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계약이나 도급 계약에 거래 물품이 특허권 등 제3자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하며(이하 “비침해특약”),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매도인이나 수급인이 자신의 책임으로 처리하고 매수인 또는 도급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러나 계약 체결 시에 이러한 의무의 발생 시점이나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정작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하여 논한 판례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해당 조항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판시한 일본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합니다.
사안의 간략한 개요는 시간 순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원고(매수인)과 피고(매도인)는 피고가 제조하는 상품(이하 ‘피고 상품’)을 원고가 매수하여 도매 판매하기로 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기본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비침해특약이 포함되어 있었음.
✓ 피고 상품이 제3자의 특허권, 상표권 등의 공업소유권에 저촉하지 않음을 보증한다.
✓ 만일, 저촉하는 경우에는 피고의 부담과 책임으로 처리 해결하는 것으로 하고, 원고에게는 손해를 입히지 않는다.
- 특허권자라고 주장하는 제3자(나중에 원고와 피고 간의 소송에 보조참가 하였음)는 원고와 피고에게 피고 상품이 보조참가인의 특허권에 저촉된다고 주장하였음.
- 피고는 제3자의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특허권 침해를 부정하였음.
- 원고의 거래처는 특허권 침해 분쟁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고 상품을 채택하기로 결정하였음.
- 제3자와 원고의 거래처 사이에서 제3자는 원고의 거래처의 과거 특허 침해에 대하여 청구를 하지 않고 원고의 거래처는 피고 상품을 채택하지 않기로 하는 화해가 성립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원고의 거래처는 원고에게 피고 상품의 거래를 중지한다는 것과 원고가 보유하고 있는 피고 상품 재고에 대하여는 보상1할 의향을 표시함.
- 원고는, 피고 상품이 제3자의 특허권에 저촉되기 때문에 피고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일실이익 등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며 제3자는 동 소송에 보조참가 하였음.
1심인 오사카 지방재판소는 피고가 비침해특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고, 2심인 지적재산 고등재판소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문언상, 당해 비침해특약은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 확정 판결을 받는 등 피고 상품에 관하여 특허권 침해 사실이 확정되어, 원고가 손해를 입은 것이 확정된 경우의 피고의 손실보상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됨.
- “피고의 부담과 책임으로 처리 해결”이라는 문언이나 피고가 상품의 제조자로서 원고보다도 기술적인 식견 등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사후적인 금전보상의무만이 아니라 피고가 그 부담과 책임으로 분쟁을 처리 해결할 적극적인 의무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됨. 제3자로부터 특허권 침해경고를 받은 때에는, 피고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상품에 관한 기술적 식견이나 특허권 등의 권리관계 기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원고가 필요한 정보의 부족에 의하여 패소하거나 또는 협상에서 부당하게 불리한 상황이 되어 손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협력할 의무도 지는 것으로 해석되나, 피고가 제3자의 해결책 제안 등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피고가 특허권 침해 등을 주장하는 제3자에게 소송 제기나 무효심판청구 등의 대항수단까지 강구할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님.
- 피고가 위와 같은 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경영판단 등에 의하여 제3자와 합의한 경우까지도 피고가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님.
일본 법원은 비침해특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 위와 같이 판시하면서, 피고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신속하게 수집하여 보조참가인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를 부정한다는 취지의 대응을 한 점, 나아가 원고의 거래처에게 사정 설명 및 자료 제공을 한 결과 원고의 거래처에서 피고 상품을 채용하는 결정을 하였던 점, 피고의 주장은 나름 근거가 있어 보조참가인의 특허 침해 주장을 방어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 등의 사실 인정을 한 후, 피고가 비침해특약에 따른 의무를 다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원고의 거래처가 피고 상품의 판매 중지를 결정하는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원고가 피고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 것은 원고 스스로의 경영판단에 따른 것으로서, 피고가 이에 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사건에서 일본 법원은 “만일, 저촉하는 경우”라는 문언은 소송 등의 절차에서 특허 침해가 확정된 경우를 의미하며, 손실보상의무는 이때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한편, 특허 침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허 침해에 관한 경고장을 받거나 분쟁이 제기된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할 적극적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법원은 그 이유로 매도인이 매수인에 비하여 관련 특허에 관하여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들고 있는데, 이는 하도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매도인이 무효심판 등을 청구할 의무까지는 지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도 유의할 만합니다.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경우 그 침해 여부나 무효 여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권리자라고 주장하는 자가 사법적 구제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침해 당사자가 아닌 거래처에 권리위반 경고장을 보내는 것과 같이 자력구제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위 일본 판례가 ‘저촉하는 경우’라는 문언을 두고 특허 침해가 확정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은 수긍할 만하며, 향후 우리나라에서 유사한 사안이 문제될 경우 위 판례 사안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우리나라 법원은 이러한 자력구제 조치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도 보고 있습니다(특허법원 2021. 9. 14. 선고 2020나2004 판결).
또한 위 판례는 비침해특약 조항을 근거로 매도인에게 분쟁을 처리 해결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만약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 매수인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는지, 나아가 어느 범위에서 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볼 것인지는 향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처럼 비침해특약 조항의 의미와 그 해석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고, 계약 실무상, 비침해특약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이 되고 있으므로, 통지 의무, 금전적 배상의무가 발생하는 시점이나 조건 및 범위, 분쟁 해결의 결정권을 갖는 주체, 각자의 협력 의무의 범위 등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비침해특약 위반과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와 과실상계에 대한 일본 법원의 판시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원고의 거래처는 피고 제품에 특허권 침해 분쟁 이슈가 있음을 알면서도 피고 상품을 채택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가 피고로부터 피고 제품을 구매하여 재고를 보유하게 되었으나, 후에 원고의 거래처가 보조참가인과의 화해를 통하여 피고 상품 거래를 중지하게 되었다는 점이 고려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