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러시아 현지 자회사 운영 현황과 법률 환경의 변화

러시아에 설립된 현지 자회사를 공식적으로 청산하지 않은 채, 실질적인 영업 활동 없이 법인격만 유지시키고 있는 한국 기업은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제재 환경, 자본 통제,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선택은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법제 및 판례 흐름을 종합해 보면, 이러한 선택은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러시아 사법부와 행정당국은 실질적인 영업을 중단한 채 법인격만 유지하고 있는 현지 자회사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모회사와 같은 그 통제권자1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러한 러시아 현지 자회사의 운영과 관련하여 법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Ⅱ.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법인’의 개념과 규제 구조

러시아 법상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법인’(недействующее юридическое лицо)이란, 일정 기간 동안 실질적인 영업활동, 세무 신고 또는 금융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아 세무당국이 실체 없는 법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 상태의 법인을 의미합니다. 

러시아 세무당국은 이러한 상태에 있는 법인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결 없이도 직권으로 국가 법인등록부에서 말소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법인의 법인격 자체는 소멸하나, 해당 법인이 부담하고 있던 책임이나 채무와 관련하여 통제권자의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Ⅲ. 최근 판례 동향: ‘방치’에 대한 책임 강화

최근 러시아 대법원은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방치되어 해당 법인에 대한 채권자의 권리 행사가 곤란해진 경우, 별도의 파산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통제권자에게 보충적 또는 연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할 점은 법원은 법인이 장기간 실질적인 활동 없이 법인격만 유지되다가 행정 말소되거나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된 경우 이는 통제권자의 행위 또는 부작위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통제권자가 그러한 법인의 자금 흐름, 의사결정 구조, 관리·감독의 적정성을 적극적으로 소명하지 못할 경우, 법적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Ⅳ. 조세·경영 측면에서의 추가 리스크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현지 자회사를 장기간 유지하는 경우, 사법적 책임 외에도 조세 및 경영 측면에서 다양한 실무적 리스크가 누적될 수 있습니다.

조세 측면에서는, 그룹 내 채권이 장기간 회수되지 않은 채 방치될 경우 러시아 세무당국은 이를 사실상의 채무 면제 또는 증여로 재분류하여 과세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소득은 원칙적으로 현지 자회사에 귀속되어 현지 자회사 수준에서 법인세 과세가 이루어지게 되며, 상당한 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후적으로 이를 다투는 데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경영 측면에서도, 현지 경영진의 공백이나 본사의 관리 부재를 틈타 제3자가 불법적인 이사회 결의, 자산 처분 또는 경영권 침해를 시도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사후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Ⅴ. 대응 전략: 유지·청산·파산에 대한 전략적 판단

이와 같은 법률 환경의 변화 속에서, 러시아 현지 자회사를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법인격만 유지시키는 전략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모회사는 자회사의 재무 상태, 채무 구조, 사업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발적 청산, 파산신청, 또는 제한적 유지 등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여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자산이 부채를 상회하는 경우에는 모회사 주도로 자발적 청산 절차를 통해 자회사를 정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나,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경우에는 파산 절차를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책임 범위를 법적으로 확정하게 되면 모회사 및 경영진 리스크를 차단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느 방안을 선택할지는 러시아의 자본 통제 규정, 대응 제재(countermeasures), 외환 규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초기 단계부터 종합적인 법률 검토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Ⅵ. 시사점

최근 러시아 법률 환경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지 자회사를 유지하려면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그렇지 않다면 법적 절차를 통해 정리하라는 것입니다.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장기 방치하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한 선택지가 될 수 없으며 이는 오히려 모회사의 책임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 현지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이라면, 현재 자회사의 법적·재무적 상태를 점검하고, 모회사의 책임이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인지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 유라시아팀은 러시아 및 유라시아 지역에서의 기업 진출, 제재·자본 통제, 현지 자회사 구조조정, 분쟁 및 규제 대응과 관련하여 축적된 실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러시아 법률 환경 속에서, 러시아 현지 자회사와 관련된 리스크를 정확히 진단하고 합리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제도 분석부터 구조 설계, 실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법률 자문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해 궁금하신 사항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신 경우 언제든지 연락하여 주시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상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통제권자(Control Person)**란, 러시아 법령상 법률, 기타 법규 또는 정관에 따라 법인을 대표할 권한을 가진 자, 법인의 합의제 의사결정기관의 구성원, 또는 의사결정기관에 대하여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법인의 행위를 사실상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를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형식적인 지분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법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모회사 또는 그 임직원이 통제권자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