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저희 법무법인(유) 세종의 IP그룹에서는 2025. 10. 16.자 뉴스레터를 통해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BSH Hausgeräte v. Electrolux (C-339/22) 판결(이하 BSH 판결”)과 그 이후 진행된 Unified Patent Court(“UPC”) 사건들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위 뉴스레터에서는 BSH 판결 이후 내려진 long-arm jurisdiction에 관한 UPC 1심 법원의 중요한 판결들이 소개되었으며, 그 중 Mul-T-Lock v. IMC Creations (CFI_702/2024) 판결에서는 피고가 UPC 회원국에 주소지를 둔 경우에는 스페인·스위스·영국 등 비-UPC 회원국에서 유효한 유럽특허(“EP”)의 침해에 대해서까지 UPC가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 Dyson v. Dreame 판결에서는 비-UPC 회원국에 소재한 자에 대해서도 회원국 내에서 그 자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anchor defendant로 하여 관할권을 인정할 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2025년 말까지는 long-arm jurisdiction의 적용범위가 더욱 확대되어 가는 경향을 보였으나, 2026년에 들어 UPC 항소 법원(Court of Appeal)의 연이은 몇몇 판결들로 인해 이전의 확대적용 경향에 제동이 걸린 형국입니다. 최근 UPC 판례의 핵심은 UPC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전면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① 어떠한 근거로 관할권이 성립하는지와 ② 성립한 관할권을 외국 특허의 유효성 및 외국 법원의 권한을 고려하여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를 구별하는 데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하에서 지난 번 뉴스레터를 통해 소개해드린 이후의 long-arm jurisdiction에 관한 UPC 판례의 변화된 흐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2025년 말까지의 경향 - Long-Arm Jurisdiction의 확대
유럽에서 BSH 판결 이후 long-arm jurisdiction에 관한 2025년 말까지의 흐름은 UPC뿐 아니라 개별 회원국 법원도 그 적용 범위를 적극적으로 넓혀가는 방향으로 전개되었습니다. UPC 1심 법원들이 UPC 회원국이 아닌 EP 지정국(“비-UPC 지정국”)에서의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관할권을 잇달아 인정하는 가운데, 독일 법원에서도 BSH 판결을 근거로 여러 국가에 동시에 효력이 미치는 금지명령이 시도된 바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Regeneron/Bayer v. Formycon 사건입니다. 위 사건에서 독일 뮌헨 지방법원(Munich Regional Court I)은 2025. 9. 25. Regeneron의 aflibercept 제형 특허(EP 2 364 691)에 기초하여 Formycon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한 가처분 명령을 내리면서, 독일을 포함한 22개 EU 국가에 걸쳐 판매금지의 효력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는, 피고들이 독일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는 점을 관할의 기초로 삼아 BSH 판결을 적용한 것으로, BSH 판결 이후 개별 국가 법원이 초국가적 효력을 갖는 가처분 명령을 내린 최초의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다만, 위 사건은 이후 당사자들 간의 합의에 의해 분쟁이 종결됨에 따라, long-arm jurisdiction의 적용 범위에 관한 상급심의 실체적 판단을 받지 못한 상태로 남게 되었습니다.
한편, 2025년도에는 UPC에서도 long-arm jurisdiction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려는 1심 판결이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Adobe/OpenAI 등 v. KEEEX 사건을 들 수 있는데, 위 사건에서 UPC 파리 지역부(Paris Local Division)는 피고들이 모두 비-UPC 회원국에 소재하고 있었음에도, 문제된 디지털 도구가 프랑스에서 접속 가능하고 그로 인해 UPC 회원국 내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스위스, 스페인, 영국, 아일랜드, 노르웨이 및 폴란드에서의 유럽특허 침해에 대해서까지 UPC의 관할권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는 BSH 판결에서 확인된 cross-border jurisdiction이 피고의 주소지가 UPC 회원국 내에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UPC 회원국 내에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본 사건이었습니다(단, 이 사건의 상급심 판단에 대해서는 후술합니다).
한편 Onesta IP, LLC v. BMW 사건에서는 long-arm jurisdiction의 외연을 한층 더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Onesta는 2025. 10. 9. 뮌헨 지방법원에 BMW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면서 그 중 두 건을 미국특허(US 8,854,381 및 US 8,443,209)에 기초하여 제기하였습니다. 위 사안에서는 BSH 판결의 논리를 유럽특허의 비-UPC 지정국을 넘어 아예 유럽특허협약(“EPC”) 체계 밖의 미국특허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적인 쟁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BMW는 2025. 12. 15. 미국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하면서 Onesta가 미국 특허에 기한 뮌헨 소송을 종료하도록 명령해 줄 것을 요청하는 취지의 anti-suit injunction(“ASI”)을 신청하였는데, 미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26. 1. 13. 뮌헨 소송의 종료를 명하는 가처분(“PI”) 형태의 ASI를 발령하였고, 2026. 2. 13.에는 같은 취지의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Onesta는 위 ASI에 따라 뮌헨 소송을 취하하였고 이에 따라 독일 법원이 미국특허 침해에 대해서까지 BSH 판결에 기초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BSH 판결에 기반한 long-arm jurisdiction의 확대가 비-EPC 체약국의 특허에 기초한 경우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법률적 쟁점을 공식적으로 이슈화시켰고, 그러한 경우 비-EPC 체약국 법원이 자국의 사법주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사료됩니다.
3. 2026년도 주요 UPC 판례 동향 – Long-Arm Jurisdiction의 확장적 적용에 대한 제동
가. Fujifilm v. Kodak – UPC 항소법원의 판결을 통한 long-arm jurisdiction의 적용에 관한 실질적 기준 정립
Fujifilm v. Kodak 사건은 독일 소재 Kodak 계열사를 상대로 독일 및 영국 지정 EP의 침해가 함께 문제되었던 사건으로, 그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지난 2025. 10. 16.자 뉴스레터에서 이미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위 사건 1심 판결에서는 BSH 판결에 기초하여 영국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서도 UPC의 관할권이 인정되었으며, 2026. 6. 2. 내려진 항소심 판결(UPC_CoA_312/2025 등)에서도 UPC의 관할권은 원칙적으로 EP의 효력이 미치는 EPC 체약국 전체에 미칠 수 있으며, 그 관할권이 UPC 회원국 영역내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확인함으로써 1심 판결의 결론을 지지하였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UPC 회원국에 주소지를 둔 경우 브뤼셀 I bis 규정 제4조에 따라 영국 지정 EP의 침해도 UPC가 판단할 수 있고, 단지 영국 법원이 더 적절한 법원이라는 이유로 UPC의 관할권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UPC 항소법원은 관할권을 인정하면서도 침해의 요건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못하였다고 보아 1심의 금지명령을 모두 취소하였습니다.
본 사건에서 UPC 항소법원은 “관할권이 존재하는가”와 “그 관할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를 명확히 구별하면서 국제예양(comity)을 고려한 관할권 행사의 구체적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습니다.
- EU 회원국이거나 Lugano협약(LC)1 체약국이지만 UPC 회원국이 아닌 국가(예: 스페인, 스위스)를 지정국으로 하는 EP에 대한 독립적인 무효소송에 대해서는 UPC에 관할권이 없음
- UPC 회원국 영역 내 EP에 대한 침해는 성립하나 그 침해의 권원이 되는 특허의 효력이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 UPC 회원국이 아닌 EU 회원국 또는 LC 체약국의 EP에 관하여는, 먼저 특허권자에게 해당 침해청구를 취하할 기회를 부여하고, 특허권자가 취하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피고에게 해당 국가에서 무효소송을 제기할 기회를 부여하며, 이미 그 국가에서 무효소송이 제기되었거나 피고가 새로 제기한 경우에는 그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침해절차를 정지할 수 있음. 만약 피고가 정해진 기간 내 무효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법원은 해당 특허가 유효함을 전제로 침해 여부를 판단함.
- UK와 같은 비-EU/비-LC 체약국에 대해서도 관할권 자체는 인정될 수 있으나, UPC 회원국의 EP를 무효라고 판단한 상황에서는 원칙적으로 해당 역외 침해청구를 계속 판단하지 않는 등 국제예양(comity)에 따른 관할권 행사의 자제가 요청됨.
- 반대로 UPC 회원국의 EP가 유효하고 침해된 것으로 판단된 경우, 일정한 상황에서는 비-UPC 회원국의 EP도 유효하다는 전제 아래 조건부로 침해 판단 및 금지명령을 할 수 있음.
나아가 UPC 항소법원은, 비-UPC 회원국의 EP 침해 여부는 해당 국가의 특허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확인하였으며, 실제로 영국 지정 EP의 침해 여부 판단에 대해서는 영국 특허법을 적용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UPC가 비-UPC 회원국의 EP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UPC 협약이 아닌, 당해 비-UPC 회원국의 특허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분명하게 정립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 Adobe / OpenAI 등 v. KEEEX 사건의 항소심 판결 - “UPC Territory 내 손해” 만으로 역외 침해에 대해서까지 관할권을 인정할 수는 없음 (UPC CoA, 2026. 3. 13., UPC_CoA_922/2025)
본 판결은 2.항에서 언급한 Adobe / OpenAI 등 v. KEEEX 사건의 항소심 판결입니다. 1심에서는 피고의 주소지가 UPC 회원국에 있지 않으나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가 UPC 회원국에서 발생한 사실을 근거로 비-UPC 회원국인 스위스, 스페인, 영국, 아일랜드, 노르웨이 및 폴란드에서의 특허침해에 대해서도 UPC의 관할권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1심과는 정반대의 판단을 하였습니다. UPC 항소법원은 불법행위와 관련된 소송에서 손해발생지에 관할을 인정하는 브뤼셀 I bis 규정 제7조 (2)항에 근거하여 UPC의 관할권이 성립하는 경우, 그 관할권은 원칙적으로 UPC 회원국에서 발생한 손해에 한정되며, 이를 비-UPC 회원국에서 발생한 침해에 대한 관할을 확보하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로써 UPC 회원국 내에서 웹사이트 접근이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정을 근거로 UPC 회원국 이외의 국가에서 이루어진 침해행위에 대해 그 침해자가 UPC 회원국에 주소를 두고 있지 않은 경우까지 UPC의 관할권을 확대하고자 하는 UPC 1심 법원의 시도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다만 UPC 항소법원은 이와 별개로, 제3국(EU 역외) 소재 피고에 대해 예외적으로 EU 역외에서 발생한 손해까지 관할할 수 있도록 하는 브뤼셀 I bis 규정 제71b조 (3)항의 UPC 사건에 대한 적용 가능성 자체는 배제하지 않았으나, 피고측에서 관련 요건사실(피고의 UPC 회원국 내 자산의 존재 등)을 소장에서 충분히 주장·소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적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였습니다.
다. Dyson v. Dreame - anchor defendant 쟁점에 관한 UPC 최초의 CJEU 회부 (UPC CoA, 2026. 3. 6., UPC_CoA_789/2025 및 813/2025; CJEU C-196/26)
지난 2025. 10. 16.자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UPC 함부르크 지역부의 Dyson v. Dreame 가처분 사건에서는, 독일 소재 European Authorised Representative(EAR)인 Eurep을 intermediary이자 anchor defendant로 보아, 홍콩 소재 제조사 Dreame International에 대해서도 스페인에서의 EP 침해에 관한 관할권을 인정한 바 있었습니다.
이 함부르크 지역부의 판결에 대해서는 당사자 쌍방이 항소하였는데, UPC 항소법원은 우선 UPC territory 내에서의 침해에 대해서는 Dyson의 항소를 받아들여 가처분의 대상을 항소심 계속 중 새롭게 출시된 Dreame의 신제품까지 확장하였고, 독일 등 UPC 회원국 내에 주소지를 둔 Eurep에 대해서는 그 주소지 자체가 관할의 근거가 되므로 스페인에서의 침해행위를 별도로 개연성 있게 소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명확히 하였습니다. 반면, 제3국 소재 제조사인 Dreame International에 대하여 UPC가 EU/UPC 역내의 Eurep을 anchor defendant로 삼아 비-UPC 회원국인 스페인에서의 침해에 대해서까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그리고 EAR에 대한 특허침해 금지명령이 EU법상 허용되는지 등의 쟁점에 대해서는 EU법 해석상 불명확한 점이 있다고 보아, 스페인 및 Eurep 관련 부분에 한하여 심리를 유보하고 그에 대한 판단을 유럽사법재판소(CJEU)에 회부하였습니다.
이로써 UPC의 관할권이 EAR을 anchor defendant로 하여 비-UPC 회원국 소재 회사의 비-UPC 회원국에서의 침해행위에 대해서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는 long-arm jurisdiction 법리 자체를 전 유럽에 확산시킨 CJEU의 최종 판단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4.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를 종합하면, BSH 판결 이후 UPC의 long-arm jurisdiction은 여전히 유럽 특허권자에게 강력한 권리행사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2025년도까지는 하급심을 위주로 long-arm jurisdiction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시도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2026년도의 판례는 “최대 39개 EPC 국가에 일률적으로 UPC 관할권이 미칠 수 있다”는 식의 단순한 이해보다는, 피고별 관할 근거, 침해행위·손해의 장소, 대상 국가의 EU/Lugano/UPC 회원국 지위, 역내 특허의 유효성 판단 등을 각각 구분하여 분석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그 법리를 정교화하고 있습니다. long-arm jurisdiction의 적용범위에 관한 위와 같은 UPC 판결들은 비-UPC, 비-EPC 회원/체약국인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대 유럽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계속하여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그 외에도 크게는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유럽 IP 시장의 법률환경을 지속적으로 follow-up하면서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1 루가노 협약(Lugano Convention)은 정식 명칭이 “Convention on jurisdiction and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judgments in civil and commercial matters”인 2007년도 협약으로, EU 회원국들과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및 스위스 사이의 민사·상사 사건에 관한 국제재판관할 및 판결의 승인·집행을 규율하며, EU의 브뤼셀 규정과 유사한 재판관할 체계를 위 비-EU 국가들에도 적용하기 위한 협약입니다. 따라서 스위스와 같이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루가노 협약의 적용을 받는 국가의 경우, 특허의 등록·유효성에 관한 배타적 관할 등과 관련하여 EU 국가와 유사한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