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4일, 유럽집행위원회는 EU 택소노미 규제를 간소화하는 일련의 조치를 담은 위임법(Delegated Act amending the Taxonomy Disclosures, Climate and Environmental Delegated Acts)을 채택했습니다. 이번 위임법은 옴니버스 I 패키지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 2025년 2월에 초안이 공개된 이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습니다.

EU 택소노미는 금융 및 비금융 기업에게 공통된 지속가능성 기준점을 제공하여 유럽 그린딜 목표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경제 전환을 지원하는 투자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2020년 채택된 EU 택소노미 규정이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이래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과도한 관리부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여 왔고 이번 위임법은 그러한 기업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Maria Luís Albuquerque 금융서비스 및 저축투자연합 담당 집행위원이 "우리의 녹색 야망과 경쟁력 필요성은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더욱 성장 친화적이고 실용적이며 비례적인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를 향한 결정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라고 밝힌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집행위원회는 기업들의 과도한 관리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택소노미 규제는 완화하지만 핵심적인 기후 및 환경 목표는 유지한다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과 기업 경쟁력 강화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려는 유럽집행위원회의 정책과 철학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하에서는 이번 위임법에 따른 EU 택소노미 규제 완화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 주요 간소화 조치: 중요성 기준과 보고 부담 대폭 완화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중요성 기준(materiality threshold)'의 도입입니다. 비금융 기업들은 총 수익, 자본적 지출(CapEx), 또는 운영자금 지출(OpEx) 중 어느 하나라도 전체의 10% 미만을 차지하는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택소노미 적격성 및 적합성 평가를 면제받게 됩니다. 이는 기업들이 비핵심 사업활동에 대한 복잡한 평가 작업에서 벗어나 핵심 사업활동과 지속가능성 전환 노력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변화입니다.

보고 템플릿의 간소화 또한 눈에 띄는 성과입니다. 비금융 기업의 경우 보고해야 하는 지표 항목이 64% 감소하고, 금융 기업의 경우에는 무려 89%나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기업들이 택소노미 보고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금융기업들에 대해서는 녹색자산비율(GAR) 같은 핵심 성과지표가 간소화되고, 2년간 상세한 택소노미 KPI 보고를 면제받을 수 있는 옵션도 제공됩니다.

추가적으로, 비금융 기업들은 운영자금 지출이 비즈니스 모델에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체 운영자금 지출에 대한 택소노미 적합성 평가를 완전히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심각한 환경 피해가 없어야 한다(do no significant harm)’는 원칙과 관련하여 화학물질의 사용 및 존재와 관련된 오염 방지 및 통제 기준도 간소화되어, 기업들이 보다 실용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시행 일정과 기업들의 대응 전략

새로운 위임법은 현재 유럽의회와 이사회의 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검토기간은 기본 4개월이지만 추가로 2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종 승인은 2025년 말경으로 예상됩니다. 간소화 조치는 원칙적으로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어 2025년 회계연도에 대해서부터 적용되지만, 기업들은 원하는 경우 2026년 회계연도에 대해서부터 적용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3. 정책적 의미와 미래 전망

이번 택소노미 간소화 조치는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유럽의 지속가능금융 정책 방향에 중요한 변화를 시사합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환경 목표 달성과 기업 경쟁력 강화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 더욱 실용적이고 비례적인 접근법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경제 전환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향후 이 조치가 실제로 기업들의 관리부담 감소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중요성 기준 도입으로 많은 기업들이 비핵심 활동에 대한 평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핵심 사업활동에 대한 택소노미 요구사항은 유지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지속가능성 전환 전략을 더욱 정교화하고, 핵심 사업 영역에서의 환경적 영향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간소화 조치는 EU 택소노미가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표준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할 때 다른 국가들의 관련 규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관리부담 완화가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 시행 과정에서 면밀히 관찰해야 할 부분입니다.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새로운 기준 하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질과 유용성을 평가하며, 이것이 실제 지속가능성 투자 결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