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근로시간 감축을 위한 주 4.5일제(주당 36시간)의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의 움직임과 여당의 입법지원, 나아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선도하는 임금 축소 없는 주 4.5일제 시범사업 등의 움직임을 보면 주 4.5일제는 더 이상 일부 기업만의 복지제도가 아닌, 머지 않아 보편적인 제도로서 많은 기업에게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주 4.5일제를 당장 받아들일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주 4.5일제를 찬성하는 입장은 주 4.5일제를 통해 휴식이 증가하면 업무 집중도와 몰입도가 극대화되어, 5일 치 업무를 4.5일 또는 4일에 압축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므로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늘어난 여가 시간은 근로자의 휴식권과 자기계발 기회를 늘려 번아웃을 줄이고,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증진시키며, 육아와 가사 노동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경력단절 문제 완화 및 저출산 문제 해소에 기여할 것을 기대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만일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업무 공백이 발생하면 기업은 이를 메우기 위해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하므로 이는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져 실업률을 낮추고 고용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리고 이러한 주 4.5일제 찬성론 측은 이미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주 4일제 실험에서도 생산성 유지 또는 증가, 근로자의 행복 지표 개선, 이직률 급감 등 긍정적 결과를 보였다는 점도 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 4.5일제 도입 찬성론의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경영계와 산업 현장에서 우려하는 막대한 비용 부담, 생산성 저하에 관한 현실적 문제들에 대하여는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 4.5일제 논의의 핵심 전제는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다.  그러나 노동계 및 정치권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임금의 삭감 없는 근로시간 주당 4시간 단축(주 40시간 사업장)의 경우, 최소 10% 이상의 인건비 증가와 추가적인 인력 충원 비용 등의 부담을 고스란히 기업이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급격한 부담이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 대미무역관세 폭등으로 인한 수출의 어려움, 내수경기 침체와 낮아진 경제성장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과 영세 사업장이 오롯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다소 의문이다.

주 4.5일제가 산업 전반에 차등 없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도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주 4.5일제를 통해 근로시간을 줄이고 휴식시간을 늘림으로 인하여 오히려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되는 사례들은 대부분 사무직이나 IT업종의 개발직 등 근로시간과 산출물이 정비례하지 않는 업종을 전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조업, 건설업과 같이 실제 물리적인 노동력의 투입이 그대로 생산량과 연동이 되는 업종이나, 의료업, 서비스업 등 고객과의 대면 서비스가 필수적인 사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은 곧바로 생산 차질, 공정 지연, 생산성 저하 및 고객 서비스 질 저하 또는 서비스 이용자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즉 사무직이나 IT 등 일부 업종을 전제한 희망적인 분석을 기준으로 모든 산업에 일률적으로 주 4.5일제의 적용을 논하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의 성공적인 근무일 단축 실험 결과는 한국에 긍정적인 롤 모델이 될 수 있지만, 이 사례들이 그대로 한국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해외의 근무일 단축 성공 사례는 한국과 국가 경제 규모나 산업 구조가 매우 다르거나, 이미 한국보다 연평균 근로시간이 훨씬 짧고 노동 유연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단축을 시도한 사례로서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사례가 대부분이고, 또한 실험에 참여한 일부 기업들도 대부분 이미 높은 조직 문화 수준과 기업 규모, 혁신 역량을 갖추고 있던 업체들로서 주 4.5일제 도입이 어려운 대다수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도입 근거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주 4.5일제 도입 논의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은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라는 대명제 자체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물음이다.  주 4시간의 노동력 감소를 임금 삭감 없이 보전해 주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시간당 생산성이 최소 10% 이상 증가해야 하는데, 이러한 생산성 증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 위축, 물가 상승,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 4.5일제 도입에 앞서 그 부담의 주체가 되는 기업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계와 정치권 역시 주 5일제 도입 당시 연∙월차 축소 등의 조정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여, 주 4.5일제 도입을 위하여 무엇을 양보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또한 무작정 일률적인 주 4.5일제를 강제하기 보다는 사무직, IT업종의 개발직 외에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여러 업종과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근무일 단축과 생산성 향상의 모델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주 4.5일제 도입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실질적이고 지속성이 보장된 인센티브의 지급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주 5일제 시행 당시에도 공공기관과 대기업부터 시작하여 완전히 정착되는데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장시간 노동의 철폐를 위해서는 주 4.5일제와 같은 과격한 방식에 앞서 포괄임금제의 폐지, 법제화되어 있으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유연근로시간제의 활용 및 재량근로시간제의 적용대상 확대 등을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기조상 주 4.5일제는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적어도 노란봉투법처럼 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도의 시행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제도의 시행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게 될 노사정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부담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합리적인 제도 설계가 완성되기를 바란다. 

*본고는 한국경제 CHO Insight 2025년 10월 28일 자 기고문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