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대재해처벌법위반 등 사건에서 관련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됨

법원이 최근 제조업 공장 수급인 근로자가 작업 중 공구에 맞아 사망한 사고와 관련한 중대재해처벌법위반 등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 불이행과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2024. 12. 19.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기소된 A사(도급인) 및 A사의 대표이사B,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된 개인사업자C(수급인) 및 C의 근로자D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022. 2. 9. 대구 소재 A사 공장에서 작업하던 협력업체 소속 50대 노동자가 작업 중에 압축성형기에서 튕겨나온 플라스틱 수공구(일명 지그, 이하 ‘이 사건 수공구’)에 머리를 부딪혀 병원 치료를 받다 한 달 후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하였습니다.  

검사는 (i) 사업주 C가 소속 근로자인 D가 이 사건 공구를 제조 목적과 달리 사용함에도 이를 방치하고, 압축성형기에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업무상과실치사죄), (ii) C 소속 근로자인 D에게 이 사건 수공구를 제조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고 압축성형기 내부에 이 사건 수공구를 올려둔 채로 기계를 작동시킨 업무상과실이 있다는 점(업무상과실치사죄), (iii) A사의 대표이사 B가 도급인으로서 위 (i)과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피고인들을 기소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① 이 사건 수공구의 제조 당시 제조 목적이 불분명하여 D가 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고 B, C가 이를 방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 ② 압축성형기 작업 과정에 이 사건 수공구가 튕겨 나올 것은 예상하기 어려워 압축성형기 방호장치 설치 등의 안전조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없다고 보았고(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무죄), C, D가 이 사건 사고를 예견할 가능성이 없어 업무상과실치사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업무상과실치사죄 무죄). 특히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에 관하여, A사 대표이사 B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한 전담조직을 두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도, 위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사고와 전담조직 미배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았습니다(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 무죄).


2. 이번 선고의 시사점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로 동법 시행령 제4조 제1 ~ 9호까지의 사항들을,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 사항으로 동법 시행령 제5조 제1 ~ 2호의 사항들을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법 제17조는 “어떤 행위라도 죄의 요소되는 위험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단순히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이행사항들이 미비한 것이 아니라, 미비한 의무이행사항과 사망사고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만 중대산업재해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선고는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도 예외 없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원인)과 중대산업재해 발생(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만 죄책이 성립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습니다. 

즉, 법원은 B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2호 소정의 안전∙보건에 관한 총괄∙관리 전담 조직을 두지 않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사고가 전담조직 미배치를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B에게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대상 판결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작업 및 관련 공정의 내용, 압축성형기의 작동 방식, 이 사건 수공구의 제조 목적, 평상시 작업방식 및 작업교육 내용, 이 사건 수공구의 재질 및 특성 등을 광범위하게 고려하여 이 사건 사고는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피고인들에게 관련 법령상의 조치의무 및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작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위반 등 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관련 법령의 위반이 존재하는지 여부만을 검토해서는 안 되고, 먼저 정확한 사고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그로 인한 사고의 발생이 예견 가능한지, 관련 법령위반과 사고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 직후 현장조사, 수사단계에서부터 관련 경험이 풍부한 고용노동부∙경찰∙검찰 수사대응 전문가와 함께 구체적 사실관계와 관련 법률에 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토대로 사건을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