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을 중심으로 경제 다각화와 글로벌 입지 제고를 꾀하며, 인프라, 첨단산업, 스마트시티,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계 전반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 또한 필연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전통적인 분쟁해결 방식인 소송절차와 아울러 중재절차의 필요성과 활용도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제도는 국제 기준에 맞게 정비되어 가고 있지만, 관련 법적·문화적 특수성, 특유의 샤리아법(이슬람법)과 공공정책 요건으로 인해 실무상 유의해야 할 점이 적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제도를 간략히 소개하고 아울러 중재절차 진행 시 유의할 사항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주요 사업 기회 및 대한민국 기업의 참여 현황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 4월 25일 석유산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부분의 경제 활성화를 높이기 위해 중장기 국가운영 계획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을 개시하였습니다. 그 일환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대규모 기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세계 최대 스마트 시티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NEOM) 메가 시티’, 친환경 관광지 육성 프로젝트인 ‘홍해 프로젝트(The Red Sea Project)’,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시설인 ‘키디야(Qiddiya)’ 등이 단계별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는 2029 동계 아시안게임, 2030 리야드엑스포, 2034 월드컵 등 대형 국제행사의 개최국으로, 이와 관련한 사업 기회 또한 증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을 중점 협력국 중 하나로 지정하였습니다. 2017년 ‘한-사우디 비전 2030 협력각서(MoC)’에 따라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가 설립된 이래 양국은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확대하여 왔으며, 2023년 10월 22일 개최된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는 양국의 경제인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조업, 청정에너지, 스마트 인프라 등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가 활성화되어 그 결과 총 46건의 계약과 MOU가 체결되었습니다. 2025년 8월에는 ‘2025 중소벤처기업 중동 진출 지원사업’에 따라 AI, 바이오, 콘텐츠, 스마트시티 등 4대 신산업 분야에서 국내 유망 벤처기업 29개사가 최종 선정되었는데, 사우디 투자부(MISA), 통신정보기술부(MCIT), 리야드개발청(RCRC), 인공지능데이터청(SDAIA), 스포츠부(MOS), 연구개발혁신청(RDIA), 환경물농업부(MEWA) 등 핵심 사우디 정부기관이 평가에 직접 참여하였습니다. 해당 사업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연례행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2. 사우디아라비아의 분쟁해결절차 소개
가. 소송
사우디 집행법(Royal Decree No. M/53 of 1433H, Enforcement Law)에서는 해외 판결의 승인, 집행에 관하여 상호주의 원칙을 취하고 있습니다(동법 제11조). 또한 이와 별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해외 판결의 승인 및 집행과 관련하여 ‘사법 협력을 위한 리야드 아랍 협정’(Riyadh Arab Agreement for Judicial Cooperation)과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GCC) 회원국들간 판결의 집행 등에 관한 협약’(Arab Gulf Cooperation Council Convention on the Enforcement of Judgments of 1995)의 가입국이기도 합니다. 이런 연유로 다른 걸프 및 아랍 국가에서 내려진 판결들은 비교적 승인 및 집행이 용이하게 이루어지나 다른 국가에서 내려진 판결은 승인 및 집행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집행이 필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사우디 법원에서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우디 법원에서 진행되는 사건의 경우에는 당사자들이 선택한 준거법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법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의 법률 체계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에 기반하고 있어 현대에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상사분쟁을 처리하기에는 적합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특히 국제상사거래에 관한 분쟁을 사우디 법원에서 해결하는데 있어 주요 난점으로 지적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으로서 여러 입법을 통하여 법률 체계의 개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부터 시행된 성문민법(Royal Decree No. M/191 of 1444H, Civil Transactions Law)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이러한 신생 법률은 아직 그 시행 초기라 그 해석 및 적용에 관한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어 있지 아니하며 또한 판례가 있더라도 그 구속력은 인정되지 아니하고 법원에게 많은 해석상의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신생 법률이 원래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기에는 앞으로 더 많은 시일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직 별도의 입법이 아직 이루어지지 아니한 일부 상업적 쟁점에 대해서는 샤리아법이 적용되는데 그 해석상의 특성으로 인해 판결의 예측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소송절차는 3심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제기 시부터 판결의 확정 시까지 대략 6개월에서 2년 정도 소요됩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 보다 많은 기간이 소요되기도 하며, 특히 대법원의 판결 선고기간에 관하여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대법원까지 상고되는 사건의 경우에는 판결 확정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한편, COVID-19을 거치며 소송 절차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전되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절차 진행의 편의성이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법원의 비용부담도 줄어들면서 2022년 3월부터는 법원 인지대도 많이 낮아졌습니다.1
나. 중재
사우디아라비아는 2012년 UNCITRAL 모델법과 많은 부분 유사성을 지닌 사우디 중재법(Royal Decree No. M/34 of 1433H, Law of Arbitration)을 제정한 이래 국제거래 및 상사거래 분야에서의 분쟁해결절차로 중재의 활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재의 선호도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송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는 중재에서 당사자 자치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당사자들은 중재에 적용할 언어(사우디 중재법 제29조 제1항), 준거법(사우디 중재법 제38조 제1항 a호), 중재기관과 관련 규칙 및 절차(사우디 중재법 제25조 제1항)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중재절차의 특성인 비공개성 또한 소송과 차별화되는 장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중재법 시행규칙(Cabinet Resolution No. 541/1438H, Implementing Regulations of the Law of Arbitration)의 공포로 절차적 명확성을 도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제3자 참여(중재법 시행규칙 제13조), 중재인 및 판정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중재법 시행규칙 제5조, 제17조, 제18조), 재판소의 사건 관리 권한(중재법 시행규칙 제10조, 제17조) 등에 대한 규정이 포함되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재판정의 승인, 집행 또한 마찬가지로 사우디 집행법에 의하여 규율되므로 제11조에 의한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94년에 ‘외국중재판정의 인정 및 집행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 “뉴욕협약”)에 상호주의를 유보하며 가입하였습니다. 170개국 이상이 뉴욕협약에 가입하여 있어, 사우디 외부에서 이루어진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은 일반적으로 외국법원이 내린 판결의 승인 및 집행보다 용이한 것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실무상으로도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4년 사우디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3년간 중재판정의 90%가 승인되었고,2 2023년 사우디상사중재원에서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제기된 중재판정에 대한 취소청구의 94.32%가 기각되었습니다.3
3. 사우디아라비아 관련 중재 진행시 유의점
가. 중재기관의 선택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장 대표적인 중재기관인 사우디상사중재원(Saudi Center for Commercial Arbitration; “SCCA”)은 2014년 설립 이래, 국제기관 수준의 중재체계와 운영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SCCA는 2023년 5월 규칙을 개정하여 효율성 향상, 비용 절감과 중재절차의 최적화를 도모하였습니다. 주목할만한 개정 사항으로, SCCA 법원(SCCA Court)은 중재인 선임과 해임, 비용 산정, 병합 및 판정 검토와 같은 중재절차의 주요 행정사항을 결정할 권한을 가집니다. 또한, 기존의 표준중재(standard arbitration), 신속중재(expedited arbitration), 긴급중재(emergency arbitration) 서비스와 더불어 청구금액의 총액이 SAR 200,000 초과하지 않는 분쟁에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온라인중재 서비스를 도입하였습니다.
다만, 사우디상사중재원은 여전히 내국인에 대하여 보다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있어서, 다른 국가의 중재기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ICC) 중재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자가 당사자인 중재의 순위는 2024년에 22위(1.17%)4, 2023년에 13위(2.26%)5, 2022년에 18위(1.43%)6로 집계되었습니다. 다른 주요 중재기관인 런던국제중재법원(London Court of International Arbitration) 중재의 경우에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자가 당사자인 중재는 2022년에 0.8%에 불과하였으나, 2023년에 4.2%로 크게 증가하였습니다.7 따라서, 이처럼 사우디상사중재원 이외의 다른 국가의 중재기관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 중재지의 선택
중재의 절차는 당사자간 합의와 중재기관의 규칙이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해당 내용에 공백이 발생할 경우 중재지(seat of arbitration)의 법(lex arbitri)이 적용됩니다. 상술한 바와 같이 사우디아라비아는 법률 개혁을 통하여 선진화, 현대화된 법률 체계를 구축 중이지만, 여전히 샤리아법에 의존하는 부분들이 존재하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닌 다른 국가를 중재지로 선정함으로써 보다 높은 절차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사우디상사중재원(SCCA)을 중심으로 사우디 내 중재절차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으며, 사우디 정부 또는 현지 프로젝트가 직접적으로 관여된 계약의 경우에는 사우디를 중재지로 선택하는 것이 실무상 불가피하거나 오히려 효율적인 경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재지의 선택은 분쟁의 성격, 당사자의 구성, 집행 예상 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 중재인의 선정
사우디 중재법에 따른 특유한 조건으로, 중재인은 샤리아법 또는 법학에 관한 대학 학위 이상을 취득한 자여야 합니다. 중재판정부가 복수의 인원으로 구성되는 경우, 의장중재인이 위 자격을 갖추면 해당 조건이 충족됩니다(동법 제14조 제3호). 조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승인 및 집행 단계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므로 중재인을 선정할 때 이러한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라. 판정의 집행을 위한 요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위해서 판정문 원본 또는 공증된 사본, 판정문의 공증된 아랍어 번역본, 중재합의서 정본, 관련 법원에의 판정문의 예치를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하여야 합니다(사우디 중재법 제53조).
사우디아라비아는 뉴욕협약에 의하여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인정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승인 및 집행이 거부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중재판정의 내용이 샤리아법과 사우디 공공정책에 위배되는 경우, 법원은 그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사우디 중재법 제55조 제2항 b호).
예를 들어 샤리아법은 이자를 인정하지 아니하므로, 청구금액에 이자를 부과하는 중재판정에 대하여 승인 및 집행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실무에서 이자라는 명시적 표현을 피하고, 지연손해(delay damages) 또는 자금의 시간적 가치에 대한 손해배상 등으로 청구 내용을 구성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정부기관은 원칙적으로 사우디 총리 또는 관련 법령에 의한 인허가 없이 중재의 당사자가 될 수 없습니다. 다만, 최근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비전 2030 관련 프로젝트의 경우, 개별 설립법 또는 표준계약을 통하여 중재합의가 사전에 허용되는 사례도 점차 확대되고 있어, 해당 기관의 법적 지위와 계약 구조에 대한 사전 검토가 중요합니다.
4. 결론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기업에 있어 중재는 분쟁의 해결절차로서 전통적인 소송과 차별화되는 많은 장점을 제공합니다. 중재를 선택한 기업들은 그 분쟁의 성격 및 분야를 염두에 두고 사우디 내·외의 중재기관을 선정하고, 합리적인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특히 현지 법률자문을 통하여 중재의 세부 절차와 청구 내용이 샤리아 및 현지 법률, 사우디의 공공정책에 부합하도록 하고, 이로써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제도 개혁과 실무 관행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국가로서, 중재 전략 또한 과거의 고정관념이 아닌 최신 제도와 집행 실무를 반영하여 유연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1 SAR 1,000,000(약 USD 266,668)까지의 청구에 대해서 청구금액의 3%에서 5%, SAR 1,000,000~ 50,000,000(약 USD 13,333,333) 사이의 청구에 대해서 청구금액의 2%, SAR 50,000,000을 초과하는 청구에 대해서 정액요금 SAR 1,000,000.
2 Saudi justice minister highlights achievements in arbitration (https://www.moj.gov.sa/English/MediaCenter/news/Pages/NewsDetails.aspx?itemId=1017)
3 Saudi Center for Commercial Arbitration, SCCA Saudi Case Law Study: Three Years in Review (https://sadr.org/public/upload/media-center/bulletin/SCCA-Saudi-Case-Law-Study-Three-Years-in-Review-En.pdf)
4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ICC Dispute Resolution 2024 Statistics (https://iccwbo.org/wp-content/uploads/sites/3/2025/06/2024-Statistics_ICC_Dispute-Resolution.pdf)
5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ICC Dispute Resolution 2023 Statistics (https://iccwbo.org/wp-content/uploads/sites/3/2024/06/2023-Statistics_ICC_Dispute-Resolution_991.pdf)
6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ICC Dispute Resolution 2022 Statistics (https://jusmundi.com/en/document/pdf/publication/en-2022-icc-dispute-resolution-statistics)
7 London Court of International Arbitration, LCIA Annual Casework Report 2023 (https://www.lcia.org/media/download.aspx?MediaId=9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