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문턱에서 한국의 고용노동 정책은 큰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AI기반 산업전환,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누적된 구조적 과제가 맞물려 노동시장은 물론 노사관계, 일자리, 산업안전 등 고용노동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정책과 접근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새 정부는 “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정책방향으로 설정하고, “노조법 2, 3조 개정”, “노동안전 보건체계 구축” 등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는 노동권, 노동시간, 임금, 산업안전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 노동정책 패러다임을 구조적으로 재구성하는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아래에서는 새 정부가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들을 정리해 보고, 이러한 과제들이 우리 노동시장이나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그 과정에서 노사정이 준비해야 할 사안들을 간략히 언급하도록 하겠다.
업무보고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을 전략목표로 하여, ‘1. 노동시장 격차해소’ ‘2. 노동있는 산업대전환’ ‘3. 노동이 존중받는 일터’를 중점과제로 설정하였다.
세 가지 중점과제 중 첫 번째인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해 ① 청년세대 일할 기회 격차 해소, ② 노동시간 격차 해소, ③ 산업현장 위험격차 해소, ④ 임금·복지 격차 해소를 추진과제로 설정하였다. 두 번째인 ‘노동있는 산업 대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⑤ 인구구조 변화 속 노동시장 참여 확대, ⑥ AI 확산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전환, ⑦ 새로운 산업재해 위험에 대응, ⑧ 모두에게 든든한 고용안전망을 과제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이 존중받는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⑨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기본권 보장, ⑩ 일한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는 공정일터, ⑪ 스스로 지키는 참여형 일터 안전, ⑫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포용적 노동시장 구축 등을 선정하는 등 총 12개 과제를 올해 추진할 핵심 노동정책 과제로 설정하였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앙-현장 단위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고, 관계부처와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이 협업해서 성과도출을 뒷받침한다는 전략을 제시하였다.
업무보고에서 새롭게 제시된 12가지 과제 중 어느 한 가지도 노동시장이나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겠지만, 그 중에서도 현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들을 중심으로 향후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변화 흐름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3월)
우선,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권의 실질적 확대와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이다. 노란봉투법으로 대변되는 “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3. 10.부터 시행됨으로써 원·하청 구조속에서 책임을 회피하던 원청사용자들도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그 도입 취지와 달리, 단체교섭-노동쟁의 범위 확대-쟁의행위에 이르는 모든 단위에서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노사, 노노간 갈등과 논란을 유발함으로써 노사관계 불안 요인으로 확산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도 보장해야 하지만 실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우려들, 예를 들면 ‘내가 교섭에 응해야 하는 실질적 지배력있는 사용자인가?’ ‘수많은 하청노조 중 누구랑 어떤 단위에서 교섭해야 하는가?’ ‘어떤 사항을 교섭해야 하는가?’ ‘정당한 쟁의행위와 대체근로, 손해배상 등의 문제는 어떻게 나타나고 해결해야 할 것인가?’ 등등 기업별 여건과 상황이 다른 현실에서 교섭과 관련한 다양한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불확실성”을, 정책을 통해 현장에서 어떻게 해소해 나가느냐가 노동3권 보장과 함께 협력적 노사관계에 기반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근로자 추정제도 입법(5월)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직에 대한 법적 보호도 확대된다. 현행 법제 하에서 근로자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면 노무제공자 본인이 ‘근로자’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지만, 이러한 증명책임을 사용자측으로 전환하는 “근로자 추정제도”가 올해 5월 내 입법될 예정이다. 근로자 추정제도가 입법화되면 그 정책 취지와 달리 노동법 지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 사업장에서 근로자성 입증 관련 갈등이 확산될 것이 우려된다. 고용 형태와 계약 명칭을 불문하고 일하는 사람 모두의 기본적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포괄임금제 폐지 및 근로시간기록의무제 입법(6월)
OECD 평균수준(1,700시간대)을 목표로 하는 실노동시간 단축도 눈에 띄는 변화다. 교대제·특별연장근로 반복 사업장에 대한 분기별 기획감독과 함께,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는 한편, 일정상 로드맵 점검단 구성(1월) →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 입법 지원(3월) → 노동시간단축 패키지 입법 지원(5월) → 양간(외근) 노동자 노동시간 관리방안 마련(9월) → 우수사례 발굴 확산(10월)을 통해 실근로시간을 줄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의 근로시간은 사실상 예전 8~90년대 제조업 공정을 중심으로 마련된 만큼, AI, IT 등 새롭게 등장한 업종 현실과 외국의 유사업종 사례 등을 다양하게 검토해서 현장 노사가 수긍할 수 있는 실노동시간 단축 대안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안전 규제 강화(~12월)
산업안전 정책은 예방·책임·투명성 중심으로 강화된다. 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드론·AI를 활용한 감독이 확대될 전망이다. 위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방정부나 업종별 협회, 단체와의 협업을 중심으로 기술,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예방 중심 감독도 작년 2.4만개에서 올해 5만개 사업장으로 확대한다. 자체적으로 산업안전을 예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대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보건 공시제를 도입하고 법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한 영업정지·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강제수사도 확대될 예정이다.
근로감독 강화(~12월)
예방을 중심으로 근로감독 물량도 상당히 늘어난다. 지난해 감독 물량이 5.4만개였는데, 올해 9만개, 내년 12만개 사업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근로감독관도 현재의 3천명(2.2천명 근로감독관 + 8백명 산업안전감독관)에서 올해 2천명 증원을 포함, 추가로 총 3천 5백명을 증원할 예정이다. 산업안전본부 차관급 격상, 안전보건감독국, 근로감독정책단, 경기지방노동청 신설 등 인력과 함께 조직도 늘어나는 만큼, 기업들도 사전에 감독에서 지적될 사항들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중대재해 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현장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으로 올해 추진될 노동정책 중 주요 사안들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새롭게 시행되는 정책들 하나하나가 노동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볼 만큼,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6년 노동정책은 개략적으로 노동권의 실질적 확장, 실근로시간 단축, 산업안전 기반 강화, 현장감독 확대 등으로 대표된다고 볼 수 있는 데, 무엇보다 특징적인 것은 이러한 정책의 구조적·현실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정책의 방향은 “노동과 함께 하는 진짜 성장”으로 분명해 졌지만,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실효성 있게 작동하느냐일 것이다.
노조법 2, 3조는 현장에 혼란없이 정착될 수 있는가? 감독물량 확대는 현장 근로조건 개선과 산업안전 예방으로 연계될 수 있는가? 현재의 산업안전 정책은 노사정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가? 새로운 정책변화가 노사관계의 한 축인 사측으로부터도 충분한 지지와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있는가? 기업규모와 업종별로 여건이 다른 현실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가? 등등 다양한 예상문제에 대한 노사정의 고민과 협업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6년은 정부, 기업, 노동자 모두에게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시험대가 될 것이며 그 성패는 정책의 정교함, 현장 실행력, 사회적 합의가 함께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