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중복상장의 원칙적 금지 정책 발표
정부는 2026년 3월 18일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국거래소 상장심사 과정에서 모자회사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정부는 현행 중복상장에 관한 규율이 물적분할 후 신설된 자회사의 상장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기준도 상대적으로 추상적이라는 문제의식 아래, 앞으로는 물적분할뿐 아니라 수직적 지배관계가 인정되는 종속회사 또는 계열회사의 상장까지 포괄하여 중복상장으로 심사하고, 아래와 같이 상장 필요성, 주주소통, 주주보호, 경영·영업의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구체적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상장의 필요성: 상장추진 배경, 독립적 자금조달 필요성, 대안 여부, 자회사의 미래성장성, 자본시장 발전 측면에서의 의의
- 주주소통: 주주가치 제고계획 공시, IR, 주주간담회, 주주 설문조사, 소통절차의 투명성 및 정당성, 의견 수렴 결과의 반영 여부 등
- 주주보호: 모자회사 관계형성 배경 및 경과, 모회사의 자회사 성장 기여도, 모회사 자산/매출/이익 등에서 자회사 비중, 상장 시 지분 희석 정도, 지배주주-일반주주간 이해상충 여부,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여부 등
- 경영/영업의 독립성: 모자회사 매출처/사업모델 등의 동일성, 공급망에서의 역할, 독자적 제품개발 및 사업화 여부, 이사회/경영진의 독립적 구성, 겸직/인력교류, 자회사 이사회의 실질적 심의/의결 여부 등
정부는 위와 같은 항목을 종합 심사하여 기준을 명확히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중복상장을 허용할 방침이며, 보다 세부적인 기준은 2026년 2분기 중 거래소 상장규정의 개정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이와 관련하여 2026년 2분기 중 거래소 공시∙상장규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경우 상장 모회사의 이사회에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에 따라 일반주주의 관점에서 그로 인한 영향을 평가한 후 그 결과를 공시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도입할 예정이며, 이는 자회사의 해외 상장 시에도 적용된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의 3월 18일자 발표와 별도로, 22대 국회에는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의 상장 시 모회사의 일반주주에게 자회사의 신주를 우선 배정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이번 발표 및 국회에 계류된 다수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중복상장을 바라보는 규제 프레임 자체의 변화를 의미하며, 정부는 이를 통해 상장 모회사가 실질적 지배력을 갖는 자회사나 계열회사를 국내외에서 상장시키고자 하는 경우 상장 추진 단계에서부터 이를 구조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II. 미국 시장과의 비교
그런데 이러한 중복상장 규제와 관련하여 미국 시장의 예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미국에는 왜 한국과 같은 명시적 금지규정이 없는데도 모자회사 중복상장이 흔하지 않은가?
둘째,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자회사 또는 사업부에 대한 Pre-IPO 투자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지고, 투자자의 투자회수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미국, 특히 NYSE와 Nasdaq 등 미국의 거래소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과 같은 ‘중복상장 원칙금지’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아니합니다. 오히려 NYSE와 Nasdaq 등 거래소는 “controlled company” (피지배회사) 개념을 두고 일정한 공시를 조건으로 통상의 회사에게 요구되는 상장요건인 ‘이사회 및 위원회의 독립성’ 요건을 완화하여 적용하는 등 상장 모회사가 상장 자회사를 계속하여 지배하는 중복상장 구조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신, 미국은 모자회사의 중복상장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관련자거래(related party transaction), 소수주주 보호, 모자회사가 이해상충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이사 및 지배주주가 소수주주에 대하여 부담하는 엄격한 주의의무, 즉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 상황에서 발생하는 충실의무(duty of loyalty)의 준수와 관련하여 엄격한 기준(완전한 공정성의 원칙 – entire fairness rule)을 적용하고, 관련하여 거래의 공정성을 인정받기 위한 까다로운 절차적 요건(예컨대, 독립위원회(Special Committee)나 소수주주의 다수결에 의한 승인(Majority of Minority) 등)을 준수하도록 하며, 기타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거래에 대한 공시 등 다양한 통제 장치를 두는 방법을 통해 관리하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모자회사의 중복상장 구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경우 기관투자자나 행동주의펀드들이 그 필요성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책임을 묻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중복상장 유지에 따른 이사들의 책임이 문제될 현실적인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연유로 미국에서 중복상장은 그 자체가 최종 목표인 경우는 흔하지 않고, 오히려 모회사가 자회사를 분리(separation)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자회사 지분의 일부 상장(partial equity carve-out)이 이루어지고, 모회사가 가지는 자회사의 나머지 지분은 궁극적으로 spin-off, split-off 등을 통하여 모회사 주주들에게 분배됨으로써 상장한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이와 같은 실무에는 자회사를 분리하여 독립시키는 거래에 대하여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미국 Internal Revenue Code의 Section 355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미국은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상장 단계에서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한국식 ex ante 모델과 달리, 중복상장 자체는 허용하되 그와 같은 구조를 유지하는 데 따르는 비용과 책임을 높게 설정하는 ex post 모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Pre-IPO 투자와 중복상장 문제를 구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모자간 중복상장 구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Pre-IPO 투자 자체는 매우 활발합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그러한 Pre-IPO 투자가 반드시 모회사가 자회사를 따로 상장시키는 구조를 전제로 하지는 않습니다. 미국 실무에서는 투자자의 회수 경로가 IPO에만 한정되지 않고, secondary sale, M&A, sponsor-to-sponsor 거래, 재 매입 등 여러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자회사 자체의 독립적 valuation을 위해 자회사 지분의 일부 상장(partial equity carve-out)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 전체로 보아 “영구적인 모자회사 중복상장이 흔하지 않다”는 사실과 “Pre-IPO 투자가 많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충분히 양립할 수 있습니다. 단, 미국에서는 자회사 IPO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종착점이 아니라 추후 추가 매각, spin-off, 제3자 매각 등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분리의 중간 단계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을 뿐인 것입니다.
이처럼 미국에서 상장 모회사의 자회사를 활용한 투자 구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비상장 단계 자금조달 인프라가 충분히 발달해 있고, 자회사 IPO를 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완전분리나 지분 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중복상장 상태 자체가 일반적 목표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미국 시장의 큰 특징인 것입니다.
III. 시사점
이번 정부 방침은 미국 실무와 비교할 때, 국내 기업, 투자자 및 규제당국에게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상장사 및 기업집단은 자회사 IPO를 더 이상 당연한 성장전략이나 자금조달전략 또는 투자회수전략으로 전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자회사 상장을 추진할 경우, 예외적인 허용의 논리, 가령 상장추진 배경, 자회사의 독립된 valuation을 통한 자금조달 필요성 및 상장 외의 자금조달 대안 여부,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모자회사 간 경영 및 영업의 독립성 등의 논리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하고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재무적투자자와 전략적투자자는 자회사 단계의 Pre-IPO 투자에서 IPO 지연 또는 무산 가능성을 종전보다 더 현실적으로 거래구조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계약 단계에서부터 IPO 외의 투자회수 수단, 예컨대 주식매도청구권이나 동반매각권의 확보, 제3자 매각, secondary 거래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한 복수의 exit 시나리오를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또한, 예외적인 중복상장 허용 기준을 거래구조와 계약서에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입니다.
셋째, 미국 사례는 국내 논의에 대해 중요한 균형점을 제공합니다. 즉 중복상장이 제한 없이 자유롭게 허용되도록 방치해서도 안되지만, 반대로 중복상장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여 성장자금 조달이나 투자금 회수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해서도 안된다는 점입니다.
핵심은, 관련 규제가 어떻게 구체화되는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장의 Player들은 자회사 IPO만을 유일한 옵션으로 보지 않고, 대체적 자금조달 및 exit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며, 규제 당국도 중복상장에 관한 합리적인 예외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중복상장이 주는 폐해는 막으면서도 상장으로 인한 효익은 누릴 수 있는 균형점을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중복상장을 규제함에 있어서는 (i)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의 필요성(Valuation 분리와 성장 동력 확보) (ii) 모회사의 일반주주 보호(가치 유출 방지), (iii) 자회사의 일반주주 보호(모자회사간 이해상충 차단)라는 세가지 큰 축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야 하는데, 정부가 발표한 심사기준 중 ‘상장의 필요성’ 항목은 (i)과 ‘주주소통 및 주주보호’ 항목은 (ii)와 ‘경영/영업의 독립성’ 항목은 (iii)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복상장의 목적과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위 모든 심사항목이 ‘And’요건으로 기능한다면 사실상 중복상장을 원천적으로 금지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상장의 목적과 유형을 고려한 유연한 심사기준(예컨대, 물적분할 자회사의 상장과 재무적투자자가 성장에 주된 기여를 한 자회사에 대하여 각 다른 수준의 심사기준의 적용)의 정립을 기대해 봅니다. 또한, 특정 사업부의 분리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Tracking Stock과 같이 특정 사업부의 가치에 기초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의 확대와 미국 Internal Revenue Code와 같이 세무적 혜택을 줌으로써 중복상장을 유지하지 않을 유인을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는 것을 기대해 봅니다.
정부의 세부 예외기준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실무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지배구조 개편, 자회사 상장, Pre-IPO 투자, 기존 포트폴리오의 회수전략을 검토 중인 기업 및 투자자는, 향후 규제 추이를 지켜보면서 초기 단계에서부터 법률, 자본시장, 세무 및 회계 이슈를 통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 기업자문 M&A 그룹 및 자본시장팀은 규제 동향 파악, 관련 구조 검토, 자회사 IPO 및 대체적 자금조달 구조 설계, 투자계약 재검토, 규제 대응 전략 수립과 관련하여 종합적인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니, 관련 자문 수요가 있는 경우 편히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