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배경
이 사건은 대주가 시행사의 대출만기 연장 요청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체결한 위약벌 약정에 따라 담보금을 몰취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입니다. PF 사업과 관련하여 기존 대출약정에서 정한 대출만기일이 도래하였음에도 차주인 원고가 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자, 대주단이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기한이익이 상실되고 대주단이 공매절차를 진행하자, 원고는 대주단의 구성원인 피고에게 대출만기를 연장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일정 금액을 담보금으로 제공한 뒤 특정 기일까지 대출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하면 이를 몰취한다는 취지의 위약벌 약정을 체결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피고는 위약벌 약정(이하 ‘이 사건 위약벌 약정’) 체결을 조건으로 대출만기를 연장해 주었습니다.
이 사건 위약벌 약정에서 정한 변제기한은 연장된 대출약정의 변제기한보다 이른 시기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원고가 위약벌 약정에서 정한 변제기한을 준수하지 못하자 피고는 담보금을 몰취하였고, 원고는 대출약정에서 정한 변제기한 내에 대출원리금을 모두 상환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위약벌 약정 이후 대출약정이 체결됨에 따라 위약벌 약정에서 정한 변제기한도 대출약정에서 정한 변제기한과 동일한 시점으로 함께 연장되었고, 원고가 대출약정에서 정한 변제기한에 맞추어 대출원리금을 변제한 이상 위약벌 약정에 따른 몰취 요건은 충족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담보금을 몰취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가 공매절차를 압박수단으로 활용하여 과도한 위약벌 약정을 체결하도록 한 것은 민법 제103조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담보금의 반환을 구하였습니다.
2. 쟁점 및 법원의 판단
가. 담보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여부
법무법인(유) 세종은 이 사건 위약벌 약정이 원고가 아닌 원고의 대표이사 개인명의로 체결되어 있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위약벌 약정상 반환청구권자는 원고가 아닌 대표이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히, 이 사건 위약벌 약정이 대표이사 개인을 담보금의 지급 주체로 정하고 있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피고가 대표이사 개인에게 담보금을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표이사 또한 대출채무를 연대보증한 이상 대출기한을 연장받을 독자적인 이해관계가 있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이 사건 위약벌 약정이 담보금의 지급 및 반환 주체를 대표이사 개인으로 특정하고 있는 이상 원고는 피고에게 담보금의 반환을 구할 권원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위약벌 약정의 문언과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및 약정 체결 경위 등을 종합하면 담보금을 지급하고 반환받기로 한 당사자는 원고가 아닌 대표이사 개인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대출만기 연장에 따라 위약벌 약정의 변제기한도 변경되었는지 여부
법무법인(유) 세종은, 전체 대주단과 체결된 대출조건 변경약정과 특정 대주와 별도로 체결된 위약벌 약정은 체결 목적, 당사자 및 규율 대상이 서로 다른 별개의 약정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히, 이 사건 위약벌 약정에서 담보금의 귀속 기준일을 연장대출의 실제 만기일과 무관하게 별도로 정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법원 역시 이 사건 위약벌 약정의 명시적인 문언과 체결 경위 등을 근거로, 위약벌 약정 이후 대출만기일이 연장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별도로 정한 위약벌 약정상의 변제기한까지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위약벌 약정이 민법 제103조에 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원고는, 피고가 담보 부동산에 대한 공매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이 궁박한 상황에서 위약벌 약정을 체결하도록 하였고, 약정된 위약벌 역시 과도하므로 해당 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당사자가 약정한 위약벌의 액수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개입하여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고, 스스로가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겠다며 계약의 구속력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및 그와 같은 취지의 여러 판결들을 제시하면서, 법원이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개입하여 위약벌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것에는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대주인 피고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이 사건 위약벌 약정의 체결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차주인 원고가 반복적으로 채무 이행에 관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대출만기를 연장해주기 위해서는 별도의 이행확보수단이 필요하였고, 원고 스스로가 대출만기의 연장을 요청하면서 이 사건 위약벌 약정의 체결을 제안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피고가 이미 상당 기간 대출원금을 지급받지 못하면서도 사업 정상화를 위하여 리파이낸싱에 협조하고 자신의 채권회수 조치를 유보하는 등 상당한 양보를 해왔으므로, 공매 등 정당한 채권회수 절차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위약벌 약정을 체결한 것을 두고 원고의 궁박한 상태를 부당하게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대주인 피고가 차주인 원고의 궁박한 상태를 부당하게 이용하였다거나 이 사건 위약벌 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결국 원고의 반환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3. 시사점
위약벌의 약정은 손해배상의 예정과 다르므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고, 다만 의무의 강제로 얻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위약벌 약정이 과도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단순히 위약벌의 액수나 채권자의 우월적 지위만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진행 경과, 채무불이행의 경위, 위약벌 약정을 제안하고 체결하게 된 구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담보금 반환 청구를 전부 기각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위약벌 약정과 관련한 반환권자가 누구인지, 대출약정의 만기가 연장될 경우 위약벌 약정에서 정한 변제일자도 함께 연장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등에 관한 계약의 해석 문제가 함께 쟁점이 된 사례로, 계약 해석에 있어 관련 사실관계를 어떻게 구성하고 제시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