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무제공자와 그 보호방안에 대한 논의
근로기준법의 보호대상인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인적으로 종속되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직업의 종류와 노무제공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함에 따라, 근로자로서의 특징(종속성)과 독립사업자인 수임인 내지 수급인으로서의 특징을 함께 갖는 노무제공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근로자와 독립사업자의 경계선상에 있는 노무제공자들은 원칙적으로는 자영업자이지만, 특정 사업주 등에 대한 종속성 표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 왔다. 또한 최근 노동시장의 변화를 고려할 때, 도급이나 위임의 성격을 가진 노무제공자들도 보호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비교적 초기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가 문제되었으나,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불특정 조직이나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보수∙소득을 얻는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의 방향은 다기하다.
(ⅰ) 먼저 현행 노동법의 해석을 통해 노무제공자도 근로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견해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단기준이 지나치게 협소하여 변화된 근로관계의 실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인적 종속성이 없더라도 사업편입성 또는 사업결합성이 있는 경우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ⅱ) 다음으로, 현행 노동법 해석으로는 노무제공자를 근로자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노무제공자를 근로자에 포함시키기 위해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견해는 첫 번째 견해와 대동소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ⅲ) 한편, 현행법 해석이나 개정으로 노무제공자를 보호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견해는 다시 특별법의 내용을 근로기준법과 유사한 정도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와, 노무제공자들의 법적 지위나 법 체계의 정합성을 고려할 때 특별법의 내용은 근로기준법과 유사한 것이 아닌 사업자 사이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구축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로 나눌 수 있다. 필자는 아래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마지막 견해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 다른 방식들은 사용종속관계를 기준으로 근로자와 노무제공자를 구별하는 법 체계에 혼란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 노동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노무제공은 다양한 모습과 특징들을 가지고 있고, 민법은 이를 도급, 위임, 고용, 임치 등으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중 고용은 다른 것에 비해 노무제공자가 노무수령자에 대해 강한 종속성을 가진다. 이에 따라 노무수령자에게 특별한 의무를 부과하여 노무제공자를 특별히 보호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사용종속관계를 표지로 하는 근로계약관계에 대한 규제법인 근로기준법이 제정되었다. 근로기준법은 노무제공자인 근로자가 노무수령자인 사용자에게 인적으로 종속되어 노동력을 지배받고 그에 따라 인격을 지배받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근로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를 규정하였다. 근로계약관계에서는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해 강한 종속성을 갖는다는 점 때문에 사적 자치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규제하게 된 것이다.
반면 도급, 위임, 임치 등의 노무제공계약은 근로계약과 같은 강한 인적 종속성을 띠지 않는다. 도급의 경우 일의 완성에 관심이 있을 뿐, 수급인의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는 도급인이 원칙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위임의 경우 신뢰관계에 의거하여 수임인이 위임인의 업무를 최선을 다해 처리해 주면 되는 것이고, 처리 과정에서 수임인이 위임인에게 종속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근로계약관계와 위임, 도급계약관계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이는 민사법 체계에 통용되는 노무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체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여 위임이나 도급관계에 현행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거나,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위임이나 도급관계를 근로기준법 영역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은 우리 민사법 체계에 일대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찬성하기 어렵다.
3. 현행 노동법과 사회보장법 체계에서 상당한 정도의 보호를 받고 있다.
노무제공자를 노동법의 보호영역에 편입하여야 한다는 논의는 본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최근 판례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독립사업자의 범위를 계속 넓혀 나가고 있다. 대법원은 2018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여부는 (ⅰ)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ⅱ)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ⅲ)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ⅳ)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ⅴ) 사업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ⅵ)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그 판단기준을 정립하였고, 그 이후 법원은 방송연기자, 자동차판매원, 철도역 내 매점운영자,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등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또한 현실에서는 아직 명시적인 법원 판결이 없는 보험설계사, 배달앱기사, 퀵 서비스기사 등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러한 판결과 현실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따라서 노무제공자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서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다.
또한 사회보장법 측면에서도 특고,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에 대한 다양한 보호규정이 도입되어 있다. 보험설계사, 방문강사, 택배원, 대출모집인, 신용카드모집인, 방문판매원, 대여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설치기사, 방과후학교 강사, 건설기계 기사, 화물운송기사, 퀵서비스기사, 대리운전기사, 소프트웨어기술자, 관광가이드, 어린이통학버스 운전기사, 캐디 등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노무제공자는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의 피보험자 자격이 있다(고용보험법 제77조의6, 동법 시행령 제104조의11, 산재보험법 제91조의15, 동법 시행령 제83조의5). 종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는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요건으로 ‘특정 사업주에의 전속성’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23. 7. 1. 이를 삭제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노무제공자’개념으로 통합시켜 특고에 대한 산재보험 인정 가능성을 크게 높혔다. 노무제공자에게 구직급여, 출산전후급여도 지급하고 있다(고용보험법 제77조의8, 제77조의9). 노무제공자의 산재보험료는 사업주와 노무제공자가 각각 2분의1씩 부담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노무제공자의 경우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여야 한다(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의6 제6항). 플랫폼사업자는 노무제공자에 관한 피보험자격 취득 및 상실에 관한 사항을 공단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고용보험법 제77조의7). 공단이 플랫폼 운영자에게 보험관계의 확인에 필요한 자료 또는 정보의 제공을 요청하면 플랫폼 운영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산재보헙법 제91조의21).
4. 추가적인 보호는 특정 사항에 집중하는 특별법으로 하면 된다.
고용노동부의 플랫폼 종사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노무제공자들이 제시하는 애로사항은 보수에 관한 것(보수 미지급, 일방적 보수 삭감 등), 사업자의 일방적 의사결정(일방적 업무 미부여, 부당 계약해지, 부당 추가업무 부여, 비용이나 손해의 부당 부담 등),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이나 성추행, 괴롭힘 등이 주된 것이다. 이러한 애로사항은 계약을 잘 체결하게 하고, 그 계약대로 잘 이행되게 하는 것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그 외의 것은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의 규정과 유사한 규정을 입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일하는 방식이 다양화됨에 따라 개인이 사업자로서 수탁한 업무에 안정적으로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기 위하여, 특정수탁사업자에게 업무위탁을 하는 사업자에 대하여 특정수탁사업자의 급부의 내용, 기타 사항의 명시를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노무제공자 보호법을 제정하였다. 그 내용은 계약서 작성, 보수의 지급, 계약 외의 업무부여 금지 등 다분히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유사하다. 이러한 일본의 입법례는 충분히 참고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에는 노무제공자에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유사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그 주된 내용은 계약서 작성 및 교부(제10조), 계약 해지 및 불이익조치 제한(제11조), 휴무보장(제13조), 출산전후휴가 또는 육아휴직 보장 노력(제14조),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15조 및 제16조),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 이행(제17조), 고충처리(제18조), 단체결성 및 협의요청권(제19조) 등이다. 이러한 법안 내용 중 일부는 수긍할 만하나, 일부는 그대로 도입되는 경우 노무제공에 대한 민사법 체계에 일대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따라서 매우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입법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