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7월 31일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의 위임법령인 ESRS(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1차 기준(1st Set ESRS)을 간소화한 개정안 초안(Exposure Draft)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개정 작업은 유럽연합이 2025년 2월 발표한 옴니버스 I(Omnibus I)의 핵심 사안의 하나로, EU의 전반적인 규제 부담 완화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입니다. 개정 작업이 완료되면 기존 총 12개, 283페이지에 달하는 1차 기준의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기업들이 겪는 보고서 작성 부담과 보고서의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이번 개정 작업은 "공정한 표시(fair presentation)"의 원칙에 따라 기업의 전략적 맥락에 맞는 핵심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보고 과정의 복잡성을 줄이고, 보고서의 가독성을 높이며, 필수 공시 항목을 재조정하고, 국제 기준과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 이중 중요성 평가(DMA) 과정의 합리화

개정안 초안은 이중 중요성 평가(Double Materiality Assessment, “DMA”) 과정의 복잡성과 과도한 서류 작업을 줄이기 위해 여러 항목을 개선하였습니다. DMA는 그 동안 모든 항목에 대해 일일이 비(非)중요성을 입증해야 하는 체크리스트처럼 사용되면서 그 검토에 과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DMA를 비즈니스 모델 분석에서 출발하여 가장 중요한 주제를 식별하는 '하향식(top-down)' 접근 방식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요성 평가를 지원하는 증거의 수준은 합리적이고 비례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개정안 초안은 영향(Impacts), 위험(Risks), 기회(Opportunities)를 나타내는 IROs와 보고해야 할 주제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했습니다. 보고 주제의 불필요한 세분화를 피하고 경영진이 해당 주제를 실제로 관리하는 것과 더 가까운 방식으로 보고하도록 유연성을 부여했습니다. 과거에는 특정 하위 주제가 중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주제의 모든 데이터 포인트(data points)를 보고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개정안에 의하면 해당 하위 주제에 대한 정보만 보고하면 됩니다. 또한, "자발적 공시(voluntary disclosure)" 라는 용어를 비의무적 예시 가이드(Non-mandatory illustrative guidance, NMIG)라는 용어로 대체하여 자발적 공시 항목들이 사실상 사업체별(Entity-Specific) 공시를 위한 체크리스트로 오해하는 것을 방지하고, 보고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총량 대 순량(gross vs net)' 이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 완화·예방·구제 조치가 이미 시행된 경우 이를 고려한 영향 평가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2. 보고서 가독성 및 명확성 향상

많은 기업이 ESRS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너무 세분화되어 핵심 정보와 그렇지 않은 상세 정보가 체계 없이 혼재되어 있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EFRAG는 보고서의 가독성과 연결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개정안 초안에서는 지속가능성 보고서 모두에 보고서 주요 내용을 요약한 executive summary를 제공하여 보고서의 개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EU 분류 체계(Taxonomy)와 같은 세부적인 정보는 별도의 부록에 담아 보고서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정책Policy-조치Action-목표Target(PATs)와 관련된 정보의 중복 및 파편화를 막기 위한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여러 주제에 걸쳐 있는 정책은 한 곳에 모아 설명하면 되며, PATs는 전체 주제가 아닌 특정 하위 주제에 국한하여 보고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유연성은 기재의 중복을 피하고 가장 중요한 사항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보고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보고서 각 주제 간의 관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3. 공시 데이터 포인트 축소 및 의무사항 명료화

이번 개정안 초안에서는 의무 공시 데이터 포인트를 대폭 줄여 보고 부담을 크게 완화시켰습니다. ESRS 2의 일반 공시 요구사항(General Disclosure Requirements (“GDRs”) - 기존 최소 공시 요구사항(Minimum Disclosure Requirements, “MDRs”)에서 명칭 변경)에 교차 적용되는 필수 항목을 유지하는 한편, 주제별 기준(topical standards)에 포함되었던 필수 PATs 사양을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삭제하거나 비의무적 가이드(NMIG, Non-mandatory illustrative guidance)로 옮겼습니다. 이로 인해 공시할 데이터 포인트가 상당히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기존 803개의 의무('shall') 공시 데이터 포인트가 347개로 57% 감소했으며, 자발적('may') 공시 데이터 포인트 270개는 완전히 삭제되어 전체적으로 데이터 포인트가 67.7%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서술형 및 반서술형 데이터 포인트의 경우 792개에서 185개로 76.6%나 감소하여, 기업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했던 서술형 공시에 대한 부담을 현저히 줄였습니다.

개별 주제별 감소율을 보면, E4(생물다양성과 생태계)가 78% 감소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였는데, 이는 생물다양성 관련 지표들이 방법론적 성숙도가 낮고, 그간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3(물과 해양자원)은 70% 감소했으며, 해양자원 관련 내용은 E5(순환경제)로 이관되고 물 관련 핵심 지표들만 유지되었습니다. 사회 기준에서는 S3(영향받는 지역사회)는 62%, S2(가치사슬 노동자)는 60%, S4(소비자와 최종사용자)는 64%가 각각 감소했습니다. 환경 기준에서는 E2(오염)은 61%, E5(순환경제)는 60%, E1(기후변화) 53% 감소했으며, S1(자체 인력)은 53%, G1(기업행동)은 50%가 감소하였습니다.

또한, EFRAG는 기준서의 구조를 개편하여 의무적 공시 항목과 비의무적 공시 항목을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적용 요구사항(Application Requirements, ARs)은 해당 공시 요구사항(Disclosure Requirements, DRs) 아래로 재배치되었으며, 자발적 공시 항목은 비의무적 예시 가이드로 옮겨졌습니다. 또한 기존의 의무적 공시 항목의 일부를 비의무적 예시 가이드로 옮겨서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반드시 준수해야 할 핵심 사항에 더 명확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어 보고 및 인증 노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기업이 PATs를 보유하고 있을 때(if you have them)만 보고하도록 명확히 하여, 기업들에게 정책이나 목표를 채택하도록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4. ISSB와의 상호 운용성 및 추가 완화 조치

이번 개정안 초안은 국제 지속가능성 기준 위원회(ISSB)의 IFRS S1 및 S2와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었습니다. 우선 재무 중요성(financial materiality) 개념을 분명히 하여, ESRS의 이중 중요성 체계에서도 IFRS와 동일한 재무 중요성 정의가 적용됨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보고 경계를 재정비하여 재무보고 범위와 일치하도록 함으로써 IFRS S2 및 GHG 프로토콜과의 정합성을 높였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재무제표의 연결 범위(consolidation perimeter)를 배출량 보고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환계획(Transition Plan), 시나리오 분석 등 기후관련 공시 사항의 용어를 IFRS S2 기준과 일치시켰습니다. 그 결과 이번 개정안 초안에 남은 모든 공시항목의 97%는 ISSB의 IFRS S1/S2, GRI 등 국제 기준들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하였습니다. EFRAG가 밝힌 대로 “ESRS-ISSB 기준 상호운용성 지침(ESRS–ISSB Standards Interoperability Guidance)”에서 식별된 차이점 상당수가 이번에 반영되어, 이중 보고(Double Reporting)에 따르는 기업들의 부담을 한층 경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EFRAG는 데이터 품질 부족에 따른 지표 공시 완화, 가치 사슬 지표 계산 시 비중요 활동 제외, 가치 사슬 데이터 수집 시 1차 데이터 수집 의무 완화 등 다양한 추가 완화 조치를 도입했습니다.

 

5. 핵심적인 내용들의 유지

기후변화 관련해서는 Scope 1, 2,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전환계획 등 핵심 지표들이 모두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량 경계 설정을 재무통제(financial control) 접근법으로 단일화하여 GHG 프로토콜과의 일관성을 강화했습니다. 전환계획 공시는 개략적인(high-level) 설명에 중점을 두되, 1.5도 목표와의 부합성 요구사항은 EU 법령과의 일관성을 위해 유지했습니다. 에너지 소비량 공시에서는 고기후영향 부문(high climate impact sectors)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삭제하고, 화석연료 에너지원별 세분화를 모든 기업에 적용하되 공정표시 원칙하에 중요성에 따라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사회 기준에서는 인권 정책 공시요구사항을 4개 사회 기준(S1-S4)에서 ESRS 2로 통합하여 중복을 제거하면서도 내용은 보존했습니다. 자체 인력(S1) 관련해서는 성별 임금격차, 최고경영진 보수비율, 산업재해 등 SFDR(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정)의 PAI(Principal Adverse Impacts, 주요 부정적 영향)와 연계된 핵심 지표들이 모두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적정임금 산정방법론을 개선하여 EU 외 국가에 대해서는 ILO 임금설정 원칙과 생활임금 원칙의 위계를 명확히 했습니다. 가치사슬 근로자(S2) 관련해서는 강제노동과 아동노동 위험 평가가 ESRS 2로 통합되어 중복을 피하면서 내용은 보존되었습니다.

예상 재무효과(Anticipated Financial Effects) 공시는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로, 두 가지 옵션을 제시했습니다. 옵션 1은 정성적·정량적 정보를 모두 요구하되, 측정이 불가능하거나 불확실성이 너무 높은 정보의 경우 정량정보 생략을 허용하는 ISSB 구제책(reliefs)과 유사한 접근입니다. 옵션 2는 정성적 정보만 의무화하고 정량적 정보는 자발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더 완화된 접근입니다. 이는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민감한 재무정보 공개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공개협의를 통해 최종 방향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환경 기준의 예상 재무효과 공시는 각 주제별 기준에서 ESRS 2로 집중시켜 중복을 제거했습니다. 회복력(resilience) 공시는 정성적 정보로 제한하고 위험에만 적용하도록 범위를 축소했습니다. 투자 및 계획 정보는 이미 발표된 것으로 제한하여 상업적 민감성을 고려했습니다.

 

6. 향후 일정과 글로벌 영향 전망

이번 ESRS 개정안 초안에 대해 2025년 8월부터 9월까지 8주간 공개협의가 실시됩니다. EFRAG는 특히 ▲공정한 표시 원칙 도입의 적절성 ▲총량 대 순량 영향 평가의 가능성과 명확성 ▲ 이중 중요성 평가 간소화의 실효성 ▲예상 재무효과 공시 옵션에 대한 선호 ▲적정임금 방법론 개선안에 대한 적정성 등에 대해 구체적 의견을 구하고 있습니다.

공개협의 결과를 반영하여 11월 말 유럽집행위원회에 최종 개정안이 제출되며, 집행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위임법령 개정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개정된 ESRS는 2026년 보고연도(2027년 보고)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경우 2차 웨이브(wave) 기업들(2026년 첫 보고)은 첫 적용시부터 간소화된 기준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개정안 초안대로 개정이 이루어지면 기업들에게 미치는 실무적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이터 포인트 57% 감소는 직접적인 작성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 것이며, 특히 서술형 공시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공정한 표시 원칙을 명문화하고 이를 공시 유연성 및 체크리스트 방식 회피의 기준으로 재정립하였습니다. 다만 이는 경영진과 감사인의 판단 책임을 증가시킬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들에게는 특히 긍정적 영향이 예상됩니다. 이중 중요성 평가의 간소화로 2차 웨이브 적용 기업들의 준비 부담이 경감될 것이며, '과도한 비용과 노력' 구제책 확대로 데이터 수집 부담도 줄어들 것입니다.

ESRS는 ISSB 기준과 함께 글로벌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어, 이번 간소화가 성공적으로 평가받을 경우 글로벌 지속가능성 보고 환경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개발할 때 참고할 중요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또한 다국적 기업들의 보고 부담 경감은 글로벌 ESG 보고 품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