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녹음파일의 원본파일이 현존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을 들어 녹음파일 및 그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원심에 대하여 원본이 현존하지 않는 녹음파일 사본도 원본과의 동일성이 입증되는 경우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하면서 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1. 사실관계
피고인1과 피고인2는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주식대금 등 명목으로 2억 7,000만 원의 현금을 받아 편취하고, 피고인2는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편취하고, 피해자에게 빌려준 3,000만 원을 변제받았음에도 이를 변제받지 못한 것처럼 고소하는 등 무고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고, 검사는 피고인들과 피해자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 사본을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위 녹음파일은 피해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피고인들과의 통화를 녹음한 것인데, 피해자는 휴대전화에 최초 저장된 녹음파일들(확장자 ‘3gp’ 또는 ‘m4a’)을 자신의 컴퓨터나 외장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후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던 녹음파일 원본들을 대부분 삭제하였고, 휴대전화에서 녹음한 녹음파일을 휴대전화 외의 다른 매체에서 재생할 수 있도록 ‘mp3’ 파일로 변환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피의자는 컴퓨터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던 녹음파일 사본 중 일부(이하 ‘이 사건 녹음파일 사본’)를 CD에 복사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하였습니다.
2. 재판경과
피고인들은 이 사건 녹음파일 사본이 자신들의 음성이 아니고 피해자와 사이에서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눈 적도 없으며, 나아가 이 사건 녹음파일 사본이 편집·조작된 것이라는 취지로 변소하였습니다. 1심은 녹음파일 사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피고인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항소심은 녹음파일 원본이 현존하지 않아 원본과 사본의 동일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항소심과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원본과의 동일성은 해쉬(Hash)값 비교 등 원본과 사본의 직접 비교를 통해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한 후 ⅰ) 음성분석관의 감정 결과 녹음파일 사본의 음성이 피고인들의 음성과 동일할 가능성이 있고, 녹음파일 사본에서 편집 흔적이 관찰되지 않은 점, ⅱ) 녹음파일 원본은 휴대전화 녹음기능을 통해 생성된 압축파일로서 편집·조작이 용이하지 않은 점, ⅲ) 피해자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복원된 일부 원본파일의 해쉬값(Hash) 등이 사본과 동일한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녹음파일 사본은 원본과의 동일성이 증명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다음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3. 시사점
대법원은 이전 판결에서 대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 등의 전자매체는 그 성질상 작성자나 진술자의 서명 혹은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녹음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의하여 그 내용이 편집·조작될 위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그 대화내용을 녹음한 원본이거나 혹은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입증되어야만 하고, 그러한 입증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으며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8869 판결(디지털녹음기로 녹음하여 콤팩트디스크에 복사한 사례, 증거능력 부정),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7461판결(디지털 녹음기로 녹음하여 컴퓨터에 복사한 사례, 증거능력 인정)}, 인위적 개작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사본이라는 점은 녹음파일의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쉬(Hash)값과의 비교, 녹음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4도10978 전원합의체 판결(이석기등 내란음모사건)}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위와 같은 기존 판결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법리를 설시한 것은 아니지만, 원본이 현존하지 않는 녹음파일 사본의 증거능력 인정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으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원본파일의 부재만을 들어 사본의 증거능력이 쉽게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증인신문, 감정, 검증 등 원본과의 동일성에 관한 다양한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사본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사건 초기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선제적으로 녹음파일 사본의 증거능력을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고, 사본의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사본의 보관 및 이관 과정과 관련한 진술이나 로그기록 등을 신빙성 있게 유지할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고 할 것입니다.
디지털증거의 증거능력 확보, 분석 및 처리 등과 관련하여 도움이 필요하시면 세종디지털포렌식센터(02-316-1664 / forensic@shinkim.com)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nglish version] Admissibility of Duplicated Audio Without Originals: Supreme Court Ru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