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새 정부의 공약이었던 ‘노란봉투법’이 2025. 8. 21.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될 전망입니다. 노란봉투법의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하청업체 근로자의 원청에 대한 교섭권 제도화’로 보입니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상의 사용자 개념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원청의 입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상당한 혼란이 예상됩니다. 이하에서는 그 동안의 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어떠한 경우에 원청의 교섭 의무가 인정되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2. 노동위원회 판정 및 법원 판결의 동향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 이전에도 소위 ‘실질적 지배력설’ 이론에 근거하여 원청의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교섭 의무를 인정한 하급심 사례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를 부정한 하급심 사례도 있었으며, 두 가지 사례 모두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입니다(긍정 사안: 대법원 2024두37015호, 부정 사안: 대법원 2018다296229호). 그 외에 현재 하급심에서 심리가 진행 중인 사건도 있습니다. 그 중 원청의 교섭의무가 인정된 사례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가. 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34646 판결 1
하청업체(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이 원청(A사)의 서브터미널에서 배송상품을 인수받아 이를 배송하는 업무를 수행했던 사안에 대한 판결입니다. 제1심 판결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사업주가 근로조건인 교섭요구사항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근로자가 해당 근로조건을 사업주의 의사대로 또는 정해진 대로 복종하여 따를 수밖에 없어 사업주가 해당 근로조건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원고(A사)와 집배점의 관계, 집배점 택배기사의 업무가 상시적·필수적인 업무인지, 원고의 사업체계의 일부로 편입됨으로써 근로조건을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원고의 지위가 지속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판결은 집배점 택배기사들이 요구한 서브터미널에서의 배송상품 인수시간 및 집화상품 인도시간 단축(제1, 2의제), 집배점 택배기사 1인당 1분류하차장 보장, 우천 시 택배상품 보호 시설 설치(제3의제), 주5일제 시행(제4의제), 급지수수료 인상∙개편(제5의제), 택배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책임 분담 비율 개선(제6의제)은 모두 A사가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항에 해당하여 A사의 교섭의무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제4~6의제의 경우 집배점주도 A사와 중첩적으로 지배·결정할 권한을 가진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
하청업체 생산직 근로자들이 원청(B사)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 차별시정, 불법파견 해소, 자회사 전환 등 4가지 교섭의제를 제시하였던 사안입니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 2022. 3. 24. 자 중앙2021부노268 판정은 원청이 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① 교섭요구 의제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②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에 편입되어 있는지, ③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원청과의 단체교섭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해야 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제시하였습니다.
이어 위 판정은 원청인 B사가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관한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어 이에 대한 교섭의무가 있는 반면, 나머지 의제의 경우 교섭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위 기준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B사가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대해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B사에게 교섭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3구합55658, 2023구합56231(병합) 판결
하청업체 생산직 근로자들이 원청(C사)을 상대로 ① 성과급 지급, ② 학자금 지급, ③ 노동조합 활동 보장, ④ 노동안전, ⑤ 취업방해 등의 교섭의제를 제시하였던 사안입니다.
중앙노동위원회 2022. 12. 30. 자 중앙2022부노139 판정은 앞서 본 두 판결례와 달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C사에게 교섭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으며, 각 의제별로 교섭의무 존부를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위 판정은 교섭의무는 인정하였으나 단체협약 체결에 대한 권한은 원청이 아니라 하청업체에 있다고 판단하는 등 위 두 판결 및 판정례와는 사뭇 다른 판시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기존 서울고등법원 판례의 기준에 따라 각 의제별로 C사가 ③ 노동조합 활동 보장, ⑤ 취업방해 등에 대해서는 교섭의무가 없고, ① 성과급 지급, ② 학자금 지급, ④ 노동안전에 대해서는 교섭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 판단 이유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① 성과급 지급 | 원청인 C사가 성과급, 학자금 총액을 결정하고 이를 하청업체에 교부하면 하청업체가 다시 그 소속 근로자에게 이를 지급하는 구조가 반복적으로 유지되어 왔음 |
| ② 학자금 지급 | |
| ③ 노동조합 활동 보장 |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과 관련하여, C사의 승낙 여부가 문제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사자간 합의나 별개의 임대차 계약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C사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이에 관한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움 |
| ④ 노동안전 | ‘협력회사 안전보건 관리 규칙’ 등 C사가 하청업체의 안전 관련 교육 시행 의무, 안전조치 수행 및 감독 의무 등에 관하여 마련한 규정들이 존재하는 등, C사가 사내하청업체의 안전·보건 체계 전반에 대해 규율과 지침을 부과하고, 그 이행을 사실상 감독하는 위치에 있음 |
| ⑤ 취업방해 | 취업방해 행위 금지 등은 근로기준법 제40조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에 해당하고, 그 준수 의무는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여부, 단체협약 체결 여부와는 무관하게 부과됨 |
3. 시사점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선고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현재까지의 법원 판결 내용을 종합하면 특히 사내 하청업체의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원청의 교섭의무가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나아가 하급심 법원은 택배기사의 급지수수료, 주5일제 등 근무일정 뿐만 아니라 성과급 및 학자금 지원 등에 대해서도 원청과 하청이 중첩적으로 교섭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중 실질적으로 원청에서 결정되고 하청에서는 이를 집행하는 수준에 불과한 조건에 대해서는 원청의 교섭의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는 경우 하청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인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원청으로서는 자신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한 하청의 교섭 요구에 신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1 대법원 2024두37015호로 심리 중입니다.
*본고는 월간노동법률 2025년 8월호 기고문을 요약·보완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