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공사발주자를 주장한 공사 대표에게 피해자 사망에 책임이 있다 판단-

1. 대법원 ‘인천항만 갑문 노동자 추락사고’ 관련 파기환송 선고

대법원이 2024. 11. 14. 인천항만 갑문 노동자 추락사망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도급인 F공사 전 사장 B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던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사건 사고는 2020. 6. 3. 인천 중구 L갑문에 있는 갑문 정기보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C주식회사 소속인 피해자 M이 갑문 상부에서 윈치를 이용하여 18m아래 갑문 하부바닥으로 H빔(42.5kg), 유압잭, 공구 등을 내리는 작업을 하던 중, 피해자 인근에 있던 윈치프레임이 전도되면서 갑문 아래로 추락하자, 윈치프레임에 연결된 가이드 줄을 잡고 있던 피해자도 함께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한 사고였습니다.

F공사는 이 사건 사고에 대해 F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0호에 따른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및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제1심(유죄)과 항소심(무죄)의 판단이 엇갈렸던 가운데, 금번 대법원 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별기준에 관한 첫번째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었던 사건입니다. 

 

2.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

제1심에서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의 의미는 사실상 의미에서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규범적으로 평가하여’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에 의해 판별해야 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제1심은 F공사는 규범적으로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부담하며, 이에 따라 F공사의 사장인 B 또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제1심은 그러한 판단의 근거로, (1) L갑문 정기보수공사는 F공사의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사업이며, (2) F공사가 갑문 보수공사와 그로 인한 재해를 관리하는 재난안전실, 갑문관리실 등을 운영하고 있고, (3) 수급인인 C주식회사보다 F공사의 인력, 예산 등이 월등히 우월하며, (4) C주식회사의 위험 작업시 F공사가 사전 승인을 해 왔던 점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F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도급인이 아닌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F공사 및 F공사의 사장인 B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항소심은 그러한 판단의 근거로 (1) 발주자가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해당 공사의 공정이나 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할 것이므로 발주자에게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그 위반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점, (2)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공사를 도급한 자 중 건설공사발주자를 떼어내어 별도로 정의하고 그에 대해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을 묻지 아니하는 취지를 고려할 때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어 건설공사를 다른 사업주에게 도급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뿐 도급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한 점, (3) F공사는 갑문공사와 관련하여 강구조물공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건설업자의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점, (4) F공사는 갑문공사의 시공 과정과 공정, 시공에 필요한 자재 및 운반방법,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산업재해의 위험성에 관하여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못한 점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1)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2)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3)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여,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구체적인 판단에 있어서 항소심의 판단과 달리 F공사는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F공사의 사장인 B에 대하여도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그러한 판단의 근거로 (1) 항만 핵심시설인 갑문의 유지 및 관리는 F공사의 주된 설립 목적 중 하나인 점, (2) F공사는 갑문 보수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등 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하였으며, 수급업체의 보수공사 공정률을 매주 점검하면서 수급인의 공정상황을 고려하여 설계도면을 직접 변경하기도 한 점, (3) F공사는 갑문 유지보수공사의 시공에 필요한 철강구조물공사업 등록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갑문의 유지∙보수에 관한 전담부서를 두고 갑문의 일상점검, 주간점검, 분기별 점검, 반기별 점검을 수행한 점, (4) F공사가 이 사건 갑문에 관하여 대한민국과 체결한 관리위탁계약상의 위탁업무에 갑문시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유지∙보수가 포함되어 있는 점, (5) F공사는 사고 당해 연도까지 4개년 사업으로 매년 갑문시설의 정비∙보수 계획을 수립∙시행해 왔고, 이에 따라 C주식회사 등에 공사를 도급한 점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발주처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 시공자격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출자한 법인이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법인으로서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건설업 등록을 신청할 수 없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도급인에 해당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4. 이번 선고의 시사점

이번 선고는 現 산업안전보건법이 2020. 1. 16. 시행된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별 기준에 관한 첫 번째 대법원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0호 소정의 건설공사발주자인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도급 사업주가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명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그와 같은 규범적 판단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그러한 판단 기준은 개별 사건들에 대한 판례가 축적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정립될 여지가 있으므로, 향후에도 다른 사건에서의 법원의 판단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이 위와 같이 발주처가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건설업 등록을 신청할 수 없다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도급인에 해당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를 때 도급 사업주가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부과되고(제63조), 반복된 사망사고 발생 시 가중처벌 조항(제167조 제2항)이 적용되는 등 대폭 강화된 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경우, 계약체결절차는 물론 건설공사의 계획, 설계 및 시공 등 전 과정과 관련하여, 사업장의 안전관리와 관련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의 소재가 규범적으로 어떻게 판단될 수 있을지에 대해 법률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하여 진행할 필요가 더욱 커졌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