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A사는 건물 신축 공사를 도급받아, 그중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설치 공사를 소방시설공사업자인 B사에 하도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설치 공사 진행 중 지하 3층 소화가스실 배관 해체 및 이설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설계와 다른 규격의 부품이 사용되고 배관 연결부에 틈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 건물 사용승인 후 약 4개월이 지난 2021. 10. 23. 지하 3층에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오작동하면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누출되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상해를 입는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검찰은 A사의 현장소장이 건물 신축 공사 전체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맡았음을 전제로, 그가 자재 검수, 하청업체에 대한 현장감독, 공사 후 감리 요청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아 현장소장과 A사를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및 소방시설공사업법위반으로 각 기소하였습니다.

 

2. 판결의 주요 내용 및 의미

법무법인(유) 세종은 원도급사인 A사 및 A사 소속 현장소장을 대리하여, ① 해당 건물 신축 공사는 40여 개 공종에 하루 620여 명이 투입되는 대규모 건축공사로서 현장소장이 모든 세부 공정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② A사는 공종별 파트와 다층적 보고체계를 통하여 합리적인 분업·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운영하였고,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설치 공사에 관한 직접적 관리·감독은 그 분업체계상 소방시설공사업자로서 별도로 착공신고를 하고 책임시공 및 기술관리 소방기술자를 지정한 하수급업체 B사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 ③ 자재 검수, 감리 요청 등 현장소장에게 요구되는 업무는 모두 정상적으로 이행되었고 실제 검수 및 정식 성능시험 과정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④ 소방시설공사업법상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시공을 한 자'는 직접 시공한 소방시설공사업자로 한정되어야 하므로 하도급을 준 원도급사와 그 현장소장에게까지 확장될 수 없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주장하였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법무법인(유) 세종의 주장을 받아들여, 현장소장과 A사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및 소방시설공사업법위반의 각 공소사실에 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반면 실제 소화설비를 시공한 하수급업체 및 그 관계자들, 감리업체 등에 대하여는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규모 건설공사에서 원도급사와 하수급업체 사이의 수평적 분업구조 및 신뢰의 원칙이 인정되는 경우, 원도급사와 그 현장소장이 하수급업체의 책임시공 영역에 속하는 세부 시공상 하자에 대하여까지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소방시설공사업법위반과 관련하여서도 '시공을 한 자'의 의미를 실제 시공자로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대규모 공사에서 소방공사 등 전문공사를 소방시설공사업자에게 하도급한 원도급사의 형사책임 범위에 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큽니다.