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머리말
M&A 계약에서 ‘인수대상회사(이하 “대상회사”)의 사업·재무·기업가치 등에 중대하고 부정적인 영향(Material Adverse Effect, 이하 “MAE”)이 생기면 매수인이 M&A계약을 해제(또는 거래종결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조항(이하 “MAE 조항”)은 계약 체결 후 거래 종결 시까지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위험을 분배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E 조항 문언의 추상성과 법원의 엄격한 해석 기조로 인해 MAE 조항에 따라 실제 M&A 계약의 해제가 인정된 사례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법원은 2025년 6월 26일 선고한 판결(2022다295513, 아래 II. 3.항 기재 판결)을 통해, MAE 조항이 실제 분쟁 과정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본 뉴스레터에서는 지난 5년간의 MAE 조항과 관련된 주요 판례를 살펴보고 M&A 계약 체결시 실무상 유의할 사항을 정리해 드립니다.1
II. 최근 주요 판결을 통해 본 MAE 관련 판단 경향
1. ‘미칠 수 있는 경우’의 해석(서울고법 2019. 12. 20. 선고 2018나2037053 판결2)
캄보디아 특수은행 인수 관련 분쟁 사례에서 문제된 M&A계약은 MAE의 정의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는’ 경우뿐만 아니라 ‘미칠 수 있는’ 경우까지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문언을 근거로 실제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해제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대상회사가 1심 재판에서 패소하여 정량적 기준(순자산액의 20%)을 초과하는 금액의 지급을 선고받았다면, 설령 그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선고 사실 자체만으로 대상회사의 신용, 자산 등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시사점] 일반적으로 MAE의 정의에는 실제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뿐 아니라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까지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래 종결 전에 어떠한 사항이 발생하였으나 그것이 당장 대상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더라도 장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매수인이 거래종결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직 발생이 확정되지 않은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이유로 매수인이 쉽게 거래종결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면 M&A 거래의 안정성이 저해될 뿐만 아니라 매도인에게도 예상하지 못한 큰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장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MAE 사유에 포함시키는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등과 같은 제약 조건을 부가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2. 매매대금 산정에 미치는 영향(서울고법 2020. 7. 8. 선고 2019나2035740 판결3)
법원은 대상회사에 부과된 거액의 보조금 환수 처분이 MAE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합리적 투자자’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당시 M&A 계약에는 일반적인 경제 상황 변화 등을 MAE 예외 사유로 정하고 있었으나, 법원은 특정 행정 처분으로 인한 가치 하락은 이러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대상회사의 특수한 사정이라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환수 처분 금액(약 73억 원)은 대상회사 순자산의 약 23% 및 최근 3개년 영업이익의 합계액에 달하는 규모였는데 만약 계약 협상 과정에서 이 같은 행정 처분 가능성이 드러났다면 이는 매매대금 산정에 본질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따라서 거래 종결 여부 결정 시에 당연히 고려해야 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지표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MAE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시사점] 어떠한 사건 등이 MAE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러한 사건 등으로 인해 대상회사 기업가치가 크게 손상되거나 또는 이를 미리 알았다면 매매대금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MAE는 계약 위반과 관계없는 중립적인 사항이고 이는 결국 계약 체결 시점과 거래 종결 시점 사이에 발생하는 위험을 어느 당사자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점에서 MAE 기준을 기업가치나 매매대금과 대비하여 정량적으로 정해 놓고 그 기준을 초과하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MAE가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3. 정량적 기준(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2다295513 판결)
대법원은 2025년 6월 26일 선고한 판결에서, MAE 조항에 근거한 매수인의 계약 해제가 적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계약서에 명시된 구체적 문언과 정량적 기준이 MAE 판단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MAE를 어떠한 사건, 사유, 사정의 발생으로 대상회사의 가치가 매매대금의 10% 이상 감소되는 것으로 정의함으로써 일종의 정량적 기준을 설정하였습니다. 나아가 매수인이 계약체결 전에 실사를 통하여 알았던 사건, 사유 또는 사정은 MAE 예외사유로 규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주식매매계약 체결 후 주거래처의 생산전략 변경에 따른 관련 부품 생산량 급감 및 핵심 부품의 공급계약 수주 실패로 대상회사의 2018년 및 2019년 2년간 EBITDA 감소액의 합계가 ‘매매대금의 10% 이상’에 해당한다고 보아 MAE 성립을 인정하였고, 또한 매도인이 실사 과정에서 이를 예견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제공했다거나 달리 매수인이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MAE 예외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시사점] 이 사건의 경우 MAE와 관련하여 정량적 기준을 정해 놓고 또 매수인이 알았던 사건 등을 예외사유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매도인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MAE가 인정된 사례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매도인 입장에서는 대상회사가 속한 산업의 특성이나 당시 대상회사가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거래 종결이 무산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량적 기준을 설정하고, 또한 실사 과정에서는 가능하면 부정적 요소까지 포함하여 충분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혹시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 등이 발생한 경우에 MAE 예외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4. 산업 공통 변화에 대한 고려(서울고등법원 2021. 6. 25. 선고 2021나2000617 판결 등)
아래의 판결들은 법원이 대상회사가 속한 산업이나 경제 전반의 공통적 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MAE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 법원은 인력 이동이 잦은 산업군에서 핵심 인력이 퇴사하거나 실적이 일부 악화된 사정만으로는 MAE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매수인이 해당 산업의 변동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했다면, 산업군에 내재된 통상적 리스크에 따른 사정 변경은 매수인이 인수한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아 매수인의 MAE 주장을 엄격히 제한하였습니다.4
- 최근 항공사 인수 관련 분쟁에서 법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손실 급증이 MAE 예외 사유인 ‘천재지변’이나 ‘산업 전반의 일반적 환경 변화’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매수인의 해제권을 부정하였습니다.5
[시사점] 대상회사가 속한 산업이나 경제 전반의 공통적 환경 변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MAE의 예외사유에 포함되는 경우가 통상적이기는 합니다. 일반적으로 계약 체결 이후 거래 종결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그 사이에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환경 변화가 산업이나 경제계 전반에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나 최근에는 기업결합 승인이나 기타 정부 인허가 등으로 인해 거래 종결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고 또 경제의 변동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도인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사유들은 반드시 MAE 예외사유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편 매수인 입장에서는 산업 전반의 악재 속에서도 대상회사에만 ‘현저히 불균형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MAE 예외 사유에서 제외한다는 단서를 추가함으로써 리스크 분배의 균형을 도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III. 맺음말
최근 선고된 여러 판례들은 MAE 조항이 단순한 선언적 문구를 넘어 M&A 계약에서 실질적인 ‘위험 배분 장치’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법원은 계약서 문언에 따른 해석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대상회사가 속한 산업의 특수성이나 대상회사에 특유한 사정, 계약 체결 당시의 예측 가능성 및 대상회사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별로 MAE에 대한 판단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례의 경향에 비추어 볼 때, 향후 M&A 계약 설계는 단순히 표준화된 조항을 원용하는 수준을 넘어 개별 거래의 특성과 당사자들의 거래 목적 등을 충분히 반영하는 입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독보적인 M&A 자문 경험과 판례 분석력을 바탕으로, 계약 체결 단계에서의 정밀한 문언 설계부터 거래 종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분쟁 대응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적의 법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 뉴스레터가 귀사의 성공적인 M&A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본 뉴스레터에서는 편의상 Material Adverse Change(MAC)를 포함하여 MAE로 통일하여 기술합니다.
2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습니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다208775 판결).
3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습니다(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20다249431 판결).
4 서울고등법원 2021. 6. 25. 선고 2021나2000617 판결(확정).
5 서울고등법원 2024. 3. 21. 선고 2022나2052981, 2023나2027739, 2023나2019837 판결.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습니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다234796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