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력구조 개편 방안 중 하나로 ‘정년이 도래하지 않은 직원 중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이 소속 기업으로부터 소정의 위로금을 지급받고 사직’하는 소위 ‘희망퇴직’이 있습니다. 노동관계법령에 희망퇴직의 방법 내지 절차 등이 규정되어 있지는 않으므로, 기업이 희망퇴직의 요건, 절차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희망퇴직과 관련하여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 희망퇴직 절차 규정과 관련한 유의점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6호는 ‘경영상 또는 기술상의 사정으로 인한 인력의 배치전환·재훈련·해고 등 고용조정의 일반원칙’을 노사협의회의 협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희망퇴직 제도를 도입할 경우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고용조정의 일반원칙은 노사협의회의 “협의” 사항이므로, 희망퇴직 제도를 도입하면서 노사협의회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희망퇴직의 효력이 부인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벌칙 규정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희망퇴직 실시에 관한 절차 규정이 존재한다면, 희망퇴직 실시에 앞서 이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희망퇴직 합의의 효력이 문제된 사안
희망퇴직은 근로자가 퇴직의 신청(청약)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승낙)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입니다. 그리고 이는 원칙적으로 계약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적 자치의 영역입니다(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3다1632판결, 헌법재판소 2007. 4. 26.자 2003헌마533 결정 등 참조).
즉 기업이 실시하는 희망퇴직의 공고가 ‘청약의 유인’, 근로자의 희망퇴직 신청이 ‘청약’, 기업의 승인이 ‘승낙’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사용자와 근로자가 희망퇴직에 합의한 경우, 퇴직예정일이 도래하면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고 사용자는 희망퇴직금(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그런데 희망퇴직 신청에 대하여 사용자의 강박, 종용 등이 개입된 경우, 그로 인한 퇴직은 근로자의 자발적인 퇴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만일 근로자가 경제상황, 구조조정계획, 희망퇴직의 조건, 퇴직할 경우와 계속 근무할 경우에 있어서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결과 사직원을 제출하였다면, 회사의 권유에 따라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근로계약은 적법하게 합의해지 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2003. 4. 22. 선고 2002다65066 판결 등).
그러나 희망퇴직 신청에 대하여 사용자의 강박, 종용 등이 개입된 경우 희망퇴직에 따른 퇴직이 해고라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 대상자로 선정된 문제 직원들에 대하여 스스로 사직원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총무관리처로의 대기발령, 직위해제 등의 절차를 거쳐 직권면직시킨다는 인사방침이 공고되고, 그에 따라 근로자가 대기발령 받은 뒤 회사의 거듭된 종용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두11076 판결), <회사가 특정 근로자들을 정상적인 근로를 제공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부서로 전속시키고, 근로자들이 그러한 근로조건 하에서 회사의 사직서 제출 종용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1다76229 판결), 그러한 희망퇴직은 실질이 해고라고 판단된 바 있습니다.
해고가 유효하려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단지 경영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으므로, 기업이 희망퇴직을 실시함에 있어서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보장하고, 가급적 추후 분쟁에 대비하여 증빙 자료도 갖추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근로자가 희망퇴직 신청을 철회할 수 있는지
근로자가 희망퇴직 신청서를 제출해 근로계약 해지를 청약하는 경우,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인(승낙의 의사표시)이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근로자가 희망퇴직 신청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여 근로계약 해지에 대한 합의가 있은 이후에는 근로자가 임의로 희망퇴직을 철회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3다1632 판결, 대법원 1994. 8. 9. 선고 94다14629 판결 등).
이와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 2018. 6. 8. 선고 2018나2002613 판결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판결은 희망퇴직 공고에 “퇴직신청은 취소 및 철회 불가”라고 기재하였더라도, 희망퇴직 공고는 희망퇴직에 대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며, 청약의 유인에 희망퇴직 의사 철회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는 사정만으로 희망퇴직 의사의 철회를 배제하는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희망퇴직 공고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 신청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근로자가 희망퇴직 신청을 철회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사용자가 희망퇴직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지
희망퇴직이란 근로자가 희망퇴직의 신청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함으로써 합의에 의해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희망퇴직 심의·결정권한이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사용자의 희망퇴직 심의·결정 권한은 희망퇴직 제도의 도입 경위, 다른 희망퇴직 신청자들과의 형평성, 희망퇴직신청의 동기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적절하게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객관적 자격을 갖춘 근로자의 희망퇴직 신청에 대하여 부당한 사유를 내세워 수리를 거부하는 등 이를 남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99. 12. 21. 선고 99다42933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4. 8. 선고 2015나2059717 판결 등).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사용자가 핵심 인력이라 판단하여 고용 유지 대상으로 선정한 직원의 명예퇴직 내지 희망퇴직 신청을 반려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6. 4. 8. 선고 2015나2059717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1. 선고 2021가합583355 판결 등).
다만, 이와 관련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희망퇴직 공고문 등에 ‘회사가 희망퇴직 대상자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며, 근로자들이 신청하더라도 회사가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기하거나, 희망퇴직 승인 기준에 대한 객관적 기준 및 근거자료를 구비해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 위 글은 장재혁 변호사가 월간 노동법률 2024년 12월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