합작회사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였다면 한국 기업은 매매조건 등에 관한 다소 복잡할 수도 있는 협상절차를 생략하고 합작투자계약에서 미리 정한 바에 따라 큰 어려움 없이 바로 중국 기업으로부터 필요한 지분을 매수함으로써 IRA 세액공제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며, 이로 인한 시간적, 비용적 손실을 줄이고 사업운영에 보다 확실성을 가질수 있었을 것입니다.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가 2023년 12월 1일 FEOC에 관한 추가 해석지침을 발표했을 때, 이러한 지분 조정 조항들을 합작 투자계약서에 포함하는 것이 실제로 필요했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추가지침은 FEOC의 범위를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특정 국가(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의 정부에 소유, 통제되거나, 관할권이나 지시를 받는 모든 외국 기업”을 포함하였습니다. 여기서 "정부"에는 중앙 및 지방 정부뿐만 아니라 지배 정당, 현직 또는 전직 고위 정치인까지 포함되며, "소유, 통제 또는 지시를 받는"다는 것에는 이사회 의석, 의결권 또는 지분의 25% 이상을 보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계약상 합의를 통해 "실효적인 통제권"을 갖는 것까지 포함됩니다. 또한 모기업이 자기업의 이사회 의석, 의결권 또는 지분을 50% 이상 직접 보유하는 경우에는 자회사와 동일 개체로 간주되어 자기업이 보유한 지분 전량이 모기업이 보유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양극재나 전구체 등 배터리 부품을 생산·가공하는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십조원의 자본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합작파트너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하고, 다만 지분율은 51대 49로 (한국회사가 51%의 지분을 보유) 정하는 것이 통상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경우 추가지침에 따른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으로부터 주식을 매수하여 중국측의 지분율을 25% 미만으로 낮추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 기업은 지분율 이외에도, FEOC의 범위에 "실효적인 통제권" 개념이 포함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확실히 "실효적인 통제권" 조항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려면 추가지침에 명시된 면책조항(safe harbor provision)에 의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의 합작 투자계약서에 다음과 같은 사항에 관한 결정권 내지 권리를 한국 기업이 모두 보유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i) 생산 수량 결정, (ii) 생산 시기 결정, (iii) 광물 또는 부품의 사용 또는 원하는 상대에게 판매, (iv) 생산시설에 대한 접근 및 관찰, 그리고 (v) 체결 이후, 수출 통제 또는 중국이 부과하는 지적 재산 사용에 대한 기타 제한에도 불구하고 생산에 중요한 모든 장비를 독립적으로 운영, 유지 관리 및 수리하고 생산에 중요한 지적 재산, 정보 및 데이터에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구체, 양극재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생산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20여개가 넘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거나 공동 투자를 약정하여, 관련 투자 금액만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LG화학과 화유코발트는 약 1조7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새만금에 배터리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SK온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GEM과 함께 새만금에 배터리 전구체 공장을 공동 건설하고 있으며, 최대 약 1조2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은 CNGR과 니켈 및 2차전지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합작회사가 FEOC에 해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로부터 지분을 매수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경우 한국 기업들에게 막대한 금액의 잠재적 지출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와 동시에, 추후 한중합작회사에 추가적인 자본 투자가 필요한 경우 한국 기업들은 증가된 지분율만큼 추가적인 투자부담도 안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한중합작회사와 관련하여 한국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이 크게 늘어날 전망인데, 이 와중에, 한미합작회사와 관련한 한국회사의 기대 이익도 향후 크게 줄어들 위험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즉, 이와 같이 중국 기업과의 합작회사를 통한 사업 진행이 IRA상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고, 향후 IRA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합작 파트너로서의 “미국 기업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게 될 것인데, 이를 빌미로 미국 합작 파트너들이 IRA 세액공제 혜택에 대해 지분율 이상의 분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에 GM은 LG에너지솔루션에게 자신의 지분율인 50%를 크게 초과하여 미국 내 합작법인의 세금혜택의 최대 85%를 자신에게 분배할 것을 요구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IRA 혜택이 더욱 축소될수 있어서, 한국 기업들이 직면하게 될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IRA법안을 완전히 폐지하려면 상·하원 모두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IRA가 완전히 폐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추후 IRA에 따라 제공되는 기존 혜택을 줄이거나 "평등한 경쟁의 장"이라는 외관 아래 미국 이외의 회사들에 추가 관세나 세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잠재적 위험요소들은 한국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재무적 또는 영업상의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들에 직면한 한국 기업들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추가 자금 여력을 확보하는 것일 것입니다. 가능한 방법들 중에는 자산(부동산, 지적 재산권 등)을 매각하거나 기존 합작 회사에 참여할 추가 투자자를 찾는 것과 같은 전통적인 방법도 있고, IRA에 따른 다양한 세액공제 혜택을 유동화하는 등의 새로운 자금 조달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First Solar는 최대 7억 달러의 AMPC(첨단 제조업 생산세액 공제)를 달러당 $0.96에 선판매하여 추가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EOC 규정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중국 기업과의 합작회사에 대한 제한이 크게 완화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물론 미국이 유일한 시장은 아니며, 중국이 유일한 공급업체도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은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이고 중국은 주요 원료 및 소재 공급국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두 국가 모두 수익 창출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서는 당분간 한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무시하거나 줄일 수는 없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그 사이에 최대한 빨리 다양한 해결 방안을 고안해 낼 필요가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